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수요 정체기)에 빠진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소형 전기차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보조금 축소와 인프라 한계로 전기차 수요가 정체되는 상황에서도, 이 두 모델은 가격·공간·실용성에서 강점을 앞세워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 중이다.
기아는 25일 자사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가 출시 1년 만에 누적 등록대수 2만5067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회 충전 주행거리 501㎞, 합리적인 가격, 실내 공간의 효율성까지 더해지며 개인용 전기차 수요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어스 롱레인지' 트림은 1만488대가 판매돼 전체 EV3 판매의 41.8%를 차지했다.

기아 'EV3'

기아 'EV3'자동차 전문 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EV3는 같은 기간 테슬라 모델 Y(2만4109대), 현대차 아이오닉 5(1만4220대)를 제치고 전기 승용차 등록 기준 1위에 올랐다. 고객 분석에 따르면 EV3 구매자는 자가용 72.0%, 렌터카 25.2%, 택시 572대 순이었다. 개인 소비자 비중은 전체의 67.6%에 달했다. 남성 비율은 65.8%로, 연령대는 남성 40대, 여성 30대가 가장 많았다.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올해 1분기 EV3(5065대)에 이어 캐스퍼 일렉트릭은 2724대를 판매하며 국내 전기차 등록 순위 2위에 올랐다. 전기차 시장의 주류였던 중형 SUV 중심의 소비 패턴을 바꾸며, 실속형 세컨드카 또는 통학·근거리용 패밀리카로서 새로운 수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현대차는 최근 '2026 캐스퍼'와 '2026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하고 상품성을 강화했다. 2026 캐스퍼 일렉트릭은 모든 트림에 자동 눈부심 방지 룸미러, 1열 LED 선바이저 램프, 실내 소화기 등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특히 인기 트림 '인스퍼레이션'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후방 충돌 방지 보조, 안전 하차 경고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대거 탑재돼 안전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강화했다.
판매 가격은 프리미엄 2787만원, 인스퍼레이션 3137만원, 크로스 3337만원이며,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 적용 시 지역에 따라 2000만원 초·중반대에 구매 가능하다. 정부 보조금이 조기 소진되는 지역이 늘어나며 실제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서울을 제외하고는 거의 마감됐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기아 'EV3'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의 성공은 차량 자체의 상품성뿐 아니라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소비자 인식 전환과도 맞물려 있다. 1월 조기 발표된 보조금 정책과 '1회 충전 300㎞ 이상, 실내 공간 최적화' 같은 구체적 조건들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앞당겼다. 두 차량은 각각 세계 올해의 자동차(EV3), 세계 올해의 전기차(캐스퍼 일렉트릭)로 선정되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기아 EV3는 전장 4300㎜, 휠베이스 2680㎜로 준중형급 공간을 확보했고, 패키지 설계를 통해 실내 효율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 등을 탑재해 실용성과 주행의 완성도를 높였다. 반면 캐스퍼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모델보다 차체 길이를 230㎜, 폭을 15㎜ 늘려 경차 수준을 벗어난 소형차 공간을 확보했다. 주행거리도 1회 충전 시 315㎞로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전기차가 가격과 기능을 모두 충족하면서 젊은 세대와 실속형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고 있다"며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은 단기 판매뿐 아니라 장기적인 전기차 대중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