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사주 소각', 삼성·SK와 다른 포인트는

/사진 제공=현대차

최근 대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잇따르면서 주주환원 효과를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같은 자사주 소각이라도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SK㈜는 구조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시장에서 주식을 새로 사들인 뒤 소각하는 구조인 반면 삼성전자와 SK㈜는 기존 보유 물량을 정리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 효과는 단순한 규모보다는 주식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취득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정밀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총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신규 매입 후 전량 소각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역시 약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시장에서 사들여 연내 소각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실제 현금을 투입해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주식 수 감소와 함께 주당 지표 개선 효과가 새롭게 발생한다.

현대차는 배당 정책도 함께 확대했다. 같은 기간 총주주수익률(TSR) 35% 이상을 목표로 설정하고, 주당 최소 배당금 1만원 도입과 분기배당을 병행한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결합한 현금 기반 환원 정책이다.

/자료=현대차 IR북

반면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은 삼성전자와 SK㈜의 자사주 소각은 성격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앞서 약 16조원 규모의 자사주 8700만주를 소각하기로 발표했다. 단일 기업 기준으로는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SK㈜ 역시 지난달 약 5조1600억원 규모로 발행주식 총수의 약 20.1%에 해당하는 1469만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역시 그룹 지주사로서는 이례적인 대규모 조치다.

이 같은 대규모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 신호로 해석되며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유입 등 수급 측면의 변화도 나타났다.

다만 자사주 소각이 곧바로 기업가치 상승이나 주가 부양으로 이어진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자사주 정책의 효과는 '소각'이 아니라 '매입' 시점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순간 유통주식 수는 감소하고 이에 따라 주당순이익(EPS) 등 지표가 개선된다. 주식 수 감소에 따른 재무적 효과는 자사주를 실제로 취득하는 시점에 이미 상당 부분 발생하는 셈이다.

반면 소각은 이미 매입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장부상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절차에 가깝다. 새로운 가치를 추가로 만들어낸다기보다 과거 매입을 통해 발생한 효과가 향후 재매각 등을 통해 다시 희석되지 않도록 확정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 같은 구조를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의 자사주 소각은 신규 환원 정책이라기보다 기존 자사주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기업 모두 이미 상당 규모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번 조치는 이를 일괄 정리하는 과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자사주 소각은 주가 상승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며 "주가는 결국 기업의 이익 창출과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사주를 줄인다고 해서 그 자체가 주가를 직접 끌어올리는 연결고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사주 소각 그 자체를 주주환원 정책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쟁도 이어진다. 조 명예교수는 "주주환원의 핵심은 배당이며 자사주 소각을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배당은 기업의 이익이 현금 형태로 직접 주주에게 이전되는 것이지만 자사주 소각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소각이 간접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는 있지만 배당과 같은 직접적인 환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자사주가 향후 시장에 재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 이른바 오버행(Overhang) 리스크가 해소된다는 점에서는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주요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발표 이후 긍정적인 시장 반응은 이 같은 신호 효과에 기반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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