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 부린 軍, 뒤에서 웃는 육군협회..'K-방산' 축제 DX코리아의 이면[문지방]

김진욱 2022. 9. 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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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성황리에 막 내린 DX코리아
'K-방산' 우수성 입증하는 자리 됐지만
'軍 사적 이용' 비판 피할 수 없어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코리아)이 열린 21일 행사 참가자들이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고양=이한호 기자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2022 대한민국방위산업전시회(DX코리아)'가 25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21일부터 5일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이번 DX코리아는 전 세계 40개국 국방ㆍ방산 대표자가 찾아와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을 체감했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자주국방에 목마른 세계 각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찬사도 나옵니다.

매년 규모도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격년으로 개최했는데, 올해 행사에는 50개국 350개사가 전시 부스 1,350곳을 열었습니다. 2020년 열린 4회 전시회의 210개사 1,250개 부스에 비해 참가사 숫자로만 보면 무려 66%가 늘어난 것입니다. 2년 전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고무적인 성장세입니다.

DX코리아 측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행사기간 참관객 약 6만5,000명이 방문했다”며 “방한 대표단과 국내업체와의 미팅이 120여 회 진행됐고, 조직위원회는 별도의 VIP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해 국가별로 관심을 표명한 무기체계 전시장을 집중적으로 안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K-방산'의 열기에 힘입어 그야말로 한국 지상무기의 축제를 제대로 만끽한 셈입니다.

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코리아)에서 방위산업전시회 조직위원장인 권오성 육군협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천덕꾸러기'가 '백조'로...그런데 왜 육군협회가?

지금의 화려한 성과와 달리 처음부터 DX코리아가 각광을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2014년 첫 행사를 앞두고 언론의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았습니다.

"제발 1회 행사만이라도 무사히 치르게 해달라. 2회 행사는 할 수 있을지조차 모른다. 많이 도와달라."

당시 행사 관계자가 찾아와 읍소한 말입니다. DX코리아의 시작은 '천덕꾸러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1996년 시작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대내외적으로 훨씬 인지도가 높은 데다 ADEX에서 지상무기도 전시하는데 왜 굳이 육군무기 행사를 별도로 열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았습니다.

DX코리아가 눈총을 받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행사 주최자는 국방부나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대한민국 육군협회입니다. 정부부처와 육군,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한국방위사업진흥회는 후원자로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이상하게 비칠 법합니다. 국가 방위사업 진흥을 내세우면서 무기 홍보나 수출과 별 상관없는 육군협회가 행사를 주도하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육군협회가 무슨 자격으로 이처럼 거대한 행사를 맡았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합니다. 엄연히 퇴역한 육군 '올드보이(OB)’들의 모임이 행사를 열면서 자칫 후배 현역 군인들과 국내 방산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육군협회는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육군의 대변자, 후원자, 연결자”를 슬로건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육군협회가 왜 이 행사를 주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그나마 눈에 띄는 연결고리라고는 “육군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육군정책을 지원하고 후원하며, 안보의 3요체인 국가와 군과 국민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권오성 육군협회장(전 육군참모총장)의 인사말이 전부입니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코리아)이 열린 21일 행사 참가자들이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DX코리아 측에 따르면 전시면적 9㎡당 주최측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최소 530만 원이다. 고양=이한호 기자

최소 수억원대 수익... 민간단체가 軍 이용한다?

그래서 줄곧 제기된 의문이 행사 수익에 관한 부분입니다. DX코리아 측에 따르면 이번 5회 DX코리아 전시 규모는 실내전시장 2만8,160㎡, 야외전시장 6만㎡에 이릅니다. 전시면적 9㎡(1부스)당 단가가 538만6,500(5,130달러·고정환율 1,050원)~633만1,500원(6,030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실내전시장 매출만 하더라도 최소 168억5,376만 원이라는 추산이 나옵니다. 물론 모든 실내전시장 면적이 유료 부스가 아닌 점을 감안해 절반만 잡아도 80억 원대입니다.

올해 DX코리아 행사에서 설치된 전시 부스는 총 1,350개입니다. 부스당 최소단가(538만6,500원)를 적용해 단순 계산해도 매출이 72억7,178만 원에 달합니다. 매출액 전체가 수익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국세청이 올해 4월 제시한 ‘전시, 컨벤션 및 행사 대행업’의 단순경비율 83.6%를 적용한다면 DX코리아의 순수익은 11억9,257만 원이 된다는 추산이 나옵니다.

문제는 DX코리아의 수익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입니다. 일각에서는 육군협회가 DX코리아를 통해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육군 선배들로 구성된 육군협회의 협조 요청을 현재 육군 인사들이 거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러한 부담은 결국 업체로 전가될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 일부 비판적 인사들의 지적입니다. 군에 방산 물자를 납품해야 하는 방산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부스 사용료를 내면서 DX코리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관련 행사 수익과 관련한 자료가 있는지 수차례 요청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지만 주최 측은 "그런 자료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육군협회가 애먼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을 속히 공개하길 바랍니다.

20일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육군 기동화력시범에서 K2 전차가 사격하고 있다. 포천=김진욱 기자

'선배' 부탁 거절할 수 없는 軍 '재주넘기'

군이 육군협회와 DX코리아의 수익 행사에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재주는 군이 넘고 떡고물은 육군협회가 챙긴다’는 것이죠. 지난 20일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기동화력시범현장에서는 현역 군인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정작 DX코리아 관련 인원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대신 행사 지원 명목으로 현장에 나온 현역 군인들만이 뙤약볕 아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현역들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군 훈련이지만, 엄연히 DX코리아의 사전행사 격으로 열린 기동화력시범인데 군 선배들이 후배들을 부려먹고 있다”는 울분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1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는 육군 소속 수리온 헬기 2대가 공중 충돌했습니다. 육군은 훈련 중에 일어난 사고라고 애써 강조했지만 시선은 육군협회와 DX코리아에 집중됐습니다. DX코리아 사전 행사인 기동화력시범 예행연습 중에 일어난 사고였기 때문입니다. 군 소식통은 당시 공중강습작전 시범을 위해 병력을 태우고 패스트로프(줄 하나에 의지해 빠르게 지상으로 하강하는 방법) 훈련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육군은 20일 열린 DX코리아 기동화력시범에서 패스트로프 시범을 뺐습니다.

사고는 전에도 있었습니다. 2년 전인 제4회 행사 때도 그랬습니다. 당시 경기 양평군 육군종합훈련장에서 DX코리아에 참가한 외빈을 앞에 두고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이 오발 사고를 낸 것입니다. 그때도 대책은 똑같았습니다. 전시회 마지막 날 열릴 예정이었던 기동시범에서 아파치(AH-64)헬기의 공중 엄호사격과 K-2 전차, K21장갑차, K-9 자주포, K-30비호 등 국산무기 사격 시범을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시범사격을 전면 취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종섭(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참가차 방한한 바실레 든쿠 루마니아 국방부 장관과 '한-루마니아 국방장관회담'을 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방산 수출 '판' 깔아줬지만... 비판에 귀 기울여야

올해 전시회의 경제적 성과를 집계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하지만 지난 4회 행사에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상담이 147건, 상담액이 약 14억7,800만 달러에 달했던 것을 생각하면 올해 5회 DX코리아의 성과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환경 조성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은 국방장관 등 고위 당국자를 DX코리아에 보내 신무기 도입 등을 논의했습니다.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가 대표적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폴란드와 계약을 체결한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가 동유럽에 추가 수출될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산 무기의 우수성이 주된 이유겠지만, 이른바 ‘판’을 깔아 준 DX코리아의 공로도 작지 않아 보입니다. 잇따른 구설에도 불구하고 DX코리아의 역할을 인정할 수밖에는 없는 이유입니다. 물론 의혹에 대한 해명은 있어야겠죠.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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