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C신라면세점이 최근 3년여간 영구채로만 1600억원이 넘는 돈을 끌어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구채는 만기를 정확히 정하지 않아 빚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HDC신라면세점의 부채비율은 4배 넘게 치솟으며 1600%를 웃도는 실정이다.
결국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실적을 반전시키지 못한 채 계속되는 영구채 발행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15일 4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이고 표면금리는 6.7%로 책정됐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동일한 조건으로 상환을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 상환을 계속 미룰 수 있는 채권의 특성 때문에 통상 영구채로 불린다.
이런 구조 덕에 영구채를 발행하는 회사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음에도 영구채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구채는 자본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반면 이자 부담이 크다.
HDC신라면세점은 2021년 12월부터 이번달까지 총 1665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그럼에도 2021년 말 468.5%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686.4%까지 급등했다. 2023년 말에는 6326.6%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한 해에 걸쳐 4차례, 총 650억원 규모의 영구채 추가 발행으로 1년 만에 부채비율이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 지표로,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을 뜻한다. 부채비율이 1600%를 넘는다는 것은 부채가 자본의 16배를 초과한다는 얘기다.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HDC신라면세점의 자본은 4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자본이 144억원에서 184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은 1686.4%에서 1319.3%로 367.1%p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HDC신라면세점이 영구채에 의존하는 배경에는 면세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최근 5년 동안에만 144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떠안았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74억원 △2021년 380억원 △2022년 292억원 △2023년 290억원 △2024년 20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처럼 실적 개선 없이 영구채 발행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과 재무 체질 강화가 병행돼야 영구채 효과가 실질적 경영 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영구채 발행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이 여전히 1000%를 넘는 상황이라면, 재무구조 개선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면세업계 전반에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자산 매각 등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황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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