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트로이카' 한축…케이잼 6년째 '매출 0원' 사정은

/사진=케이잼 홈페이지

고려아연의 100% 자회사 케이잼(KZAM)이 설립 이후 아직 매출을 기록하지 못하면서 누적 결손이 이어지고 있다. 유동비율 역시 최근 1년 사이 1572%에서 36.9%로 낮아지며 재무 지표 변화가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최윤범 회장 체제에서 추진 중인 신사업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이차전지 소재·신재생에너지·자원순환)'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인 만큼 향후 사업 진행 상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41억 투입에도 수익 공백…공장은 건설단계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케이잼은 2025년도 감사보고서에서 매출액 0원을 기록했다. 2020년 3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해동박 사업 진출을 목표로 설립된 이후 6년 연속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모회사 고려아연은 케이잼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왔다. 2020년 설립 당시 600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400억원 △2023년 500억원 △2024년 541억원 등 지금까지 출자 규모는 2041억원이다.

사업이 아직 본격적인 매출 단계에 이르지 않으면서 재무 지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케이잼의 유동자산은 2025년 말 230억원으로 2024년 말(393억원) 대비 41% 감소했다. 반면 유동부채는 2024년 말 25억원에서 2025년 말 623억원으로 2400% 증가했다. 만기가 1년 미만으로 도래한 유동성 장기차입금 497억원과 단기차입금 95억원 등이 유동부채로 분류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유동비율은 1572%에서 36.9%로 낮아졌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역시 283억원에서 144억원으로 줄었다. 유동성 압박이 임계점에 달하자 케이잼은 지난해 모회사 고려아연으로부터 95억원을 연 4.04% 이자율로 단기 차입하기도 했다.

'인터배터리 2026' 고려아연 부스에 마련된 케이잼(KZAM) 동박 제품.  /사진=최지원 기자

업계에서는 케이잼의 매출 발생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공장을 짓는 초기 투자 단계로만 치부하기엔 그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다.

당초 케이잼은 2022~2023년경 연산 1만 3000톤 규모의 동박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점은 2024년으로 미뤄졌고 2025년 결산 시점까지도 상업 가동에 돌입하지 못했다. 실제로 케이잼의 총자산 3289억원 중 아직 완공되지 않은 '건설중인자산'만 여전히 2165억원에 달한다. 공장은 여전히 가동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고려아연 측은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시점에 글로벌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이 맞물리면서 계획을 유연하게 수정했다"며 "다른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생산을 축소하는 마당에 당초 계획대로 무리하게 양산을 강행해 재고를 떠안을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의도된 전략적 속도 조절이라는 것이다.

이어 "케이잼의 품질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전기차 사이클이 다시 반등하는 시점에 맞춰 곧바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분쟁 속 성과지연, 정당성 시험대

수익 창출 이전 단계인 만큼 운영 과정에서 고정비 지출은 이어지고 있다. 케이잼은 지난해 직원 급여(29억원), 전력비(36억원), 경상연구개발비(14억원) 등 판매비·관리비 항목에서만 총 164억원을 소진했다. 그 결과 2025년 말 기준 누적 미처리결손금은 482억원으로 집계됐다.

미처리결손금은 향후 흑자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먼저 해소해야 하는 재무적 부채로 남는다. 케이잼이 정상적인 이익 배분 구조를 갖추기까지는 상업 가동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케이잼의 부진이 고려아연이 공언해온 중장기 성장 전략의 이행 가능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케이잼의 동박 사업은 최윤범 회장이 공식화한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이차전지 소재·신재생에너지·자원순환 세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2033년까지 관련 매출 12조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으로, 최 회장 체제의 경영 비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였다.  실제로 최 회장은 "케이잼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향한 세계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신사업의 성과 지연은 최 회장에 대한 경영능력 평가와도 맞닿아 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성패가 최 회장 체제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만큼 핵심 사업의 이행 지연이 경영권 분쟁의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케이잼의 지연이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체의 좌초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또 다른 축인 신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 부문은 순조롭게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호주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가 부분 가동에 들어갔다. 호주 리치몬드밸리에 약 1조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도 2027년 하반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RE100 이행을 위한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자원순환 부문에서는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자회사 페달포인트가 2025년 상반기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페달포인트는 IT 자산 처리 전문기업 MDSi를 약 9935만달러에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트로이카의 세 축이 각자의 속도로 무게를 더해가면서 성과는 고려아연의 전체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고려아연은 2025년 연간 매출액 16조5812억원, 영업이익 1조232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트로이카의 다른 축들이 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만큼 전체 전략의 방향성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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