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없어도 이긴다!” IBK 무명 신예의 반란, 배구계 발칵 뒤집은 ‘전토리아’의 정체

배구는 때때로 전력 분석이나 데이터 수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드라마를 써 내려간다. 25일 화성 종합경기타운에서 펼쳐진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맞대결이 딱 그러했다.

이미 아시아 쿼터 킨텔라와 주전 리베로 임명옥이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팀의 기둥인 빅토리아마저 무릎 통증으로 코트를 떠났을 때 많은 이는 IBK기업은행의 패배를 예견했다. 하지만 그 절망의 끝에서 2005년생 유망주 전수민이 ‘전토리아’라는 별명을 얻으며 등장했고, 이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전율을 안겨주었다.

스포츠의 진정한 묘미는 주연이 사라진 무대에서 묵묵히 기회를 기다리던 조연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할 때 발생한다. 전수민의 활약은 단순히 빅토리아의 빈자리를 채운 수준이 아니라, 위기에 몰린 팀의 체질 자체를 ‘즐기는 배구’로 바꿔놓은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절망의 순간에 핀 꽃, 전수민이라는 새로운 희망

빅토리아가 무릎을 잡고 쓰러진 순간, 화성 체육관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던 에이스의 이탈은 곧 ‘봄 배구’ 포기 선언과 다름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오현 감독대행이 내민 카드는 3년 차 전수민이었고, 그녀는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것처럼 코트를 휘저었다.

전수민은 외국인 선수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시원시원한 스파이크를 꽂아 넣으며 13득점, 공격 성공률 57.14%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그녀의 스윙에는 망설임이 없었으며, 득점 이후 보여준 환한 미소는 부상 악재로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리는 마법 같은 효과를 냈다.

이는 단순히 한 선수의 ‘미친 활약’을 넘어, IBK기업은행이 가진 선수층의 잠재력을 증명한 사건이다. 에이스에게만 의존하던 배구에서 벗어나 국내 선수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며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은, 팀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연대였다.

여오현의 긍정 에너지 vs 장소연의 깊은 고뇌

여오현 감독대행이 부임 이후 강조한 것은 기술적인 완성도보다 ‘선수들이 신나게 즐기는 배구’였다. 전수민이 코트 위에서 보여준 파이팅과 과감한 공격은 여 대행이 추구하는 철학이 선수단에 완벽히 스며들었음을 보여준다. 6라운드 전승이라는 다소 무모해 보이던 목표가 이제는 현실적인 도전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의 장소연 감독은 깊은 수렁에 빠진 모습이다. 상대 팀의 외국인 선수가 빠진 천재일우의 기회에서도 범실로 자멸한 과정은 뼈아프다. 주포 조이의 불안한 타격과 세터진의 흔들리는 볼 컨트롤은 단순히 실력의 문제를 넘어 팀 전체의 심리적 붕괴를 암시하는 듯하다.

지는 세트에서 단 한 번도 20점을 넘기지 못한 무기력함은 페퍼저축은행이 풀어야 할 숙제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말해준다. “각 포지션마다 플레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장 감독의 말처럼, 톱니바퀴가 완전히 어긋난 팀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피드백 그 이상의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준플레이오프를 향한 ‘3점의 기적’, 희망은 살아있다

이날 승리로 IBK기업은행은 GS칼텍스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3위 흥국생명과의 승점 차는 이제 6점이다. 3위와 4위의 격차가 3점 이내일 때만 성사되는 준플레이오프의 특성을 고려하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불가능한 영역도 아니다.

부상 악재가 오히려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응집력’의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빅토리아의 부상이 아주 심각하지 않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IBK기업은행은 6라운드 막판 대반격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이제 남은 5경기에서 그들이 보여줄 집념은 여자배구 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배구는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에이스의 부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신예의 발굴’이라는 최고의 반전으로 바꿔버린 IBK기업은행의 드라마는 이제 막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다. 전수민이라는 이름 석 자가 불러온 이 나비효과가 과연 봄 배구라는 기적으로 이어질지 팬들의 시선은 이미 다음 경기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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