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보다 먼저 '정년 연장 설계' … 일본은 기업 자율에 맡겼다

2026. 2. 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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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연구한 日 고령자 고용 … 한국에 주는 시사점

최근 한국에서는 고령화의 심화와 국민연금의 지급개시연령 상향 조정에 따라 현재 만 60세로 규정된 법정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년 연장은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장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고령층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 왔을까.

일본 정부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공적연금 재정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반복적으로 개정하며 정년을 점진적으로 연장해 왔다.

일본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1968년 일본 정부가 정년 연장을 장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약 70%의 기업이 정년제를 실시하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기업에서 정년은 55세였다. 이후 정부의 장려 정책에 힘입어 1970년대 후반부터 정년을 56~59세로 연장하는 기업이 점차 늘었고, 1980년대에는 60세 정년을 도입하는 기업도 증가했다.

이처럼 일본 기업이 정년을 연장하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정년 연장 장려 정책뿐만 아니라, 1957년부터 16년에 걸쳐 공적연금인 후생연금의 지급개시연령이 55세에서 60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된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정년을 맞아 퇴직한 종업원이 연금을 수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기업들은 종업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연금 수급 시점까지 고용을 유지하기 시작했고, 이는 정년 연장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1985년 무렵에는 상시근로자 수 30명 이상으로 일률적인 정년제를 시행하는 기업의 절반 이상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설정했다.

이처럼 자발적으로 60세 정년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자 일본 정부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1986년에는 기업이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설정하지 않도록 노력의무를 부과했고, 1998년에는 60세 정년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또한 1990년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으로 60세 정년 퇴직자를 65세까지 재고용하도록 하는 노력의무 규정이 신설되면서 65세까지의 고용 연장도 함께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후 공적연금의 지급개시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04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다시 개정해 65세까지의 고용 보장 조치로서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중 하나를 사업주가 반드시 시행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이는 정년이 60세인 상황에서 연금 지급이 65세로 늦춰질 경우 고령자가 소득 없이 연금도 받지 못하는 소득 공백기(또는 소득 감소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연금제도 개정과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년 연장과 고용 연장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 조치였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기업이 계속고용제도를 선택할 경우 노사협정을 통해 대상자 기준을 설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희망자 모두가 계속 근무할 수는 없었다. 또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스스로 계속고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12년에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을 2013년 4월부터 시행해 노사협정에 의한 계속고용 대상자 선별을 금지하고 희망하는 근로자를 65세까지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했다. 아울러 계속고용의 적용 범위도 기업 단위에서 그룹 기업 전체로 확대했다.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노동국과 공공직업안정소(헬로워크)가 행정지도를 실시하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권고 조치가 내려진다. 권고를 받은 기업은 헬로워크를 통한 구인 활동이 제한되고 관련 지원금도 중단되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기업명이 공표된다. 기업명 공표는 법령 준수 의식이 낮은 기업으로 인식돼 평판 악화와 인재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제도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2024년 6월 1일 기준 전체 기업의 99.9%가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도,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해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비율이 제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7년 85.8%에 달했던 계속고용제도 도입 비율은 2024년 69.2%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정년 연장을 실시한 기업의 비율은 12.1%에서 26.9%로, 정년 폐지를 선택한 기업의 비율은 2.1%에서 3.9%로 증가했다.

조사 기준이 2009년에는 종업원 51명 이상 기업에서 31명 이상 기업으로, 2022년에는 다시 21명 이상 기업으로 변경되면서 조사 결과의 연속성은 다소 약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고용제도를 채택하는 기업의 비율이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한편, 정년 폐지와 정년 연장을 선택하는 기업의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는 첫째,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노동력 부족이 가속화하면서 고령 인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수 과제로 부상한 점, 둘째, 계속고용제도하에서 임금 수준의 하락과 승진·평가의 제한 등 열악한 처우가 근로 의욕을 저하시켜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을 들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 고용 연장을 정착시키기 위해 임금에 대한 별도의 규제를 두지 않았으며, 그 결과 정년 이후 임금이 정년 이전의 30~40% 수준까지 하락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몇 가지 변화로 인해 계속고용자의 임금 수준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 첫째,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고령 근로자의 시장 가치가 높아졌고, 둘째, 2019년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 법 시행으로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이 강화되면서 재고용자에 대한 과도한 임금 삭감이 어려워진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계속고용제도하에서의 임금 감소와 복리후생 제한은 고령 근로자의 근로 의욕을 약화시키고, 이는 생산성과 조직 분위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고령 근로자의 소극적인 근무 태도는 젊은 직원들의 동기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기업들로 하여금 계속고용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처우 개선을 통해 복리후생 이용을 정년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거나, 계속고용제도 대신 정년 연장이나 정년 폐지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해 기업이 70세까지 고용 기회를 확보하도록 하는 노력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①70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 ②정년을 폐지하는 방식 ③70세까지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는 방식 ④70세까지 업무위탁계약을 유지하는 방식 ⑤70세까지 기업 외부 단체의 사회공헌활동 참여를 지원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이른바 '70세 현역 시대'를 추진하기 위해 기업의 선택지를 확대·다양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무원의 정년 역시 2023년부터 2년마다 한 살씩 단계적으로 연장돼 2033년에는 65세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연금 지급개시연령의 상향 조정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민간 기업의 정년 연장을 유도하기 위한 선행 모델로서의 정책적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21년 4월 개정 고령자고용안정법 시행과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포함한 텔레워크 확산으로, 출퇴근에 따른 심리적·육체적 부담이 줄어들면서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는 청년 고용을 감소시키는 이른바 '치환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기업 간 인력 확보 경쟁이 심화돼 현재로서는 치환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25년 3월 졸업 대졸자의 취업률은 98%에 달해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층의 대부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외부적 요인 등으로 일본 경제가 침체될 경우, 고연령층과 청년층 간 고용의 대체성이 높아지면서 고연령층의 취업 확대가 청년층 채용을 억제하는 이른바 치환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치환효과의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고연령층과 청년층 일자리 간 보완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청년층을 체력 소모가 크거나 디지털 역량이 요구되는 업무와 신규 업무에 주로 배치하고, 고연령층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업무에 배치하는 등 세대 간 강점을 살려 상호 보완적인 고용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식의 고용이 이루어진다면, 고연령층의 고용 확대가 청년층의 고용 기회를 잠식하는 치환효과는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치환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페어 취업'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페어 취업은 고연령자와 청년이 한 팀을 이루어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일본에서도 페어 취업을 도입한 기업은 아직 소수에 그치고 있다. 일본보다 치환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일본에서 시행 중인 페어 취업을 고연령자와 청년에 한정하기보다는 고연령자와 장애인 근로자, 고연령자와 여성, 고연령자와 외국인 근로자 등으로 확대해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상석연구원·아지아大 도시창조학부 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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