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 기적이 내려왔다… 얼마 전 병실에 있던 선수가 151㎞라니, KS 전망 밝아진다

김태우 기자 2024. 10. 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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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병원 신세를 졌던 제임스 네일은 9일 상무와 첫 실전 연습경기에서 2이닝을 무난하게 소화하며 한국시리즈 선발 가능성을 더 높였다. ⓒ연합뉴스
▲ 네일은 2회 이재원에게 솔로홈런 한 방을 맞았을 뿐 최고 151km의 힘 있는 공을 던지며 나머지 8타자에게는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불과 40일 전, 제임스 네일(31·KIA)은 병상에 누워 있던 선수였다. 음식을 씹지도 못했고, 병실 안에서 걷기 운동밖에 할 수 없는 신세였다. 모두가 네일의 건강을 걱정하고, 또 KIA의 포스트시즌을 걱정했다. 낙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엄연한 현실이 무거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에 입단, 시즌 26경기에서 149⅓이닝을 던지며 12승5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하며 팀의 외국인 에이스로 승승장구하던 네일은 8월 24일 창원 NC전 6회 도중 상대 타자 맷 데이비슨의 투수 강습 타구에 턱을 정통으로 맞았다. 출혈까지 보였던 상황에서 네일은 황급히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갔다. 누가 봐도 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검진 결과 응급수술까지 받아야 한다는 비보를 들었다.

네일은 다음 날인 8월 25일 수술을 받았다. 턱 관절이 골절돼 당분간은 고정된 상태에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KIA도 비상이 걸렸다. 네일의 수술이 잘 된 것은 다행이지만, 포스트시즌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당시에도 정규시즌 1위를 달리고 있었던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큰 꿈을 서서히 꾸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하필 외국인 에이스가 병원에 누웠으니 크게 난감한 것은 당연했다.

KIA는 팀이 정규시즌에서 우승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고 해도 네일의 출전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봤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네일이 건강을 회복해 불펜에서라도 팀 마운드를 돕는 것이었다. 실제 그런 일정이 내부에서 검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일의 의지와 회복력은 모든 이들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예상보다 일찍 더 운동을 시작하며 의욕적으로 움직이더니, 모든 기존 시나리오를 다 뒤엎고도 남을 만큼의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최상의 시나리오’보다 더 빨랐다.

네일은 몸 컨디션을 회복하는 동시에 단계별 투구프로그램(ITP)을 통해 몸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차례의 불펜 피칭을 거쳤다. 불펜 피칭에서 턱에 무리가 있다면 곧바로 투구를 중단하기로 했었는데 그런 문제는 없었다. 네일도, KIA도 안심하며 한국시리즈 출격을 조금씩 확신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 사이 동료들은 힘을 내 정규시즌 우승 및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했고, 네일은 회복에 전념하며 이제 대망의 한국시리즈 등판을 앞두고 있다.

네일은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국군체육부대(상무)와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연습경기는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KIA가 준비한 세 차례의 연습경기(상무·롯데·자체 연습경기) 중 첫 경기였다. 네일은 가장 먼저 등판해 몸 상태를 테스트했다.

그간 불펜 피칭도 했고, 라이브 피칭도 했지만 실전은 또 다른 문제였다. 무엇보다 트라우마가 걱정됐다. 몸은 괜찮다고 해도, 실제 마운드에 서 상대 타자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예전의 아픈 기억이 다시 되살아날 수도 있었다. 심리적인 문제는 마운드에 올라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KIA는 이날 네일의 피칭 때는 안전망을 마운드 앞에 설치했다. 부상을 방지하고, 네일이 조금 더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던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조심스러운 KIA의 스탠스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네일은 안전망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공을 던졌다. 첫 등판을 문제없이 마치면서 심리적인 자신감은 배가됐을 것이다.

▲ 한국시리즈 선발로 확정된 양현종은 9일 상무와 경기에서 2이닝을 던지며 가볍게 몸을 풀고 본격적인 한국시리즈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 첫 연습경기에서 홈런 포함 장타 두 방을 터뜨리며 한국시리즈 준비 태세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한 김도영. ⓒ연합뉴스

2이닝 투구를 예정하고 선발 등판한 네일은 이날 1회 류승민을 2루수 뜬공, 박찬혁을 유격수 땅볼, 한동희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힘찬 스타트를 끊었다. 2회에는 선두 이재원에게 좌월 솔로포를 맞기는 했지만 차분하게 남은 이닝을 소화했다. 투구 수를 채우기 위해 정식 경기와 달리 투구 수가 다 찰 때까지 공을 던졌다.

네일은 박정현을 우익수 뜬공으로, 조세진을 삼진으로, 정민규를 2루수 땅볼로, 김재상을 삼진으로, 그리고 김선우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5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채 평소와 달랐던 한 이닝을 마쳤다. 2이닝 동안 9타자를 상대하면서 31개의 공만 던졌고, 1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물론 상무 타자들도 전력을 다하기는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네일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구속만 놓고 보면 기적이 내려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실전 등판이 40일 정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최고 구속은 시속 151㎞가 찍혔다. 주무기인 투심패스트볼은 147~150㎞ 수준에서 형성되며 정상 범위를 찾았다. 여기에 132~137㎞ 수준의 스위퍼, 140~145㎞ 수준의 컷패스트볼, 138~142㎞ 수준의 체인지업까지 고루 던지며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모두 실험했다. 투심패스트볼 12구의 평균 구속도 149㎞에 이르렀다. 힘이 넘치는 수치로 볼 수 있다. 구속만 놓고 보면 좋을 때의 모습을 거의 다 회복했다.

네일이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내려간 가운데 역시 한국시리즈 선발 자원들인 양현종과 에릭 라우어, 윤영철도 모처럼 마운드에 올라 몸을 풀었다. 양현종은 2이닝 동안 역시 9타자를 상대하며 37구를 던졌고, 2피안타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이날 최고 구속 146㎞를 기록했고, 포심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43㎞로 몸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음을 드러냈다. 슬라이더는 124~134㎞, 커브는 123㎞, 체인지업은 126~133㎞ 수준에서 형성됐다. 전력 피칭은 아니지만 가볍게 몸을 풀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시리즈 로테이션 운영의 키인 라우어는 2이닝 동안 10타자를 상대하며 36구를 소화했으며 4피안타(2피홈런) 2탈삼진 3실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라우어의 최고 구속은 151㎞가 나왔고, 포심패스트볼 평균은 148㎞로 정상 범주였다. 그 외에 평균 137㎞ 수준의 슬라이더, 평균 142㎞ 수준의 커터, 평균 124㎞ 수준의 커브를 섞었다. 다만 이날은 경기 결과보다는 선수 컨디션 체크에 초점이 맞춰진 연습경기인 만큼 크게 실망할 이유는 없었다.

4선발 후보로 거론되는 윤영철은 2이닝 동안 32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현재 KIA는 아직 4선발을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시즌 중반 허리 통증으로 고전했던 윤영철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점은 위안이다. 최고 구속 140㎞를 기록했고 평균 127㎞의 체인지업을 11개 던졌다. 슬라이더(4구) 평균은 124㎞, 커브(2구) 평균은 119㎞, 커터(3구) 평균은 131㎞였다. 마지막 1이닝은 곽도규가 나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푹 쉰 곽도규는 이날 최고 구속 151㎞, 평균 148㎞의 강속구를 던지며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타선은 소크라테스 김도영 최원준이 홈런을 쏘아 올리는 가운데 장단 22안타를 몰아쳐 긴 휴식기의 여파가 크지 않음을 보여줬다. 김선빈이 3안타 1타점, 최원준 김도영이 각각 2안타 3타점, 소크라테스와 한준수가 2안타 2타점, 박찬호가 2안타 1타점, 나성범이 2안타를 기록하는 등 주축 타자들이 고루 힘을 냈다. KIA는 10일 하루를 쉬고 11일과 12일 다시 훈련을 하고, 14일 오후 롯데와 연습경기를 치르며 한국시리즈를 앞둔 숙제를 계속 풀어나간다.

▲ 9일 상무와 연습 경기에서 네일의 가능성과 타선의 식지 않은 폭발력을 확인한 이범호 KIA 감독(왼쪽)과 손승락 수석코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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