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인플레이션에서 페스티벌까지 불어닥친 가격 상승
2025년, 외식 한 끼에 벌써 만 원대가 기본이고 학창시절 즐기던 자장면조차 7,500원을 훌쩍 넘는다. 세탁소, 교통, 공공요금, 모든 영역이 들썩이는 고물가 속에 생활비 부담은 갈수록 커진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대비 14%가량 오르며 주부, 직장인, 대학생을 막론한 보편적 ‘주머니 위기’ 시대를 가속시켰다. 완연한 소비 양극화의 흐름에서, 문화·여가 영역이라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고물가를 체감하는 시금석이 되는 곳이 요즘 페스티벌 현장이다.

‘888만원 티켓’ 논란과 초고가의 경계
최근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건 오는 10월 열릴 ‘매리 메들리’ 뮤직 페스티벌의 ‘1% 티켓’이었다. 1일권 11만8,000원, 양일권 14만8,000원, VIP 양일권 24만8,000원. 여기까지는 왠지 익숙하다. 그런데 극소량 한정의 ‘1% 티켓’만 무려 888만원에 책정되며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티켓은 전용 입·퇴장, 메인 스테이지 위 관람, VIP 라운지, 무제한 주류 등 화려한 특전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프리미엄 경험을 내세웠다 해도 한 장에 800만원 넘는 가격이 상식의 선을 벗어났다는 반응이 컸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측은 전량 환불과 판매 중단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꾸준히 오르는 티켓값, 청년들이 마주한 ‘문화격차’
초고가 한정 티켓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외 유명 페스티벌들과 공연 티켓값은 최근 수년간 해마다 인상돼왔다. 서울재즈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등을 비롯해 주류 대중음악 공연의 1일권은 1년 사이 9~10%씩 올랐다. 작년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공통적으로 1만~2만원은 기본적으로 상승했다. 대중음악 공연 전체의 평균 티켓 가격 역시 12만원이 넘어섰고, 연극·뮤지컬·클래식 할 것 없이 여러 장르가 동반 상승했다. 영세한 대학생, 사회초년생,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2030세대는 한 번 공연, 당일 페스티벌 즐기기조차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연의 주인공은 오직 부자?” 페스티벌 비용의 실체
티켓값만 높아진 게 아니다. 자리가 서울 도심을 벗어나 수도권, 지방에 위치하면 교통비와 식비, 숙박비까지 부담이 폭증한다. 대표적 여름 페스티벌 ‘워터밤’ 등 대형 행사 기간에는 인근 호텔과 펜션, 모텔의 숙박료가 평소보다 2~5배 뛰어서, 행사 당일 16만원이던 방이 80만원에 거래된 사례도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의 숙박요금 조사에서도 여름 성수기·축제 기간 평균 52% 인상, 일부는 400% 인상된 요금이 적용됐다. 식사 한 끼, 이동 교통비, 기념품이나 각종 부대비용을 감안할 때 결국 젊은 세대 상당수는 “현장에 굳이 가지 않는다”, “문화생활은 사치가 됐다”는 체념을 내놓는다.

저항 직전의 일상, 문화 선택의 ‘양극화’
문화 소비의 양극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할 대중 페스티벌조차 ‘쪼개진 기회’가 되어간다. 구직을 준비하는 대학생, 갓 사회에 진출한 사회초년생에게 수십만 원에 달하는 축제 참가비·교통비·식비·숙박비는 결국 ‘문화는 부자의 것’이라는 정서적 거리감을 키운다. 정작 극소수만 초고가 티켓(프리미엄존, VIP)을 확보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은 예매 자체를 망설인다. “공연 한 번 보기 위해 월급의 상당 부분을 써야 하니,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청년층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바뀌지 않는 구조, 오르기만 하는 가격, 잃어버린 일상의 여유가 이어진다.

앞으로의 문화체험, ‘공정한 접근’은 가능한가
단순히 잠깐의 해프닝이나 한두 페스티벌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물가와 함께 본격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사회 양극화의 신호음이 켜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요 내외 페스티벌은 가격 인상, 한정 VIP 예매, 체험료의 프리미엄화 경쟁에 열중하고 있다. 평범한 시민, 특히 젊은 세대가 문화 체험에서 더 이상 소외받지 않으려면 사회적·정책적 해법이 필요하다. ‘공정한 접근권’과 합리적 가격, 예측 가능한 예매 시스템 마련 등, 모두가 함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 회복이 절실해졌다. 자신의 소득이나 신분, 거주지에 따라 공연 접근성이 달라지는 현실을 극복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고민이 시급하다.
경기불안과 소비양극화가 일상 깊숙이 파고든 2025년, ‘888만원 티켓’ 소동은 단순한 기이한 해프닝이 아니라 이 시대 문화·생활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소비자의 주머니 현실, 문화생활의 기회, 합리적 가격 설정, 그리고 세대 간의 공감대 회복을 위한 근본적 논의 없이는, 아무리 화려한 무대도 결국 ‘거리의 벽’ 앞에 좌절될 수밖에 없는 진실을 일상은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