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때나 있을법"..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금 속속 폐지
인구증가 효과도 크지 않아
코로나로 결혼 이민도 줄어
12년간 운영했던 충북 증평
2017년 이후엔 신청자 없어
미혼 남녀 미팅으로 선회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시행했던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사업'이 사라지고 있다. 외국인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매매혼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국제결혼 지원사업 자체가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23일 복수의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북 울진군, 충북 음성군, 충남 금산군은 차례로 국제결혼 지원 조례를 폐지했다. 올해에는 경기 양평군·남양주시와 더불어 전남 화순군에서 국제결혼 지원 폐지 조례가 공포됐다. 이로써 경기도에는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오는 30일 폐지하는 증평군과 더불어 경남 또한 지난 15일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 조례 폐지 조례안'을 입법예고했고, 경남 의회 의결을 거쳐서 올해 안으로 공포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1년 사이 폐지하는 지자체가 부쩍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국제결혼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엔 결혼이민자가 전년 대비 4.3%나 증가했지만 이듬해 1.5%로 증가 폭이 줄었고, 2021년엔 0.01% 증가에 그쳤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결혼이민 추이를 살펴보면 베트남 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베트남이 코로나19로 출입국을 강하게 통제하면서 결혼이민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농촌 남성과 베트남 유학생의 결혼을 주선하려던 경북 문경시의 국제결혼 지원사업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문경시는 '인구 증가를 위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이라는 공문을 법무부 출입국 대행사인 한 행정사무소에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한국이주여성연합회 등 시민단체와 베트남 유학생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 유학생 여성을 국제결혼의 대상으로 삼는 모욕적이고 성차별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후 여성가족부도 나서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침해 문제 등이 제기됨에 따라 바람직한 다문화 지원 정책 방향 정립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제결혼 지원 조례와 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에 정비를 권고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제결혼 지원사업을 대신해서 지자체들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미팅 파티 주최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4일 경남 함양군은 '솔로 노노 디너파티'를 개최해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했다. 총 3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큰 인기를 끌어 3명 늘어난 33명이 참가했다.
함양군 관계자는 "파티에서 총 10명의 커플이 나왔다"며 "효과가 좋아서 내년에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남 사천시도 오는 11월 '사천시 미혼 남녀 연인 만들기' 행사를 열 계획이다. 사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공공기관 직원만을 대상으로 한 행사가 효과를 봐서 올해는 전 사천시민을 대상으로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광석 인하대 이민다문화정책학 교수는 "지자체의 미혼 남녀 만남 주선 행사가 실효성은 있을 수 있지만, 단기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며 "당장 생산가능인구를 데려올 수 있는 이민정책과 함께 인구정책이 투트랙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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