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Universe] 연세대학교 김진형

그렸었던 꿈들과

돈을 이체할 때 수수료가 필요하듯이, 노력을 결과로 바꿀 때도 100만큼의 노력에 100만큼의 보상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도 힘들여 쟁취해 낸 결과들에는 늘 그만한 가치가 따라오기 마련. 터질 듯이 가슴 뛰었던 순간들은 다음 발걸음을 위한 값진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외야의 가장 넓은 중심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고, 수없이 많은 베이스를 훔치던 김진형은 잠시 달리기를 멈춰야 하는 지점을 만났다. 다음 코스가 그의 발걸음을 어느 길로 이끌어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훗날 빛나게 될 때 이 순간을 돌아보며 이 고뇌와 아쉬움마저 추억으로 회상하기를 바란다.

Photographer 나인비 Editor 손하현 Location 연세대학교

김진형

출생 2002년 10월 6일
신체조건 176cm 78kg
출신교 수원북중-유신고-연세대
포지션 외야수
투타 우투우타
2024년 성적 19경기 타율 0.391 27안타 0홈런 14타점 17도루 OPS 0.946

#만능 플레이어

시즌을 마친 지 좀 됐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12월 9일 인터뷰)
4학년이라 시즌이 아예 끝난 요즘에는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근처에 한식당 집이 하나 있는데, 한 번도 안 해봤던 아르바이트를 최근에 시작했어요.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서툴고 힘들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면서 능숙해졌어요. 새로운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여러모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어요.

인터뷰 전 화보 촬영은 어땠어요?
재밌기도 했는데, 많이 해본 게 아니라서 그런지 어색한 게 더 크네요.

주루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요. 주루가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우선 기본적으로 달리기가 빠른 편이에요. 남들보다 더 빨리 뛰죠. 그리고 동시에 상황에 맞게 잘 판단하는 능력이 제 장점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센스 있는 편이 아닌가 싶어요.

타격, 주루 중 어디에 더 집중하는 편이에요?
올해는 3번 타자로 자주 출전했어요. 그래서 타격을 더 신경 쓰긴 했죠. 근데 선두 타자거나, 출루해서 주루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도 있었기 때문에 항상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가 다릅니다. 매번 다르게 대처하려고 했어요.

투수를 상대할 때, 어떤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서나요?
앞 타자들이 승부하는 모습을 보고, 그 투수가 주로 던지는 구종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요. 그다음에 투수의 습관 등 사소한 부분을 의식하면서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죠. (상대하기 가장 어려웠던 투수는 누구였어요?) 그냥 기억에 남는 선수로 골라보자면 강릉영동대학교의 김민주 투수요. 저보다 한 살 위의 사이드암 투수였어요. 공을 칠 수 있다는 느낌이 아예 안 들더라고요. 우타자가 배트에 맞히기 정말 힘들다는 느낌을 받는 공이었는데, 실제로 그날 치지 못한 게 기억나요.

올해는 3할 9푼이라는 높은 타율을 기록했어요. 만족할 만한 기록이라고 보나요?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고타율이니까 만족해요. 다만 원래 이것보다 훨씬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있었거든요. 훅 떨어지면서 지금 정도 타율이 된 거니까 아쉬움이 남죠. 올해 솔직히 타율보다는 홈런이나 장타를 많이 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 때문에 마냥 만족할 만한 기록이라고 보기는 어렵겠더라고요.

2024시즌 동안 27안타와 17도루를 달성했어요. 타격과 주루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았는데, 비결은 무엇일까요?
원래 잔부상이 잦은 스타일이에요. 작년에도 동계 훈련이 정말 중요한데, 그 시기에 다치는 바람에 3, 4달 정도 운동을 하지 못했어요. 이번 시즌에는 동계 때부터 부상을 당하지 않아서 꾸준히 운동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고 볼 수 있죠.

체격이 큰 편이 아닌데도 장타율이 5할에 근접해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장타율이 그 정도나 되나요? 올해 장타를 못 친 줄 알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체격에 비해 손목 힘이라거나, 힘을 쓰는 운동 신경이 좋다는 평가를 종종 들었어요. 가지고 있는 힘이 괜찮은 편이죠.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거든요. (3대 중량은 어느 정도 나와요?) 재보진 않았는데, 400 정도는 들지 않을까 싶어요.

대통령기 전국 대학야구대회에서 감투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감투상은 준우승한 팀 감독님이 주시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열심히 하기도 했고, 결승전에서 크게 지는 상황이 왔었는데, 이날 마지막 이닝까지 볼넷 출루도 하고, 이기려고 끝까지 애쓰는 모습을 보인 게 감독님 눈에 좋게 보였던 것 아닐까요?

대통령기와 U-리그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어요. 올해 유독 강했던 연세대학교 팀워크의 비결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요?
올해 팀에 4학년이 다섯 명이라 적은 편이었어요. 후배들도 많이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저희가 잘했다기보다는 밑에서 받쳐 주는 후배들이 각자 역할을 잘 해줘서 성적이 더 좋게 날 수 있었어요. 군기도 별로 없이 선후배끼리 더 친하게 지내는 분위기였던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비결입니다.

정기전 후기도 간단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1학년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정기전을 못 했어요. 2학년 때부터 정기전을 할 수 있었죠. 2, 3학년 연속으로 이겼는데, 그래서 올해 졸업하는 해인 만큼 정기전에 이기고 기분 좋게 졸업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필 제가 졸업하는 해에 지니까 더 아쉽더라고요. 마지막 정기전이잖아요. 언제 다시 뛰어볼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니까 다른 대회나 시합에 비해서 아쉬움이 더 컸어요. 차라리 작년에 졌으면 아쉬움이 좀 덜 했을 텐데요. (씁쓸)

작년 정기전에서 적시타 후 파이팅이 넘치는 세리머니를 보여줬어요.
성격이 활발한 편이긴 한데, 낯도 꽤 가려서 세리머니를 잘 안 하는 성격이에요. 근데 그때는 사람도 많고, 분위기도 좋고, 함성도 들리니까 텐션이 너무 올라가서 저도 모르게 동작이 크게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연세대학교 야구부 학생으로서, 정기전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경기죠. 아마추어 선수인데도 학우들, 외부인들이 오셔서 응원해 주시잖아요. 아마야구에서 이 정도로 큰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게 좋기도 하고, 영광이기도 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학교의 가장 큰 축제 중에 하나기도 하죠.

밸런스 게임 하나 해볼까요? 본인이 4타수 무안타를 쳤지만, 정기전 승리하기 vs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지만, U-리그 왕중왕전 4강에서 탈락하기!
후자를 골라도 연고전을 무조건 지는 건 아니잖아요? (에이, 그건 모르는 거죠!) 그러면 히트 포 더 사이클 치는 걸로 고를게요. 아무나 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야구를 13년 정도 했는데, 연습 경기를 포함해서 한 번도 못 쳐봤거든요. 연고전은 잘 준비해서 이기면 되죠.

가장 편한 수비 위치는 어디예요?
아무래도 중견수가 제일 편하죠. 외야에서 중앙에 있기도 하고, 타석에 있는 타자랑 일자로 서 있어서 공이 날아올 때 타구를 판단하기도 훨씬 편해요. 수비 범위가 양옆으로 넓으니까 수비하기도 편하죠. 외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제 수비 능력을 뽐낼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수비할 때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특별한 팁은 없고, 연습량을 얘기하고 싶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외야수를 주로 했는데, 볼을 세 박스씩 세워두고 펑고를 받으면서 수비가 많이 늘었거든요. 연습과 센스가 적절히 합쳐질 때 비로소 수비가 늘기 시작하더라고요.

#시작과 끝

야구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4학년 말쯤에 시작했는데, 아버지가 야구를 되게 좋아하셨어요. 어렸을 때 야구장을 같이 다니면서 꿈을 키워왔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저한테 “이제 운동할 거야, 공부할 거야?”라고 물으셔서 운동하고 싶다고 말했죠. 그렇게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 야구를 시작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처음 배울 때는 그저 시합을 자주 하고, 날아오는 공을 치고, 멀리 던지는 운동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알고 보니까 경기 말고도 러닝, 기초체력 같은 운동은 물론이고, 다른 힘든 것도 해야 하더라고요. 단순한 연습도 많이 했고요. 그런 게 처음 예상한 것과는 달라서 어릴 때 조금 힘들었어요.

포지션을 바꿔야 한다면, 바꿔보고 싶은 포지션이 있어요?
투수를 해 보고 싶어요. 투수가 공을 던져야 야구를 시작하기도 하고, 투수가 어떻게 던지는지에 따라서 그날 경기 결과가 좌지우지되니까요. 한 번쯤은 그런 역할을 해 보고 싶다고 상상했죠. (지금 포지션을 바꿀 기회가 온다면 잘할 것 같아요?) 솔직히 그렇지는 않아요. 그냥 막연히 해보고 싶다는 마음 정도입니다.

지금 등번호로 7번을 쓰고 있어요. 이 번호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대학 생활에서 마지막으로 다는 번호잖아요. 항상 7번을 다는 야구선수들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7번이 행운의 번호기도 하고요. 마지막 1년이라 그동안 달아보고 싶었던 번호를 한번 달아보고 싶어서 7번을 골랐죠. 물론 여태 단 번호 중에는 33번이 제일 의미 있는 번호에요. 처음 야구를 시작하면서 쓴 번호이기도 하고, 중학교 때도 33번을 달았는데 그때 정말 잘했거든요. 또, 제가 삼성 라이온즈의 박한이 선수를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그 선수를 보고 단 번호이기도 하고, 동시에 잘 되기도 해서 의미가 커요.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대학교 2학년 때요. 돌아가서 조금 더 열심히 할 거예요. 그때는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거든요. 팬데믹이 끝난 직후여서 대학에 왔다는 게 실감 나기도 하고, 놀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컸어요. 사실 야구도 하긴 했지만, 놀기도 많이 놀아봤거든요.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진짜 열심히 할 자신이 있어서요. 할 수 있다면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2024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했지만, 호명되지 않으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어요.
U-23 대회 때문에 중국에서 보고 있었는데, 계속 안 불리니까 답답했죠. 큰 기대는 안 하고 있었긴 한데, 막상 안 되니까 현실이 무겁게 다가왔어요. 대회 중인데 드래프트도 안 된 상태로 운동을 마저 하려고 하니까 할 힘이 안 생기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잘 헤쳐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인생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아직 군대 문제가 남아 있어서, 일단 내년 3월에 입대할 예정이에요. 군대에 갔다 와서 앞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보려고요. 야구를 더 해볼까… 하는 마음도 있긴 해요. 근데 현역으로 입대하면 1년은 넘게 운동을 쉬어야 하니까 그런 것도 걱정이고요. 자세한 건 군대 안에서 고민해 보지 않을까요? 야구 말고는 요리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제가 요리를 해서 식당이나 주점을 차린다거나, 그런 상상을 한 적도 있거든요.

김진형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 스물세 살인데, 13년을 야구했으니까,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한 거네요. 끝이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죽을 때까지 떠오르지 않을까요? 야구선수가 아니더라도, 야구를 챙겨 볼 테니까요. 평생 함께하겠죠.

마지막으로 인사 남기면서 인터뷰 마칠게요.
앞으로 야구를 더 할지, 그만둘지는 모르겠지만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저는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래서 야구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무엇이든 성공해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더 멋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5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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