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기술로 지역 일자리 사라진다…가장 위험한 곳은? [AI 산업혁명]③

송근섭 2025. 12. 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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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인공지능(AI)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


■ 인공지능·로봇 일자리 대체로 지역 불균형 심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빠른 발전, 그리고 두 기술의 결합으로 산업 현장에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직종에서는 인간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신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그 범위가 점차 확장될 거라고 많은 전문가가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결합으로 많은 일자리가 대체될 경우,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 불균형'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는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온 고려대학교 구교준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인공지능 산업혁명'과 '지역 일자리 소멸 위기'의 상관성을 분석했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로 인한 지역별 일자리 대체 지수 (그래픽: 오은지)


■ KBS·고려대 연구팀, 일자리 대체 가능성 지수 분석

연구팀은 먼저 미국의 주요 직업 정보 데이터베이스인 ONET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업별 직무에 필요한 '역량'과 '기술', '지식'의 중요도와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일자리 대체 가능성 지수'를 측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과학과 공학, 자연과학 분야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각 직무를 어느 수준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 0점부터 10점까지 척도로 평가하도록 설문 조사해,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도 반영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도출된 '일자리 대체 가능성 지수'를 한국의 각 직업에 적용해, 향후 대체 가능성을 0부터 1사이 값으로 정리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직종별 '일자리 대체 가능성 지수'를 합산해, 우리나라의 지역별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지역마다 주력산업의 비중은 물론, 직업의 분포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대체 가능성 지수'에서도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그 결과,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우리나라의 일자리 대체 위협 지수는 평균 0.6653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일자리의 평균 60% 이상은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로도 일정 부분 대체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시·군·구별, 나아가 광역 시·도별 일자리의 대체 가능성도 살펴봤습니다. 먼저 시·군·구마다 대체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가 얼마나 많은지를 분류하고, 전체 229개 시·군·구 가운데 일자리 대체 위협 지수가 높은 상위 30% 지역(69곳)을 추렸습니다. 그리고 광역 시·도에서 이런 상위 30% 지역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리했습니다.

한국 기업에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 특정 산업·일자리 집중, 대체 위험도 커

연구팀은 이렇게 일자리 대체 위협이 큰 지역을 강원(상위 30% 비율 77.8%), 경북(52.2%), 인천과 제주(각 50%), 충북(45.5%) 순으로 분석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우, 전체 18개 시·군 가운데 14곳이 일자리 대체 위협 지수가 높은 상위 30% 시·군·구에 포함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에 의해 '지역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큰 지역의 공통점은 특정 산업과 직종의 집중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는 것입니다. 강원의 경우, 청소원·환경미화원, 건설·광업 단순 종사자, 제조 관련 단순 종사자, 조리사 등 단순 기능·노무직에 종사하는 인구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직업들은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로봇 기술로도 대체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주민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입니다.

충청북도의 경우 다른 시·도보다 특화된 직업들을 살펴보면 음료 제조 관련 기계 조작원, 기타 식품 가공 관련 기계 조작원, 전기·전자 부품 제조 장치 조작원, 기타 기계 조작원, 비금속제품 생산기 조작원 등 '제조업' 종사자 비중이 높았습니다. 이런 일자리의 대체 가능 지수도 0.603부터 최대 0.832에 이르는 등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사람보다 기계가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분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충북의 산업별 취업자 수 통계 (그래픽: 오은지)


■ "지역 소멸 늦추려면 산업 다각화 필요"

문제는 자치단체마다 당장 눈에 띄는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이런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충북의 산업별 취업자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제조업이 20만 천 명으로 전체 취업자(98만 4천 명) 가운데 20.4%에 달했습니다. 이미 제조업 현장에서는 자동화 시스템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로봇까지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연구팀의 분석처럼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일자리 대체가 현실화했을 때, 기존 근로자들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일자리를 잃는 상황은 불가피한 겁니다.

연구팀은 '산업의 다각화'를 강조합니다. 향후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일자리가 위협받겠지만, 산업이나 직종마다 그 도입 속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산업의 다각화를 통해 그 충격파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지역 일자리 대체 위협 지수가 낮은 지역은 서울과 대전, 세종 등으로 분석됐습니다.

연구팀을 이끈 고려대 구교준 교수는 "어떤 한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지역보다, 수도권이나 대전처럼 지역의 경제·산업 구조가 다양한 곳은 일자리가 단기간에 대체될 위험성이 낮았다"면서 "특정 산업이나 업종에 치중된 개발 전략이나 방향성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기술 발전과 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지역 일자리 소멸'의 예시로 미국 클리블랜드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구 교수는 "철강이나 정유 산업이 발달했던 공업도시 클리블랜드가 20세기에는 오늘날의 실리콘밸리처럼 잘 나가는 도시였다"면서 "하지만 어떤 산업이든 흥망성쇠의 사이클이 있고, 그 산업이 쇠락할 때 도시의 모습도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금 클리블랜드의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어떤 특정 산업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게 됐을 때, 그 산업의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다른 곳보다 근로자 이탈이 많아지면서 '지역 소멸'의 속도까지 빨라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우려했습니다.

구 교수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도입으로 경쟁력이 강화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기업이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상당히 암울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면서 "새 일자리 없이 기존의 일자리만 없어진다면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고,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인공지능 기술 도입의 과도기에 나타날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우리 사회가 미리 대책을 논의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 영상] KBS청주방송총국 보도특집 〈올해 신입사원은 로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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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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