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의 여정, 영화로 보기엔 아까웠던 이유

조회수 2022. 12. 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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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탄생> ⓒ CJ CGV(주), (주)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698] <탄생> (A Birth,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탄생>의 스포일러(역사적 사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선 최초의 가톨릭 사제, 김대건 신부의 일생을 담아낸 최초의 극영화가 도착했다.

<탄생>은 2021년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을 기념하며 만들어진 작품.

1821년 충청남도 당진에서 태어나, 1836년 '모방'(토마스 L. 페데릭센) 신부에 의해 신학생으로 발탁된 '김대건'(윤시윤)은 '최방제'(임현수), '최양업'(이호원)과 함께 마카오에 있는 파리외방전교회 동양경리부로 가게 된다.

'리브와'(로빈 데이아나) 신부의 배려로 그곳에서 철학과 신학 과정을 이수한 '김대건'은, '페레올' 주교의 지시로 조선으로 향할 수 있는 새로운 잠입로를 개척하기 위해 나선다.

당시 조선은 성리학을 국가의 기본 이념으로 삼았기 때문에, 다른 종교와 사상은 억압에 나서고 있었다.

특히 '서학'이라는 이름으로 보급되었던 천주교의 박해가 심했는데, 조정은 정적 숙청과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신해박해(1791년),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등을 일으켰다.

기해박해로 '김대건'의 아버지 '김제준'(최무성), 은사 '모방' 신부, '엥베르'(폴 배틀) 주교 등이 순교했다는 소식을 들은 '김대건'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주로 직행하는 길이 아니라, 남만주를 거쳐, 두만강을 건너 함경도로 잠입하려 했으나, 이 역시 여의찮아지자 '김대건'은 만주로 다시 돌아간다.

1844년, 부제가 된 '김대건'은 우여곡절 끝에 조선으로 돌아가 서울에 자리를 잡는다.

1845년, 박해의 타격을 입은 천주교회를 수습한 이후, 상해로 건너간 '김대건'은 '페레올' 주교의 집전 아래 신품성사를 받고, 조선 최초의 신부가 된다. 하지만 전교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1846년, 서양 성직자의 잠입 해로를 개척하던 '김대건'은 순위도에서 체포되어 압송됐고, 그해 9월 25세의 나이로 새남터(현재의 용산 근처)에서 처형된다.

이후, 1857년 교황 비오 9세가 '김대건'을 가경자로 선포했고, 1925년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시복됐고,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됐다.

김대건 신부는 순교로 인해 짧은 생애를 보냈음에도, 평등사상과 박애주의를 실천하면서, 동시에 '조선 전도'를 제작해(극의 후반부에 등장한다) 조선을 유럽 사회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런 점이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이념과 부합해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한 것. 약 15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탄생>은 보여줄 수 있는 스펙터클을 모두 쏟아부어 만들어졌다.

마카오 유학 시기부터, 프랑스의 극동함대 사령관 '세실'의 에리곤호 승선, 아편전쟁 당시의 난징조약 장면, 동서 만주 육상 입국로 개척, '라파엘호'의 서해 횡단, '백령도' 해상 입국로 개척 등을 실감 나게 보여준 것.

서울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촬영됐다는 비경을 보는 맛도 있었고, '김대건'을 연기한 윤시윤의 고생도 눈에 고스란히 보였다.

안성기, 윤경호, 신정근, 이문식, 최무성, 백지원, 이준혁, 강말금, 김강우 등 연기 잘하는 명품 배우들이 곳곳에 배치됐음에도 불구하고, 튀는 것 없이 매끄럽게 연기가 이어진 것도 훌륭한 대목.

한편, <탄생>은 마카오로 가게 된 15살부터 순교한 25살까지, 10년간의 이야기를 담아냈으나, 150분이라는 상영시간은 다소 부족해 보였다.

마치 OTT의 오리지널 9부작 드라마를 150분의 하이라이트로 본 느낌이랄까? 저마다의 인물에게 서사를 부여하려 했으나, 단편적으로 끝나는 이야기의 연속이라 극의 몰입도를 감소시키고 말았다.

만약 영화라는 '극장 상영 시간이 고려될 수밖에 없는', '시간 제약이 있는 매체의 틀'로 '김대건' 신부를 조명하고자 했다면, 그가 체포되고 난 이후의 시간을 응축해서 보여주는 것은 어떠했을까?

'예수'의 마지막 12시간을 담은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년)처럼.

2022/12/02 CGV 영등포

탄생
감독
박흥식
출연
윤시윤, 안성기, 윤경호, 이문식, 이경영, 신정근, 이호원, 송지연, 최무성, 백지원, 하경, 성혁, 임현수, 남다름, 김광규, 박지훈, 차청화, 강말금, 이준혁, 로빈 데이아나
평점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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