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 패턴 없는 찰진 손맛!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체험기

2년 전, 왕좌의 게임: 킹스 로드가 지스타 넷마블 부스에서 처음 공개 될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워낙 유명한 원작이라 그 이름값만 사용해 그렇고 그런 모바일 게임 정도로 나올줄 알았다. 첫 공개부터 플레이 버전이 나왔지만 솔직히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모바일 MMORPG 전문 회사인 넷마블이 만들기엔 '왕좌의 게임'은 결이 맞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 얼마전에 테스트 버전을 다시 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가. 2년 전 버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완전 다른 게임이 되어서 나왔다. 절치부심, 개발자들이 이 게임에 얼마나 진심을 담았는지 느낌이 왔다.

그렇게 넷마블의 신작 '왕좌의 게임: 킹즈로드'는 첫인상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놀라움의 첫번째 근거는 그래픽이다.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구현된 웨스테로스 대륙은 드라마의 황량한 감성을 그대로 담았다. 원작의 비주얼은 뭔가 거칠고 둔탁한 느낌이 있다. 단순히 언리얼 엔진 엔진이 구현한 짱짱하고 때깔 좋은 그래픽으로는 담을 수 없는 감성이다. 게임은 단순한 고증을 넘어 원작의 느낌과 감성을 살리는데 공을 들인 것이 느껴졌다. 눈 덮인 북부의 장벽이나 거친 질감의 냉병기와 방어구 묘사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게임을 시작하면 자신의 캐릭터를 골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외형만으로도 충분히 게임의 느낌을 전해 받을 수 있다.
기사, 용병, 암살자 총 3개의 클래스가 지원된다. 각각의 클래스 특징은 일반적인 MMORPG와 비슷하다.

게임의 배경은 드라마 시즌 4 무렵을 다루며(적어도 원작에서 가장 충격적인 에피소드인 '피의 결혼식' 이후의 시점을 다룬다) 플레이어는 북부의 몰락한 가문의 후계자가 되어 거친 전장의 한가운데로 뛰어든다. 게임은 큰 틀에서 원작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디테일한 사건들은 오리지날 스토리로 채운다.

이미 정해진 결말을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구조다. 주인공겪인 존 스노우, 볼튼 가문 등 원작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며 세계관에 직접 참여하는 느낌을 주는 점이 특징이다. 서사 구조가 탄탄해 원작 팬뿐만 아니라 원작을 보지 않은 유저들도 몰입하기에 좋다.

100% 수동 전투, 장판 패턴 없는 찰진 손맛

이 게임의 가장 큰 차별점은 모바일 게임에서 보기 드문 '100% 수동 전투'다. 자동 사냥에 익숙한 유저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액션 RPG 본연의 '손맛'을 잡기 위한 넷마블의 승부수는 명확해 보인다. 회피와 패링을 중심으로 설계된 전투 시스템은 매 순간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패링으로 적의 공격을 쳐내고 반격하는 손맛은 '어새씬크리드 발할라'같은 콘솔 액션 게임 못잖다.

클래스는 기사, 용병, 암살자 세 가지로 나뉘며 각자의 전투 스타일이 뚜렷하다. 기사는 묵직한 방어와 반격을, 용병은 타격감을, 암살자는 빠른 연계기가 특징이다. 특히 기사의 방패 패링 성공 시 전해지는 손맛은 중독성까지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이 게임은 왠만하면 모바일 버전보다 PC버전으로, 키보드 보단 패드로 플레이하길 권한다. 보스전 역시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판 패턴을 피하고 약점을 공략해야 해 콘솔 게임의 재미를 선사한다. 필자는 이 점에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판 패턴이 이 게임에선 없다. 오로지 패링과 회피로 보스의 공격에 반응하며 전투를 치뤄야 한다.

세미 오픈월드로 펼쳐진 비정한 판타지 정치게임

단순한 전투를 넘어 오픈월드를 탐험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킹스로드의 오픈월드는 완전 개방형 오픈월드가 아닌 세미 오픈월드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오픈월드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장치들은 다 구현되어 있다.

수집품을 찾거나 영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액션외에도 게임의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다. 원작의 핵심 키워드인 '권모술수'와 '정치' 요소도 퀘스트 곳곳에 녹아 있다. 선택에 따라 가문의 운명이 바뀌는 분기점들은 유저에게 끊임없는 고민을 던져준다.

다만 수동 조작을 강조하다 보니 모바일 환경에서의 피로도는 숙제로 남는다. 화면이 작은 기기에서 콘솔 게임에서나 있을법한 세밀한 컨트롤을 유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PC나 콘솔 환경에서 즐기기에 더 적합한 구성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원작의 현실적이고 잔혹한 연출을 최대한 구현하려 노력했다.

물론 원작 자체가 워낙 자극적인 내용이 많아서인지 일부 장면에선 다소 순화된 점도 팬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넷마블 캐주얼 RPG에선 상상도 못할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 즐비하다는 건 확실하다. 원작처럼 완전한 성인 취향의 액션RPG로 나왔다. 캐릭터들의 대사도 기존 넷마블 RPG처럼 직관적이고 일차원적이 아닌, 은유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다. 물론 원작이 그랬던것 처럼 다수 성적 표현이나 욕설도 많이 나온다.

북부에서 다양한 종족들이 서로를 죽이고 학살하면서 살고 있다.
왕좌의 게임의 주인공 존스노우도 게임의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원작이 그랬던것 처럼 게임에서도 선악의 구분이 없다.
원작의 주요 빌런 화이트 워커.
조각난 시체들로 쌓은 표시. 원작에서 가장 충격적인 이 장면. 게임에서도 가감 없이 묘사됐다. 이런 신체 회손은 기본이고 피부를 벗겨 매달아 놓는 장면, 식인 장면, 고문하는 장면 등 자극적인 장면이 즐비하다

원작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웰메이드 RPG

넷마블은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 칠대죄, 나혼렙, 아스달 연대기 등 유명 IP를 가져와 게임으로 만드는 데는 정말이지 탁월한 능력이 있는 개발사다. '왕좌의 게임: 킹즈로드'는 넷마블의 IP 활용 능력이 정점에 올랐음을 증명한다. 이젠 양산형 게임의 틀에서 벗어나 원작의 감성을 게임적 재미로 치환하려는 절실한 노력이 보였다. 그리고 그 노력의 중간평가를 하자면 제법 성공적이라 확신한다. 묵직한 액션과 방대한 서사를 선호하는 유저라면 충분히 기다려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게임의 기본기는 괜찮다. 앞으론 조율의 문제가 남았다. PC와 모바일로 나오기 때문에 재미와 편의성을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 또한 이미 결말이 나 있는 원작에서 어느 정도를 받아들이고, 어느 지점을 버려야 하는 지도 조율해야 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무료게임을 확정하고 나오는 것인 만큼 게임의 BM도 조율해야 할 숙제다. 장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세계관의 생명력을 얼마나 이어갈지가 중요하다. 철왕좌를 향한 넷마블의 도전이 유저들에게 어떤 경험으로 다가올지 정식 출시버전을 기대해 본다.

유저들끼리 모여 거대 보스를 잡는 멀티 플레이는 몬스터헌터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