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나주 메타세쿼이아길 탐방

도심을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리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울창한 숲의 그늘일지도 모른다.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이 만든 초록빛 터널을 걷다 보면, 세상의 소음은 멀어지고 마음은 느릿하게 안정을 찾아간다.
이런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길이 전라남도에는 두 곳이나 있다. 하나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또 하나는 신비로운 여름꽃이 물들인 나주 산림자원연구소의 메타세쿼이아길이다.
담양, 1,300그루가 만든 영화 같은 풍경

전라남도 메타세쿼이아길 명소, 담양/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72년 조성된 전남 담양군의 메타세쿼이아길은 국도 24호선을 따라 약 5km에 걸쳐 1,300그루가 줄지어 서 있다.
이국적인 풍경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누구든 한 번쯤은 영화의 한 장면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길 중앙에 서면 마치 영국 근위병의 사열처럼 질서정연한 나무들이 반긴다. 봄에는 연한 새잎이,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가을엔 오색 단풍이, 겨울엔 나뭇가지 실루엣이 또 다른 매력을 더한다.
이용 시간은 하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동절기에는 오후 6시까지며, 입장료는 성인 2,000원으로 부담 없는 수준이다. 인근에 마련된 주차장 덕분에 차량 방문도 편리하다.
특히 늦가을, 낙엽이 겹겹이 쌓인 길 위를 걷는 순간은 많은 사진가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사진 하나에도 계절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남다른 감성을 자아낸다.
나주, 보랏빛 융단이 펼쳐지는 비밀의 숲길

전남 나주시 다도면에 위치한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는 연구기관이자 일반에 개방된 산림치유 공간이다. 이곳 메타세쿼이아길은 담양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여름 한정 특별한 풍경을 자랑한다.
바로 메타세쿼이아 아래를 가득 채운 ‘맥문동’이다. 7월 말부터 피기 시작해 8월 초 절정을 이루는 이 보랏빛 야생화는 녹음과 선명한 색감 대비를 이루며 마치 보랏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비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흐린 날이나 비가 갠 직후엔 더욱 선명해지며, SNS에서도 ‘숨겨진 인생샷 성지’로 통한다.
게다가 이곳은 입장료가 없고, 산책로는 경사가 거의 없어 유모차와 휠체어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다.
방송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하며, 숲 속 쉼터와 향나무길, 산림치유 프로그램까지 마련돼 있어 단순 관광을 넘어선 경험을 제공한다.
느리게 걸을수록 선명해지는 여행

두 곳 모두 메타세쿼이아의 그늘 아래를 걷는 길이지만, 풍경이 주는 인상은 다르다. 담양은 정제된 나무열과 도로가 만들어내는 고전적 아름다움이 돋보이고, 나주는 자연 그대로의 숲길과 계절마다 달라지는 감성이 중심이 된다.
담양은 시원하게 뻗은 길 위로 경쾌한 걸음이 어울리고, 나주는 비밀 정원을 탐험하듯 천천히 걷는 여정이 자연스럽다. 걸음의 속도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고, 느끼는 감정도 깊어진다.
두 메타세쿼이아길은 걷는 이의 리듬과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화려하지 않아서 더 마음에 오래 남는 길, 조용하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은 길.
이번 여름, 어느 초록 터널 아래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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