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만 보면 마음이 편한 이유

날마다 새로운 게 쏟아지는 OTT와 유튜브 세상, 하지만 이런 요즘에도 계속되는 현상이 있다. 유독 <무한도전>을 무한반복해서 다시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 유튜브 댓글로 “왜 3040 남성들은 아직도 무한도전을 돌려보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이거 뭐 밥 먹을 때 틀어놓는 게 국룰이라 그냥 재밌으니까 보는 거 아닐까라고 처음엔 생각했는데 뜻밖에 심오한 의미가 포함돼 있었다.

과거의 유명 프로그램을 반복시청하는 것은 너무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따라가고, 새로운 선택을 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선택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 좋은 시절로 기억되는 과거를 회상하는 효과가 있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부 명예교수
"3040(세대) 이분들이 과거를 돌아본다는 거는 삶이 너무나 따라가기 바쁘고 변화가 바쁘고 이렇다 보니까 불안함이라든가 혹시 내가 제대로 적응을 못해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이런 두려움 때문에 옛날에 내가 익숙했던 것들, 재밌었던 것들을 보면서 현재의 불안함이나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그러한 힘을 찾아내는 게 아닐까 싶으네요."

시기적으로 대중문화의 전성기였기 때문에 이 때의 프로그램들이 가지는 정서 자체의 매력도 이유로 꼽혔다. 무한도전이 줬던 날 것 그대로의 원초적인 재미와 실험정신에 주목하기도 한다. 멤버들 간의 케미도 그만큼 뛰어나서 오프닝 때 주고 받는 티키타카만으로도 재미를 보장했던 시절이었다.

유명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시청해온 팬덤에서는 ‘준사회적 관계’가 형성된다. 쉽게 말해서 해당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내적 친밀감을 말한다. 즐겨봤던 프로그램에 나오는 멤버들을 다시 화면에서 만나면서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는 세대에게는 나의 10대부터 함께 성장해온 이 프로그램을 보는 것 자체가 옛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는 거다.

사실 이런 현상은 외국에서도 꽤 일반적이다. 시트콤 인기가 높은 미국에선 우리나라의 무한도전만큼이나 90년대와 2000년대를 상징하는 프로그램은 <프렌즈> <빅뱅이론> 등인데, 이런 프로그램을 무한반복 시청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상을 예전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금 세상에선 이런 현상이 더 널리 퍼진 감이 있다.

그러니까 3040세대의 경우 시기적으로 봤을때 현재의 피곤한 직장생활과 육아 불안한 노후 등 수많은 고민거리에 지쳐있는 이들에게 무한도전을 보며 울고 웃었던 그 기억들은 심리적으로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수단 일종의 ‘자가치료’ 내지는 셀프테라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거다. 온라인에서는 없는 게 없는 무도유니버스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노스트라다무스급의 무도 짤들이 회자되고 있는 것도 아직도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일거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부 명예교수
“항상 모든 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한다고 그럴 때는 그거는 현재 나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걸 하는 거예요. 안 그렇다면 그걸 우리가 되풀이할 리가 없지”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시기 문화에 주목하는 학자도 있었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전성기였던 당시 콘텐츠가 가지는 매력 자체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

박세란 서울디지털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문화적으로 가장 어떻게 보면은 중요했던 시기가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2010년까지 이 시기니까 그때 생산된 콘텐츠들에 대해서 좀 향수를 갖는 거는 일반적인 현상인 건 같은데. 자기가 젊었을 때에 조금 재미있게 보았던 콘텐츠들을 되게 좋아하는 것들은 문화적으로 좀 풍요로운 세대였기 때문에 그때의 향수이지 않을까”

또 현재의 3040세대는 대부분 이때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인데, 사람의 취향 자체가 대개 청소년기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때의 개그코드라든지 감성을 여태까지 가지고 있어서 이 때 나온 프로그램에 더 재미를 느낀다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박세란 서울디지털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사람들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노래의 취향이요. 보통 10대에서 머물러 있대요. 20대도 아니고 10대 연구 결과들 보면 사실은 자기가 가장 감수성 예민했던 시절에 받아들인 그 감수성으로 계속해서 살아나가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리하면 3040 세대가 옛날 프로그램을 다시보기 하는 건, 그만큼 빠르게 변하는 요즘 세상이 힘들기 때문에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과정이기도 하고, 또 자신의 감성에 가장 잘 맞는 그때 그 시절 프로그램을 보며 웃음을 찾고 싶어하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