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헬스장 영상 하나로 키운 제주 청년의 꿈… 보디빌딩 국가대표 임성재

이윤희 2026. 5. 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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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을 ‘키’로 나누는 클래식 보디빌딩
2019년 군복무 중 배철형 선수 보며 입문
6년 만에 아시아 선발전 통과해 국가대표
“운동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최근 열린 경기도민체전, 미스터 경기 등 보디빌딩 대회에서 연이어 종목별 1위를 차지한 임성재(그린핏코리아) 선수. 광주/이윤희기자·flyhigh@kyeongin.com

군 복무 중 접한 SNS 영상 하나가 인생을 바꿨다. 제주도 출신의 청년은 전역 한 달 만에 짐을 싸 경기도 광주로 올라왔고, 6년 만에 보디빌딩 국가대표가 됐다. 상금도, 월급도 없는 자리지만 그는 ‘내가 경쟁이 되는 선까지’ 계속 무대에 서겠다고 말한다.

■보디빌딩,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클래식 보디빌딩’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디빌딩은 하나의 종목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케이트처럼 여러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스피드스케이팅·쇼트트랙·피겨스케이팅이 엄연히 다른 종목이듯, 보디빌딩 역시 ‘보디빌딩’ ‘클래식 보디빌딩’ ‘피지크’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임성재(그린핏코리아 소속) 선수가 주로 뛰는 ‘클래식 보디빌딩’은 일반 보디빌딩과 결정적으로 다른 규칙이 있다. 바로 체급을 ‘체중’이 아닌 ‘키’로 나눈다는 점이다.

“일반 보디빌딩은 몸무게로 체급을 나눠요. 예를 들어 80kg 이하 체급이면 키가 168cm든 190cm든 상관없이 80kg만 안 넘으면 됩니다. 반면 클래식 보디빌딩은 키와 체중을 동시에 제한합니다. 168cm 선수라면 68kg까지만 허용돼요. 그 이상이면 실격입니다.”

이 규칙은 단순히 경기 방식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약물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체중 상한이 없으면 약물로 근육을 극단적으로 늘릴 수 있지만, 키와 체중을 함께 제한하면 ‘만들 수 있는 몸의 크기’가 자연스럽게 규제된다. 세계 보디빌딩 연맹이 최근 일반 보디빌딩 종목을 줄이고, 클래식 보디빌딩을 확대하는 추세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기복도 다르다. 일반 보디빌딩 선수들이 삼각 팬티를 입는 반면, 클래식 보디빌딩은 최근 짧은 사각 팬티(드로즈 스타일)로 변경되는 추세다. 피지크 종목은 아예 보드숏(서핑 반바지)을 착용하고 ‘해변에서 봤을 때 멋진 몸’을 추구한다.

■군대 싸지방에서 본 영상 하나, 제주 청년의 인생을 바꾸다

임성재 선수는 1997년생, 현재 만 28세다. 그의 보디빌딩 입문 계기는 군대에서 시작됐다. 2019년 군 복무 중 싸지방(군대내 싸이버 지식 정보방)에서 배철형 선수의 SNS 활동을 보게 되면서다.

“약물 없이도 이런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있구나 하고 처음 알았어요. 그때부터 꿈을 키웠죠.”

전역을 앞두고 임 선수는 말년 휴가를 이용해 경기도 광주까지 올라왔다. 훗날 자신의 스승이 될 배철형 선수에게 직접 찾아가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2019년 2월 전역 후 단 한 달 만에 제주도 본가에서 짐을 싸 광주로 이사했다.

“학교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지 않냐고 하셨는데, 저는 한 번 결정하면 빨리 실행하는 성격이에요. 고민을 오래 안 해요.” 그는 체육대학 재학 중이었지만 복학 대신 자퇴를 선택했다. 선수 생활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열린 경기도민체전, 미스터 경기 등 보디빌딩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임성재(그린핏코리아) 선수. 파주에서 열린 미스터경기 출전 당시 모습. /그린핏코리아 제공


■체지방 3~5%, 하루 5~7시간 훈련— 보디빌딩 선수의 24시간

경기 광주로 온 뒤 3~4년간 임 선수의 하루는 단순했다. 기상→식사 →오전 훈련(약 2시간)→ 식사→ 낮잠→오후 훈련(약 2~3시간)→식사→취침. 대회 시즌에는 훈련 시간이 6~7시간으로 늘어났다.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건 ‘다이어트’의 강도다. 건강한 성인 남성의 체지방률은 평균 15~20%대이며, 몸이 좋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10~12%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보디빌딩 선수들은 대회 때 체지방을 3~5%까지 낮춘다.

“일반적인 다이어트가 아니에요. 체지방을 극한까지 빼면서 동시에 고강도 훈련을 이어가야 하니까요. 그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부상도 따른다. 무거운 중량을 반복적으로 다루다 보니 특히 관절 부위가 많이 소모된다. 그래서 보디빌딩 선수들은 헬스 외의 다른 운동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접촉 스포츠나 야외 활동에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훈련 계획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6년 만에 국가대표, 그리고 아시아 금메달

지난해 임성재 선수는 클래식 피지크 종목 아시아 선수권 선발전을 통과해 국가대표가 됐다. 그리고 그해 나간 6월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클래식 피지크 168cm 이하 체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국가대표가 된다고 월급이 나오거나 하는 건 없어요. 그냥 타이틀이죠. 하지만 국제대회 출전 시 숙박과 식비는 지원돼요.”

더 의미 있는 건 팀 성적이었다. 대한민국은 2025년 해당 대회에서 36년 만에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임 선수는 그 결과에 기여한 선수 중 한 명이다.

국내 대회 성과도 눈부시다. 올해 경기도민 체전에서는 광주시 보디빌딩 역사상 최초로 1부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달 열린 ‘미스터 경기’ 대회에서는 2년 연속 금메달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보디빌딩과 클래식 보디빌딩 두 종목에 출전해 모두 우승, 클래식 보디빌딩 그랑프리(체급별 1위 선수들의 통합 결선)까지 제패했다.

이에앞서 그는 선수생활을 시작하자마자 경기도지사배 대회에서 피지크 1위(2019년)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매년 각종 대회(동아시아선수권, 미스터 YMCA, 고양시장배 대회 등등)에서 기량을 선보이며 10여 차례 우승 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지난해엔 대한보디빌딩협회 ‘2025 올해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최근 열린 경기도민체전, 미스터 경기 등 보디빌딩 대회에서 연이어 1위를 차지한 임성재(그린핏코리아) 선수. 사진은 체육관 로비에 걸린 액자. 광주/이윤희기자·flyhigh@kyeongin.com


■보디빌딩의 전성기는 30대 — ‘경쟁이 되는 선까지 하겠다’

보디빌딩은 다른 스포츠와 전성기 시기가 다르다. 대부분의 종목에서 선수들은 10대부터 훈련을 시작해 20대 초중반에 전성기를 맞는다. 하지만 보디빌딩에서 근육량과 밀도, 완성도가 훈련 연수가 쌓일수록 높아진다.

“최소 30살이 넘어야 전성기가 온다고 봐요. 운동 1년 한 사람보다 10년 한 사람의 몸이 당연히 더 좋듯이, 선수도 구력이 쌓이면서 30대 넘어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어요.”

임 선수 본인은 선수 생활을 오래 끌고 싶어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만 ‘내가 경쟁이 되는 선까지’라는 기준을 갖고 있다. 당장의 목표는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누구는 보디빌딩을 비인기종목이라고도 말하지만 임선수는 단호하다. 한국선수들의 기량은 그 어느때보다 발전돼 있고, 보디빌딩이라는 종목의 한국 위상을 더 높이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 말미, 임 선수는 운동을 시작하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요즘은 유튜브에 운동 정보가 너무 많아요. 오히려 그게 문제예요. 채널마다 하는 말이 다르니까 이 채널, 저 채널 정보를 다 섞어서 적용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사실 그러면 안 됩니다.”

그가 권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마음에 드는 채널 하나를 골라 그 사람의 방식을 꾸준히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 헬스장에 등록했다면 트레이너에게 가장 기본적인 동작 서너 가지만 배워서 반복하라고 강조했다.

“운동을 적게 하면서 효율적으로 해야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편한 방법을 찾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꾸준히 하는 게 제일 빠릅니다.”

이 조언은 비단 보디빌딩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어떤 운동이든 정보 과잉 시대에 흔들리지 않고 기본을 지키는 자세, 그것이 임성재 선수가 6년 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해준 힘이기도 하다.

임 선수가 올해 준비 중인 대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반기 예정인 ‘미스터코리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자격을 확보한 뒤, 11월께 열리는 아시아 선수권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 선수권 금메달에 이어 2연패에 도전하는 셈이다.

광주/이윤희 기자 flyhig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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