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달러' 시대에 '퀸 루블'?.. 전쟁중인 러의 환율 방어 비결은
에너지 수출로 쌓은 세계 4위 외환보유고 덕분
최근 ‘킹 달러(달러 강세)’ 현상으로 주요국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는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예비군 30만명 동원령을 내리고 ‘핵 도발’ 발언까지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루블화 가치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킹 달러’에 빗대 ‘퀸 루블’이라고 할 정도다.
2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루블화 환율은 27일(현지 시각) 기준 58.8루블을 기록했다.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 발동 전날인 지난 20일(61.4루블)보다 4% 정도 환율이 하락(루블화 가치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초에는 140루블까지 치솟았는데, 5월 중순부터는 60루블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루블화가 이처럼 견고한 이유로는 천연가스·원유 등 수출로 외화 공급이 원활하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쏟아진 제재에도 올 상반기 1385억달러(약 200조원)의 기록적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현재 외화 보유액은 5600억달러(약 800조원)에 육박, 중국·일본·스위스에 이어 세계 4위다. 풍부한 외화로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외화 유출은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정부는 내국인이 해외에 외화를 송금하는 것을 금지했고, 은행으로부터 인출할 수 있는 외화에도 한도를 설정했다. 고금리 정책도 환율을 지탱하는 한 축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전쟁 직후 기준 금리를 20%까지 올리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줄이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현재 기준금리는 7.5%로 내려왔지만, 주요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루블화가 선방하고 있지만, 러시아 경제 상황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 차원의 노력으로 환율은 방어했지만, 러시아 국내 증시는 동원령 등 여파로 지난 10일간 20%가량 폭락하는 등 시장이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에너지 수출에만 의존하는 러시아의 경제 구조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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