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충전하려다 충격"..'아동착취' 전기차, 블록체인이 살맛나게 [왜몰랐을카]
아동착취 환경파괴 오명
블록체인, 생산유통 추적
좀더 깨끗한 배터리 생산
소년은 공 하나를 만들기 위해 5각형 가죽 조각 12개와 6각형 가죽 조각 20개를 1620번이나 바느질했다.
소년의 일당은 60센트. 시급이 아니라 하루 종일 일해서 받는 돈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소년은 시간과 노력과 행복과 건강과 꿈을 모두 착취당했다.
심각한 '아동 착취' 실태가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는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비난과 함께 주가도 떨어지자 나이키는 태도를 바꿨다.
지구를 살리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친환경차 대명사 '전기차'도 아동착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배터리의 핵심 코발트 때문이다. 코발트는 푸르게 빛나는 아름다운 금속 원소다.
코발트 광석은 고대부터 우수한 청색 재료로 인정받아 유리나 도자기 등 사치품을 만들 때 사용됐다.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 묘에서 발견된 진청색의 유리 제품, 이슬람 모스크의 푸른 모자이크 타일, 조선시대 청화백자에도 사용됐다.
아름답고 비싼 코발트 광석 상당수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코발트 최대 생산국은 중부 아프리카 적도에 걸쳐있는 콩고 민주공화국이다. 세계 연간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자동차 페인트, 화장품은 물론 배터리 열확산 차단에 사용하는 아름다운 광택의 운모도 마찬가지다. 인도,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 주로 생산된다.
네덜란드 비정부기구 소모(SOMO)와 아동인권보호단체 테르데옴므네덜란드(TDH)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2만여 명의 어린이가 운모 광산에서 일하고 있다. 이 중 90%는 불법 노동 중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운모 광산 노동력의 절반 이상은 5세 아이다.
영원한 사랑의 상징인 다이아몬드가 약탈과 납치와 노동 착취를 통해 생산되고 독재자와 군벌의 학살용 무기 구입에 사용돼 붙은 오명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처럼 전기차 블러드 다이아몬드인 셈이다.
덩달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등장한 친환경 에너지용 배터리가 오히려 비참한 아동 착취와 인권 유린 및 난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아동착취가 알려진 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배터리 원재료의 윤리적 생산과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인 'RMI(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 책임있는 광물 공급 연합)'에 가입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BMW, 폭스바겐, GM, FCA,, 포드, 볼보, 테슬라 등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도 사실 '아동착취' 아픔을 겪은 나라다. 스웨덴 역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냥왕'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성냥공장을 세운 이바르 크뤼에르다.
성냥박물관은 가난했던 스웨덴을 성냥왕국으로 만든 성냥왕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장소가 아니다. 성냥을 생산하기 위해 혹사당했던 가난한 여성들과 아동들의 아픔을 기억하는 장소다.
아동착취에 대한 반성은 제도적 장치로 이어졌다.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1958년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했다. 1989년 채택된 유엔 아동권리협약(UNCRC)에도 가장 크게 기여했다. 지난 2020년에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스웨덴 법률과 통합하기도 했다.
클라렌 총괄은 지난 6일 한국기자들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화상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클라렌 총괄은 아동착취 광물의 문제점과 대안 부재의 한계에 대해 솔직히 밝혔다.
그는 "강제노동으로 생산한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운모, 니켈, 망간 등도 인권 유린과 토착민 권리 침해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시인했다.
클라렌 총괄은 그러나 "콩고와 같은 제3세계 국가들의 경우 (인권보호) 시스템이 취약하다"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아동착취와 같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행동계획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실성 있는 대책으로는 공급망 단계에서 (윤리적) 책임감을 갖춘 업체들과 협력하는 것은 물론 이들 업체들에 책임감 있게 행동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클라렌 총괄은 "블록체인은 디지털과 지속가능성의 결합을 넘어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블록체인을 통해 공급원만 알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 추가 감시와 함께 책임감 있는 행동이 필요하고 추가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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