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소외된 지방 투자 가속…부울경 기업 760억 펀드 조성

국내 벤처투자 업계가 그동안 소외돼온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맞춰 한국벤처투자가 하반기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에 집중 투자할 벤처펀드를 조성한다.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과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주요 모펀드 운용기관이 앞다퉈 지방 특화 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다음 달 18일까지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글로벌리그와 BNK벤처투자가 반납한 ‘경남-KDB 지역혁신 벤처펀드’ VC 분야 위탁운용사(GP)를 각각 선정한다.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는 지난해 첫 출자사업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추진된다. 선정된 GP는 100억원을 출자 받아 최소 334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야 한다. 투자 대상은 부산에 본점 혹은 연구소를 두거나 본점 이전을 계획 중인 해외 기업이다. 전력반도체·이차전지·미래항공 등 신산업과 디지털테크·에너지테크·바이오헬스 등 전략산업 기업은 지역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성과보수 기준 수익률은 7%다.

경남-KDB 지역혁신 벤처펀드는 상반기에 한 차례 GP 선정을 마쳤으나, BNK벤처투자가 운용사 지위를 반납하면서 이번에 추가 모집에 나섰다. 새로 선정되는 GP는 87억원을 출자 받아 최소 174억원 규모로 펀드를 만들어야 한다. 주목적 투자 대상은 경남 지역에 본점, 연구소, 공장을 보유하거나 이전한 기업이며 우주항공·시스템반도체·인공지능(AI) 등 경남 전략산업 분야의 기업은 지역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 같은 지역 벤처펀드 확대는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물려 있다. 다른 모펀드 운용기관인 성장금융도 최근 ‘부산 미래산업 전환펀드 1호’ GP 모집에 착수했다. 블라인드펀드로 3곳의 운용사를 선정한 후 각 150억원을 출자해 총 2250억원 이상을 조성하며 별도 프로젝트펀드에 101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농금원도 2025년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농식품계정 2차 추가 출자사업에서 지역경제활성화펀드 운용사 선정에 나섰다. 충남·일반·창업기획자 분야로 나눠 GP를 모집하며 일반 분야는 경북·경남 등 지방 9개 시도에 본점이나 사무소를 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지역 기업에 대한 벤처투자 비중은 여전히 낮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벤처투자시장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23년 10년간 전체 벤처기업 중 비수도권 소재 기업의 비중은 약 40%에 달했지만, 해당 기업에 대한 벤처투자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모태펀드 역시 2005년 출범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정부 출자금 9조9000억원을 포함해 총 34조3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지방 계정에 집행된 금액은 1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3.2%에 그쳤다.

새 정부는 이러한 수도권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 투자 확대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새 정부의 모태펀드 운용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책기조와 업계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지역 투자 관련 펀드는 앞으로 더 많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가영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