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의 ‘확실한’ 업그레이드,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2000년대 중반,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로 호칭)의 이미지는 ‘스포츠 게임만 대거 만들어서 파는, 지나치게 대중지향적인 게임사’였다.

당시 EA의 주요 수익원은 ‘피파’와 ‘매든’, ‘NFL’과 같은 고정 매출을 보장하는 스포츠 게임이었고, 그 외 게임 라인업을 살펴봐도 ‘심즈’나 ‘니드 포 스피드’와 같은 라이트 유저를 지향한 게임이 상당수였기 때문에 그럴 법도 하다 싶은 상황이었다. ‘배틀필드’나 ‘메달 오브 아너’와 같은 IP가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긴 했지만, 코어 유저를 지향한 게임이라기에는 미묘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EA의 이미지를 바꾼 건 한 저예산 게임, <데드 스페이스>였다. 마이너 소재였던 SF 테마 호러 장르 게임이었던 만큼, 발매 전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공식 트레일러부터 고전 싸구려 고어 영화를 흉내낼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비주류 중 비주류의 길을 탄 셈이다.

그러나 발매 후 <데드 스페이스>의 운명은 크게 달라진다.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이 게임만의 매력을 알아본 열광적인 팬층이 생겨난 것이다. 이들의 호응에 힘입어 <데드 스페이스>는 예상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두고, 속편에서는 비주류의 길을 벗어나 제대로 된 호러 액션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관심을 많이 받는다는 건 그만큼 책임져야 할 것도 늘어난다는 법. EA는 데드 스페이스 IP를 자사의 다른 라인업에 버금가는 대작으로 키우려 했고, 그 과정에서 ‘데드 스페이스를 데드 스페이스답게 만들었던’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호러 테마의 약화, 거대하지만 허점이 많아진 세계관, 어울리지 않는 협동 플레이와 소액 결제 시스템의 투입…몰락은 어찌 보면 이 때 예견된 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2013년 <데드 스페이스 3>를 마지막으로 시리즈는 종료됐다. 기대 미만의 판매량이 원인이었다. 개발팀은 뿔뿔히 흩어졌고 시리즈의 부활은 요원해 보였다.

부활의 실마리는 2019년 출시된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2 리메이크>였다. 호러 액션 게임의 시조격이었던 이 게임이 리메이크로 큰 호응을 얻자, EA 산하 개발실인 ‘모티브’ 스튜디오에서 <데드 스페이스>의 리메이크에 착수한 것이다.

마침 <데드 스페이스>의 수석 프로듀서와 개발진이 참여한 <칼리스토 프로토콜>도 유사한 시기에 제작을 선언하고, <데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후속작을 자처하기까지 하면서 리메이크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퍼블리셔인 크래프톤은 'AAAA 게임'이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게임 품질에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지만, 막상 발매 후에는 기대 미만의 모습을 보여주며 데드 스페이스 팬들을 실망시켰다.

팬들 사이에서는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도 이러는 것 아니냐’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미 EA에는 <울티마>시리즈 같이 IP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낸 후속작이 실패한 경우도 있었던 데다가, 개발진 역시 원작보단 EA 산하 인원의 비중이 높았기에 이런 우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셈이었다.

그리고 이렇듯 많은 우려와 기대 속에, 1/28일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가 발매된다.

원작 <데드 스페이스> 발매로부터 1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과연 <데드 스페이스>의 리메이크는 어땠을까. 우려대로 실망스러웠을까, 아니면 죽어가던 IP를 살려내는 신호탄이었을까?

원작이 다 못 그려낸 ‘몰입감’, 리메이크에서 완성하다

기본적으로 이번 ‘데드 스페이스’의 리메이크 방향성은 ‘잘 한 부분은 놔두고, 낡았거나 고장난 부분은 고친다’로 요약할 수 있다.

‘데드 스페이스 2’에도 참여했던 모티브 스튜디오 마이크 야지지안 아트 디렉터는 게임스팟과 가진 인터뷰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를 “원본에서 잘 작동하지 않았던 것을 쳐낸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원작의 스토리와 외형, 그리고 그 외 부분들을 유지하되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을 찾아 고쳐 나간다는 의미다.

실제 만나 본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그 말 대로 원작을 존중하는 듯한 모양새가 게임 내내 느껴지는, 그런 게임이었다. 2008년 원작에서 가장 중시했던 ‘몰입’의 강화에 집중한 방향성부터 그러하다.

‘데드 스페이스’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부분은 체력 바나 탄약 표시 같은 HUD부터 소지품 창과 같은 UI 요소를 최소화하고, 게임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모든 행동이 이어지도록 해 플레이에 끊김을 없애도록 노력한 것이었다. 리메이크에서는 15년 사이 발전된 기술과 시리즈에서 이어진 노하우를 토대로 HUD와 UI 외의 부분에서도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크게 개선하였다.

타이틀 화면에서부터 로딩 화면 없이 바로 최근 게임으로 진입한다

개선점은 게임을 틀자마자 느껴진다.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심리스 로딩 기술이 도입돼, 로딩 화면을 쳐다보며 다음 진행을 기다리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게임을 켜는 동안에 이미 가장 최근 저장 게임을 불러오기 때문에, 메뉴가 뜨자마자 바로 게임으로 진입할 수 있다. 죽거나 수동으로 저장된 게임을 불러오지 않는다면, 로딩 화면을 볼 일이 아예 없다 보면 된다.

‘데드 스페이스’ 원작에서는 기술 한계 때문에 게임 무대를 여러 조각으로 떼어 만들 수밖에 없었던 점을 보완한 부분으로, 이미 ‘갓 오브 워(2015)’와 같은 게임에서 시도해 호평을 받은 접근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수정된 부분은 게임 전체에 퍼져 있으며, 기술적인 개선과 기획단에서의 선택을 가리지 않는다. 레벨 디자인을 예로 들어 보자.

이 게임의 첫 레벨인 ‘격납고’를 끝내는 부분에서 원작은 열차를 타고 다음 지역인 ‘의무실’ 구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로딩 화면을 보게 되며, 의무실로 도착하는 정류장에서부터 레벨이 시작된다.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두 구간이 실제로 이어져 있으며, 문 하나만 지나면 로딩 없이 바로 다음 지역으로 갈 수 있다.

상황이 좀 더 명확하게, 그리고 절박하게 전달된다

진행에 필수적인 ‘키네시스 모듈’과 같은 장비를 얻는 과정도 열차 정류장에서 죽어가는 승무원이 아니라, 연결 통로를 지키던 승무원의 시체에서 얻게 바뀌었다. 공간이 바뀐 것에 맞춰 설정부터 시작해 상황을 설명하는 방법이 모두 바뀐 것이다.

한 번 간 곳이라도 몇 번씩 돌아갈 수 있다

이렇게 이어진 공간이 되며, 무대인 ‘이시무라 호’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인 레벨이 됐다. 원작에서는 한 번 간 곳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며 이동과 탐험의 자유가 훨씬 확장된 것이다. 더군다나 한 번 간 곳에서도 적들이 다시 등장하기 때문에, 긴장감은 원작보다 더해졌다.

여기에 배전반 역할을 하는 ‘회로 차단기’, 그리고 ‘보안 등급’과 같은 요소들이 추가되며 동선에서도 큰 변화를 보인다.

산소냐, 조명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회로 차단기’는 전력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패널로, 원작에서는 배터리를 직접 빼서 옮겨야 하는 퍼즐이었다. 대부분은 배터리를 매번 귀찮게 빼서 옮기지 않도록 해 주는 편의 기능에 그치지만, ‘산소와 조명 중 무엇을 끄는 게 플레이에 좋을 것인가’ ‘엘리베이터와 보안문 중 어느 쪽을 열어 두는 게 이후로도 편한가’와 같은 유의미한 선택도 섞여 있다.

‘보안 등급’은 원작의 ‘파워 노드’를 이용해 여는 문을 대체한 개념으로, 이 안에는 보통 유용한 보상이 있거나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는 단서가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게임 후반부에 가서야 모든 보안 등급이 열리기 때문에, 한 번 가 본 곳이라도 다시 돌아가야 할 당위성을 더하는 데 한몫 했다.

무중력이 되며 원작과 완전히 정반대가 된 안테나 맞추기 퍼즐

원작 3부작 중 2편 이후에서 추가된 시스템들도 1편에 맞게 변경돼 투입됐다. 바닥에서 바닥으로만 점프할 수 있었던 ‘무중력 지대’는 이제 자유롭게 3차원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시무라 호’ 바깥에서 내부 구역으로 연결되는 무중력 공간의 수도 훨씬 많아지며, 모든 부분이 연결되는 구성과 엮이며 실제 우주선을 돌아다니는 느낌을 더욱 키웠다.

▲ ADS 캐논 조정 영상

단순히 무중력 공간에서 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퍼즐을 풀거나 전투를 하는 과정까지 추가되며 경험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불편한 조작감으로 악평 일색이었던 ‘ADS 캐논’ 관련 진행은 모두 무중력 하에서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조준할 수 있도록 바뀌어 매우 쾌적해졌다. 무중력 전투가 되며 공격을 피하는 방식이 훨씬 이해하기 쉽도록 바뀐 보스 ‘리바이어던’도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 리바이어던 보스전 영상

몰입을 위한 작은 선택은 꼭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그렇지만 팬들이 지적하던 작은 부분까지 이어진다. 게임 중에 얻는 무기들은 ‘설계도’를 얻어 상점에서 구입하는 방식에서 필드에 떨어져 있는 것을 직접 줍도록 변경됐다.

원작 ‘데드 스페이스’에서는 벤치마킹한 ‘바이오하자드 4’의 방식을 그대로 따른 부분이었지만, ‘함선 이곳저곳이 망가지고 승무원은 죽어가는 마당에 상점에서 무기를 사야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라는 지적을 잊지 않고 수용한 것이다.

획득시에만 볼 수 있는 작은 서비스
더욱 무서워진 적, 해답은 더욱 강해진 ‘연장질’

이런 변경점 중 가장 영향이 큰 부분은 바로 전투다. 2008년 ‘데드 스페이스’가 처음 발매됐을 때, UI와 더불어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서는 적의 팔다리를 잘라내야 무력화된다는 설정을 도입해 플레이어가 적을 상대하는 데 있어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하도록 유도했다. 예를 들어 적의 돌진을 막기 위해서는 다리를 잘라 기어오도록 하고,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칼날이 돋아난 팔을 자르는 식이다. ‘전략적 사지절단’이라는 용어를 따로 만들 정도로 공을 들인 부분이었다.

리메이크에서는 이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조정을 거쳤다. 먼저 적인 ‘네크로모프’에게 골격 위에 근육이 덮여 있다는 개념이 추가됐다. 적을 공격하면 먼저 해당 부위의 근육이 벗겨지고, 최종적으로 드러난 뼈를 공격해야만 해당 부위가 잘려 나가는 식이다. 여기에 적이 전반적으로 더욱 호전적이 됐고, ‘브루트’ 같은 적은 패턴이 변경되고 특정 부위의 방어마저 강화돼 원작에서 주로 쓰던 공략이 잘 통하지 않게 됐다.

일견 보기엔 더욱 어려워지겠다 싶은 조정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근육을 벗기는 데 다양한 방식의 공격이 추가됐고, 이를 이용하면 전보다 더 다채롭게 적을 공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먼저 2편부터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키네시스’의 전투 중 활용이 리메이크에 역수입됐다. 원작에서는 이미 죽은 네크로모프의 발톱을 떼어 던지는 정도로만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적에게 물건만 던져도 유의미한 저지 수단으로 작용하곤 한다. 더군다나 살아 있는 적에게서도 뼈가 드러난 부분을 ‘키네시스’로 강제로 뜯어내 적에게 다시 던질 수 있어, 플레이하다 보면 전투 중에도 부지런히 뭔가를 끌어다 던지는 버릇이 들게 된다.

무기 역시 대대적인 개편을 거치며 버려지는 무기가 하나도 없도록 바뀌었다. 별로였던 무기는 확실한 용도가 하나라도 있도록 바뀌었고, 개조 역시 2편에서 추가된 ‘특수 개조 보너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며 다양한 무기를 조합해 전투하는 재미가 생겨났다.

개편의 혜택을 본 무기로는 ‘화염방사기’가 대표적이다. 이 무기는 대량의 탄약으로 적은 피해를 길게 입히는 콘셉트였지만, 부실한 피해에 저지력까지 떨어지고 공격 범위가 좁아 외면 받았다. 하지만 리메이크에서는 2차 발사가 광역 저지력이 탁월한 화염벽으로 바뀌고 범위 역시 개조를 통해 늘릴 수 있도록 변경되며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용도가 극단적으로 바뀐 무기도 있다. 중근거리에서 대체재가 없을 정도로 강력했던 ‘포스 건’은 스펙부터 탄약 가격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불이익을 받았지만, 쓰임새마저 사라지지는 않았다. 근육을 벗겨내는 기능이 추가돼, 귀찮은 적을 상대할 때 먼저 한 방 갈기면 사지 어디를 쏴도 되는 상황을 만드는 무기가 된 것이다.

뼈와 살을 분리시켜 주마

적도 유심히 살펴보면 이런 변경점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형태로 패턴이 바뀐 구석이 제법 된다. 아이작에게 달라붙어 공격을 못 하도록 하며 지속 피해를 입히는 ‘스워머’에게는 화염방사기가 특효약이다. 벽에 붙어 다수의 촉수를 꺼내는 ‘가디언’과 같은 적은 ‘플라스마 커터’ 같은 단발형 무기로는 일일히 촉수를 끊어야 하다 보니 처치에 엄청난 양의 탄약을 써야 하지만, ‘포스 건’과 ‘화염방사기’의 2차 발사를 조합하면 두 방이면 처치된다. 전편보다 더욱 빠르고 위협적이 된 ‘트위처’는 단단한 사지를 공략하는 대신 가슴을 사격하면 ‘스테이시스’가 걸려 공략 난이도가 급락한다.

연출과 설정으로 꼼꼼히 메꾼 스토리텔링 구멍

스토리와 세계관 묘사도 이곳저곳에 보완이 이루어지며 더욱 충실해졌다.

즉시 보이는 변화는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가 말을 한다는 점이다. 본래 ‘데드 스페이스’ 1편에서는 아이작은 묵묵히 동료들의 요청에만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입을 열 때는 적에게 맞을 때와 죽을 때 뿐이었다. 플레이어와 캐릭터를 일치하도록 하는 방향성, 그리고 현실적 제약이 어우러진 결과물이었지만 속된 말로 ‘셔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던 부분이다.

리메이크에서는 이런 부분을 줄이고 ‘엔지니어’로서의 아이작이 활동하는 부분을 늘렸다. 주로 동료들이 했었던 이야기 중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부분을 아이작이 대사로 직접 이야기하는 식이다. 방문의 목적이자 아이작의 여자친구인 ‘니콜’이 얽힌 진행에선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플레이어와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하나의 캐릭터로서의 정체성은 크게 올라간 선택이다.

스토리 쪽은 원작에서 저예산의 한계로 불가능했던 부분들에 연출이 추가되며 보완된 면이 많다. 특히 등장 인물 중 너무 쉽게 이탈하거나, 글이나 목소리로만 등장하던 인물들에게 깊이가 더해진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스토리상 중요한 인물이지만 실제로 볼 기회는 없었던 ‘엘리자베스 크로스’와 같은 인물은 이제 실제로 등장하고, 아이작과 대화하는 상황도 추가되며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 주인공의 여자친구란 점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이지만 활약상을 글로만 봐야 했던 ‘니콜’ 역시 추가된 서브퀘스트 라인에서 그간의 행동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야기만 나왔던 ‘샤워실을 개조해 만든 개인 공간’ 등까지 구현할 정도로 개발진의 설정 이해도가 높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추가 기조는 게임 시작 후 10분도 안 돼 퇴장하는 ‘켈리온’ 호의 승무원에게까지 미쳤다. ‘네크로모프가 되고서도 얼굴이 익숙하여 죽일 수 없다’ 같은 작은 서사가 부여되며, 스토리상 중요한 사건에 얽히고 최종적으론 전개에 한 몫을 하게 됐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등장 인물 모두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이 더욱 촘촘해진 것이다.

세계관 묘사에서도 1편 이후 발매된 애니메이션이나 스핀오프작에서 추가된 설정을 반영, 설정 오류를 잡고 전반적인 흐름을 매끄럽게 만들었다. 이는 이후 3부작이나 스핀오프작을 리메이크할 때에도 도움이 될 부분인 만큼, 차후 후속작의 리메이크가 있을 때 스토리와 설정이 정리되는 것도 기대해 볼 만하다.

다 발전인데, 혼자 퇴보한 편의성

이렇듯 많은 부분에서 보완이 이루어진 리메이크지만, 모든 부분에서 완벽할 수는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다. 리메이크에서 추가된 심리스 로딩은 게임에 몰입감을 한층 더했지만, 동시에 기술적으로도 안정이 아직 덜 된 모습을 보였다. 주로 새로운 지역으로 가는 문을 열거나 때 갑작스러운 버벅임 현상이 발생하는데, 심하게는 수 분 가까이 작은 버벅임이 지속되는 경우까지 경험해 보았다. 이 상태에서 적이 등장하면 큰 불이익을 보고 전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였다.

애니메이션이나 충돌 판정에서도 자잘한 버그가 있어 순간순간 플레이의 맥을 끊는다. 예를 들어 난간 근처에 있으면 캐릭터의 팔이 난간에 부딪혀 특정 방향으로 제대로 조준이 되지 않거나, 문이 닫히기 직전에 들어가면 갑자기 문에 끼어 피해를 입는다던가 하는 식이다.

편의성과 유저 경험(UX)면에서도 오히려 기존 3부작보다 퇴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여러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다 보니 원작보다 길과 층 사이 연결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게임에서 제공하는 지도 기능은 이를 파악하기에 불편함이 많다. 여러 층이 겹쳐 있는데다 다른 지역과의 연결도 많은 ‘엔지니어링 구역’ 같은 곳에서는 지도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가 보지 않은 방을 알아볼 수 있는 게 다행일 지경이다.

바닥에 목표까지의 경로를 뿌려 주는 ‘로케이터’ 시스템도 서브 퀘스트 쪽 위치 안내를 받을 때가 불편한데, 반드시 메뉴를 열어 추적하려는 퀘스트를 수동으로 찾아 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2편에서 이미 ‘상점’이나 ‘세이브 포인트’ 등의 주요 장소를 원터치로 추적 대상에 지정할 수 있었던 만큼, 신경을 썼다면 여기까지 개선할 수 있었던 부분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선택과 집중’이란 바로 이런 것

"망가지지 않았다면, 굳이 고치지 말아라"

미국 속담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약 30시간에 걸쳐 플레이한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정확하게 이 속담에 부합하는 타이틀이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개선한 부분의 상당수가 원작 ‘데드 스페이스’에 대한 이해와 존경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많은 리메이크 타이틀에서 ‘편의성 개선’과 같은 이유로 본래의 게임플레이를 지나치게 간소화하거나 쉽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서는 이 방향을 선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선해야 할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개발력과 게임 디자인상의 선택 모두에 깊이를 더하여 게임을 더욱 발전시킨 것이다.

이는 원작의 제작진도 호평할 정도다. 원작 ‘데드 스페이스’ 3부작의 프로듀서이자 시나리오 라이터인 ‘척 비버’는 유튜버 ‘CaptainBribo’와 가진 스트리밍에서 리메이크에 추가된 연출, 인물 해석, 무중력 전투 등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야말로 ‘청출어람’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 원 개발자 ‘척 비버’의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스트리밍. 개발 비화나 콘셉트 아이디어 이야기도 간간히 나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리메이크는 ‘데드 스페이스’를 처음으로 접하는 유저도, 오랜만에 시리즈에 복귀하는 유저 모두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이번 리메이크를 토대로 차후 2편과 3편의 리메이크가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앞선다. 이 정도로 방향을 잘 아는 개발진이 만드는 후속작이 어찌 나쁠 수 있겠는가?

글/ winterm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