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사장님, 구직자… 낙수효과 피해자들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4. 10. 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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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부유층 감세 영향으로
세수 급격히 줄어드는 중에도
근로소득세 비중은 사상 최대
장기실업 2명 중 1명은 청년층
폐업한 자영업자 수도 역대 최대
종부세조차 재산 많을수록 혜택
3주택 이상, 감면효과 86% 집중
정부가 대기업·부유층 지원 정책이 효과를 못보는 데도 밀어붙이면서 곳곳에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집배순로구분기를 통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 우편물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부는 수출이 증가한 올해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면,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투자와 소비는 후퇴했다. 소비 지표인 소매 판매는 덜 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올해 내내 1년 전보다 줄었다.

# 대처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세금 감면의 혜택을 대기업·부유층으로 한정하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이유 없이 밀어붙인 낙수효과와 그 피해자들을 살펴봤다.

■ 재정지출 공포증=전체 예산에서 국세를 깎아주거나 면제해주는 비율인 국세감면율은 2023년 15.8%(69조5000억원 감면), 2024년 16.3%(77조1000억원 감면)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심지어 올해부터는 국가재정법 시행령에서 정한 법정한도를 어기면서까지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

혜택은 수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집중됐다. 대기업은 올해 세금 감면을 통한 재정 지원이 지난해보다 12.7% 늘어났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4.7% 증가에 그쳤다. 개인으로 보면 올해 세금 감면 지원의 혜택 중 33.2%가 연소득 78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몰렸고, 내년에는 이 비중이 33.4%로 증가한다.

오직 반도체나 자동차 등 일부 기업의 수출만 증가하고 있는데도, 2000년 이후 추경이 편성되지 않은 6개년도 중 2개년도가 집권 3년차인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 단 한차례 59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을 뿐이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겠다면서 정부지출을 역대급으로 조이는 이상한 선택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2021년 2월 발표한 '정부지출이 경기침체 탈출에 도움이 될까'라는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이 제한되는 심각한 침체기일수록 정부지출은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근로자에겐 엄격 초부자에겐 관대=정부는 소득세 과세를 강화하면서, 일부 감면의 혜택은 고소득자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연소득 7800만원 미만의 대다수 임금근로자에게 세금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지난해 조세부담률이 줄어든 것도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이 세금 감면을 너무 많이 받아서 나온 결과다.

결국 만만한 건 월급쟁이였다. 지난해 근로소득세가 총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고인 17.2%를 기록했다. 총국세가 2022년 395조9000억원에서 2023년 344조1000억원으로 확 꺾였는데도, 근로소득세 수입이 2022년 57조4000억원에서 2023년 59조1000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한 결과다.

그런데 재산세는 극단적으로 줄이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적용세율별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는 2년 전보다 무려 78% 급감했다. 주택분 종부세 수입은 2020년 1조4590억원에서 2021년 4조4085억원, 2022년 3조2970억원으로 증가하다가 2023년 9487억원으로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이렇게 줄어든 종부세 감세효과조차 그 안에서 차등 적용했다. 1주택자보다 2주택자가, 2주택자보다 3주택자 이상인 부유층이 감세효과를 독차지했다. 전체 재산세 감세효과의 86.0%가 3주택자 이상에게 돌아갔다.

돈이 많을수록 관대해지는 정부의 재산 관련 과세 의지는 상속세에서 정점을 찍었다. 올해 1월부터 대통령, 대통령실 정책실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돌아가면서 오직 일부 재벌들에만 적용되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절반으로 깎아주자고 주장했다.

■ 방치된 청년·장기실업자·자영업자=윤석열 정부에서 청년층과 구직자, 영세 자영업자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자 수가 올해 5월 88만4000명에서 7월 73만7000명, 8월 56만4000명으로 줄면서 실업률은 1.9%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 11만3000명 중에서 20대가 3만명, 30대가 27만7000명에 달했다. 장기실업자 2명 중 1명이 청년층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아예 이탈한 8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20대가 1년 전보다 14.0%, 30대가 5.8% 늘어났다.

장기실업자 2명 중 1명이 청년층이고, 자영업자 폐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상가 밀집지역 한 매장에 임대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자영업자)도 사상 최대였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29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신고자 98만명 중 자영업자는 91만819명이었다. 이 중 사업부진을 이유로 꼽은 자영업자는 절반에 육박하는 49.2%로 팬데믹 기간보다도 많았다.

2018년 이후 4년간 자영업자 수는 44%나 증가했는데, 이들의 연평균 소득은 오히려 9.3% 줄어든 결과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2018년 2136만원에서 2022년 1938만원으로 감소했다.

자영업자 소득 상위 0.1%의 연평균 소득이 2018년 16억3308만원에서 2022년 16억9116만원으로 3.6% 증가했지만, 하위 20%의 평균 소득은 2022년 180만 원에서 2022년 70만원으로 61% 급감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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