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하락했다. 고물가 장기화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시행으로 인해 이러한 흐름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월간 기준으로 CPI가 하락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전년 동월 대비 CPI 상승률은 2.4%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2.6%를 밑돌고 전월 대비 크게 둔화됐다. 지난달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6.3% 급락하고 항공료가 5.3% 떨어져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 자동차 보험, 중고차 및 트럭 가격도 하락했다.
반면 식료품, 의료 서비스, 의류, 신차 등의 가격은 상승했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의류와 신차는 각각 전월 대비 0.4%, 0.1% 올랐다. 달걀 가격은 전월 대비 5.9% 올랐고 전년 대비로는 60.4% 폭등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2.8% 상승해 예상치인 3.0%를 하회했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0.1%로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멕시코와 캐나다산 일부 품목과 중국산 일부 제품 등에 대한 관세가 지난달 발효됐지만 이번 CPI 보고서에는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또 이달 초 공개된 대규모의 상호관세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다음 CPI 보고서에서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US뱅크의 베스 앤 보비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이번 데이터는 시의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4월 들어 많은 일이 일어났고 이번 수치는 출발점으로서는 괜찮지만 안타깝게도 관세 때문에 앞으로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휘발유 가격과 항공료 급락에 대해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이번에는 집에서 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결과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호텔 숙박료도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이 또한 내수 수요 약화를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팬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사무엘 툼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CPI 보고서의 세부 내용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대할 수 있었던 것 중 가장 좋은 수준으로 노동시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조만간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를 더 열어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관세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거의 이긴 순간에 패배를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둔화세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공개된 3월 FOMC 회의록은 “다수의 참석자들은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 효과가 예상보다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금리시장은 연준이 6월 이후에 금리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관세를 둘러싼 트럼프의 오락가락한 관세 정책으로 기업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바로 전날 트럼프는 중국을 제외한 상호관세 발효를 90일 전격 보류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증시는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유예 조치가 임시방편이며 이날 백악관이 미국의 상호관세에 보복조치를 취한 중국에 대한 총 관세율이 당초 알려진대로 125%가 아닌 145%라고 발표하면서 뉴욕증시는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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