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는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에 따라 몸속에 미치는 영향이 극명하게 갈린다. 볶고, 삶고, 찌는 조리 과정은 맛과 식감을 살려주는 동시에 소화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열을 가함으로써 영양소가 손실되거나, 섭취 효율이 떨어지는 채소도 적지 않다.
특히 특정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은 열에 민감해 조리 과정에서 대부분 파괴돼버린다. 어떤 채소들은 익히는 순간 우리가 기대한 건강 효과의 절반도 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채소들이 생으로 먹어야 더 건강에 이로운 걸까? 조리 전후의 성분 변화를 기반으로, 익히면 오히려 손해보는 채소 4가지를 소개한다.

1. 브로콜리 – 설포라판이 열에 무너진다
브로콜리는 항암 효과로 주목받는 대표 채소다. 하지만 그 핵심 성분인 ‘설포라판’은 60도 이상만 되어도 빠르게 파괴되는 특성이 있다. 설포라판은 브로콜리 속에 존재하는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전구체가 효소와 반응하면서 만들어지는데, 열을 가하면 이 반응 자체가 차단된다. 특히 데치거나 찔 경우 설포라판의 생성량이 현저히 줄어들어, 항산화 효능도 낮아진다.
브로콜리를 생으로 섭취하는 게 어렵다면 아주 짧은 시간, 끓는 물에 10초 내외로 살짝만 데치거나, 전자레인지로 30초 이내로 조리하는 게 최선이다. 이때도 물에 담그지 말고 증기로만 조리하는 것이 좋다.

2. 양배추 – 항궤양 성분, 열에 취약
양배추는 위 점막을 보호하고, 위산 과다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인 채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생으로 먹을 때 그 효능이 배가된다. 양배추에 함유된 ‘비타민 U’와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열에 약해 100도 이상의 조리 과정에서 대부분 분해된다.
특히 위 보호 효과를 기대하고 양배추즙이나 삶은 양배추를 섭취하는 이들이 많지만, 원재료의 생 상태보다는 훨씬 낮은 효율을 갖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만 생양배추의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부담스럽다면, 사과나 당근과 함께 샐러드로 섭취하는 방식이 맛과 영양을 함께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3. 시금치 – 엽산과 비타민C의 손실이 크다
시금치는 대표적인 철분 공급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리 방식에 따라 이 철분과 함께 들어 있는 엽산, 비타민C는 쉽게 손상된다. 특히 시금치를 끓는 물에 데칠 경우, 수용성 비타민들이 물에 녹아 빠져나가고 열에 의해 파괴되기도 한다. 철분 자체는 열에 안정적인 성분이지만, 철분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C가 없어진다면 전체적인 영양 흡수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생으로 먹는 시금치는 아삭한 식감과 풋내가 거슬릴 수 있지만, 이를 최소화하려면 어린잎 시금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스로 갈거나, 샐러드로 활용하면 부작용 없이 섭취가 가능하다.

4. 부추 – 알리신이 쉽게 증발된다
부추에는 알리신이라는 황화합물이 풍부한데, 이 성분은 혈액 순환을 돕고 항균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하지만 알리신은 열에 매우 민감하여 50도 이상의 온도에서 증발되거나 산화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부추 특유의 톡 쏘는 맛과 향은 줄어들고, 건강 효능 또한 반감되는 결과를 낳는다.
부추는 생으로 먹어야 가장 좋은 채소 중 하나지만, 날 것으로 먹었을 때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고춧가루, 식초, 참기름 등을 넣고 무친 ‘부추무침’ 형태로 먹으면 생 부추의 영양소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부담 없는 맛으로 섭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