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모바일신분증 모델이 인류사회 공헌할 수도"…자사 기술 글로벌 개방한 이 회사
모바일 신분증 기술 핵심인 '디지털 ID' 오픈소스로 글로벌 개발자들에게 공개
K-디지털신분증 기술·노하우 해외 확산…"개도국 디지털신분증 도입시 국민 편익"
디지털ID 재단도 설립…향후 국제표준 추진해 기술 선두 자리 굳힐 것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K-디지털 신분증 기술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고, 아직 신분증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가 국민들도 손쉽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인류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순형 라온시큐어 이사회 의장의 말이다. 자사의 디지털아이디(ID) 기술을 글로벌 개발자들에게 전격 개방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라온시큐어는 모바일 신분증의 핵심기술인 디지털아이디 시장을 주도해온 국내 보안기업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신원증명(DID; Decentralized Identity)이 이 회사의 핵심기술. 중앙 서버에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개인정보 유출이나 조작·도용으로부터 안전하다.
국내 최초로 법적 효력을 갖춘 디지털 신분증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비롯해 공무원증, 국가보훈등록증이 라온시큐어의 DID 기술로 탄생했다. 올 연말이면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서비스도 시작한다. 전 국민이 지갑 대신 신분증을 스마트폰에 담아 사용하는 모바일 신분증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만큼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얘기다.
이제 이 기술을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해 범국가 기술·서비스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 의장의 구상이다. 궁극적으로 신분증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국가와 국민들이 손쉽게 디지털 신분증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인류사회에 공헌하겠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라온시큐어 사옥에서 이순형 라온시큐어 이사회 의장과 만났다. 이 의장은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글로벌 디지털신분증 기술 리더로 도약하고 싶다"며 "그 꿈을 향한 첫번째 발걸음이 기술을 오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라온시큐어는 전날 시큐업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오픈소스 공유사이트인 '깃허브'에 자사 디지털아이디 제품인 '옴니원' 소스코드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전세계 누구나 이 소스코드를 활용해 DID 기반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주민증 구현한 K-디지털ID 모델…글로벌 확산 시동
인류 사회 공헌하는 디지털ID 기술…"신분증 못 만드는 사람들도 의료·투표 권리 행사 할 수 있어"
애초에 어떻게 이 블록체인 기술을 신원증명에 적용할 생각을 했냐고 물으니, 이순형 의장은 에스토니아 사례를 꺼냈다. 에스토니아는 지난 2002년부터 모든 국민에게 디지털아이디를 발급하고 있다. 법에서도 디지털 서명을 종이 서명과 동일한 효력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에스토니아 국민은 전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 연결만 있으면 행정 서비스나 계약, 온라인 투표 등을 할 수 있다.
이 의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히 하나의 기술을 넘어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우리 회사도 본격적인 연구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라온시큐어는 DID 기술 맹주로 부상했다. 국내 모바일 운전면허증, 국가보훈등록증, 공무원증에 이어 모바일 주민등록증 서비스까지 라온시큐어 기술이 활용됐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올 연말이면 5000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 라온시큐어의 디지털아이디 기술을 쓰게 된다.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월드뱅크는 라온시큐어 사옥을 방문해 한국형 모바일 신분증 모델의 개발도상국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라온시큐어는 현재 인도네시아 국가디지털 아이디 실증 프로젝트와 코스타리카 정부의 공공 서비스 디지털 지갑 시스템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순형 의장은 디지털아이디 기술이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가 크다고 역설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약 1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공식적인 신분증이 없어 교육, 금융, 의료 서비스와 같은 주요 사회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디지털아이디 기술을 활용한다면 출생 등록이 돼 있지 않거나 오지에 거주해 신분증을 발급 받지 못한 국민들도 법적 신분을 얻어 투표권·교육·사회보장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일례로 인도는 '아다하르(Aadhaar)'라는 디지털아이디 프로그램을 통해 12억명 이상이 신분을 증명할 수 있게 했다. 아다하르 번호만 있으면 공공 급식 보조금을 바로 받을 수 있고, 연금이나 장학금도 신속하게 지급받을 수 있게 된 것. 그 결과 중간 관리자 부패가 줄어들고 복지 자금을 직접 대상자에게 전달하는 정책 효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이 의장은 "가령, 응급 상황에서 모바일 신분증 하나만으로 개인의 의료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생명을 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정보 주체가 국민이 되고 '빅 브라더' 시스템이 사라지는 경제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라온시큐어가 자사 디지털아이디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로 한 이유다. 회사는 지난 29일 글로벌 오픈소스 공유사이트인 깃허브에 '옴니원 디지털아이디'의 소스코드를 공개했다. 소스 코드를 개방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수정하거나 배포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오픈DID 재단' 설립도 추진 중이다. 재단은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협력해 K-디지털아이디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여러 나라와 기업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의장은 "재단 설립과 운영에는 개발도상국 디지털아이디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제연합(UN), 세계은행(WB) 국제기구들과 협력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 물꼬를 트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통용되는 K-디지털신분증 기술로 자리매김"
"국가 디지털 전환 돕는 웹3 이네이블러(enabler) 되겠다"
현재 라온시큐어는 K-디지털아이디 기술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표준으로 인정받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동시에 미국 워싱턴, 스위스 제네바 등에서 열리는 표준화 토론·발표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업계 이례적으로 사내에 표준추진팀도 따로 구성해 국내 관련 기관, 학계와도 적극적으로 소통 중이다. 이 의장은 "아직 국내에선 그 스스로가 국제표준이 되는 사례보다는 대부분 국제표준을 준수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신분증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추진했고, 이를 전세계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면서 이 기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순형 의장은 "5년 내에 7개 이상 국가에 우리 디지털아이디 기술이 소개되고, 해당 국가의 디지털 전환에 기반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향후 10년 이내에 20개국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그 다음의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블록체인 디지털아이디 시장은 1020억 달러(약 15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이 의장은 "보안 기업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국가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웹3 이네이블러(enabler, 조력자)가 되고 싶다"며 "멀지 않은 미래에 여기에 글로벌이란 단어도 붙일 수 있게 되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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