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뇌는 언어와 추리가 조화롭게 작동할 때 가장 강력한 사고력을 발휘한다.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LG가 선보인 '엑사원(EXAONE)'은 이러한 인간의 인지구조를 본뜬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AI 모델이다.
LG AI연구원은 22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산업현장 적용을 겨냥한 다양한 엑사원 모델들을 공개했다. 단순한 지식 응답을 넘어 실제 상황을 판단하고 실행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된 '에이전틱(Agentic) AI' 구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게 LG 측의 설명이다.
언어·의료·문서 넘나드는 '복합지능' 구현
이날 공개된 주요 모델은 △엑사원 4.0 △엑사원 패스 2.0(정밀의료 특화) △엑사원 4.0 VL(문서이해 특화) 등이다.
이 가운데 엑사원 4.0은 언어이해와 추론 기능을 통합한 고성능 파운데이션 모델로 다양한 산업현장에 적용되며 범용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연구원장은 "높은 범용성의 자체 모델을 실제 산업에 적용해온 과정 자체가 기술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진화는 의료 분야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엑사원 패스 2.0은 단 하나의 병리 이미지만으로도 특정 암이 신약 반응군에 해당하는지를 수초 내에 판별할 수 있다. 기존에는 병리 이미지를 확보한 뒤 별도의 유전자 검사를 거쳐야 했지만, 이는 조직 이미지를 수천 조각으로 나누고 전체 슬라이드 맥락까지 아우르는 멀티스케일 학습으로 진단의 정밀도와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결과는 극적이다. 그간 최대 2주가량 걸리던 유전자 분석이 단 1분이면 끝난다. 암 조기진단, 예후 예측, 맞춤형 치료 및 신약 개발에 이르는 정밀의료 전반의 판도를 바꿀 의료AI 기술로 주목되는 이유다.

또 다른 멀티모달 AI 모델인 엑사원 4.0 VL은 언어, 이미지, 전문 문서, 심지어 분자구조식까지 동시에 해석할 수 있는 고도화된 복합지능을 구현한다.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시각정보와 텍스트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의사결정까지 지원하는 능력으로 글로벌 선도 모델들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 모델은 텍스트뿐 아니라 인포그래픽과 차트, 그래픽 요소 등까지 이해해 맥락에 맞는 정답을 도출할 수 있다. 시연에서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연구원장이 "한국과 일본에 하루에 얼마나 많은 석유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공급되느냐"고 질문하자 엑사원은 전문보고서의 인포그래픽을 스스로 분석한 뒤 정확한 답변을 내놓았다. 마치 인간처럼 문서를 해석하고 이해하며 추론하는 기능이 갖춰진 셈이다.
산업·교육·일상으로 뻗는 엑사원 생태계
LG AI연구원은 이날 행사에서 엑사원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협업 사례를 다수 소개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서비스 개발, 대규모 AI 추론을 위한 인프라 기업 프렌들리AI와의 파트너십, 국내 팹리스(반도체설계회사) 퓨리오사와의 신경망처리장치(NPU) 공동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LG는 엑사원을 단순 모델을 넘어 산업 전반에 적용 가능한 AI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적용 무대는 산업현장을 넘어 일반사용자의 일상으로도 확장된다. LG는 이날부터 그룹 내부에서만 사용하던 생성형AI 챗봇 서비스 '챗엑사원(ChatEXAONE)'을 오픈베타 형태로 외부에 개방했다. 기업·기관 소속 직장인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되며 초중고 및 대학생을 위한 교육용 라이선스도 확대될 예정이다. 최정규 AI에이전트그룹장은 "교육과정 설계나 실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엑사원이 실질적 교육도구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LG AI연구원은 기술적 완성도에서도 정면대응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생성형AI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정보왜곡(hallucination)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픈소스 기반의 커뮤니티 피드백을 반영하고 모델의 학습 취약구간을 추적해 정합성을 높이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진식 엑사원랩장은 "모델이 학습하지 않은 영역에 대해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는 것이 할루시네이션의 본질"이라며 "응답 이후에도 사실검증을 수행하는 후처리 체계로 AI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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