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외치던 스타벅스, 5.18 논란 마케팅에 '불매 기업' 도마

문수아 2026. 5.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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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10억 장학금·독립유공자 후원 성과, 단 한 번의 마케팅 참사로 진정성 도마
무신사 전례 밟은 검수 실패… 불매운동 불 지펴

스타벅스 독립문역점에서 진행된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지원금 전달식(좌)과 논란이 된 5ㆍ18 탱크데이 행사(우).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대한경제=문수아 기자]독립유공자 후손 장학금과 국가유산 후원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애국 마케팅’의 대표 주자로 꼽히던 스타벅스 코리아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5·18 민주화운동 비하로 오인할만한 표현을 마케팅에 사용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사회공헌 활동이 ‘브랜드 워싱(Washingㆍ위장행위)’이었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장기간 축적된 긍정적인 브랜드 자산이 정반대의 역사 인식 메시지와 충돌하며 진정성 자체가 의심받는 구조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5ㆍ18 민주화운동 46주년 당일이었던 지난 18일 텀블러 판촉 행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행사명을 ‘탱크데이’로 명명하고, 홍보 문구에는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고 행사를 전면 중단했다.

‘탱크데이’는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계엄군의 탱크를, ‘책상에 탁!’은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은폐 발언인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거대한 아픔이자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비극들을 상업적 마케팅에 희화화 요소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공분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특히 이번 논란은 과거 타 기업의 사례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수위가 더 높다. 지난 2019년 7월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인스타그램에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사용했다가 전량 광고를 내리고 박종철재단에 사과 방문 및 후원금을 전달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역사 및 인권 관련 감수성 검수를 대폭 강화해 왔으나, 스타벅스는 이 스크리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신세계그룹은 즉각적인 문책 인사를 단행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논란 직후 손정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이사를 전격 경질하고, 그룹 수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정 회장은 19일 사과문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스타벅스 코리아가 용납될 수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해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사안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온 모든 분들의 고통과 희생을 가볍게 여긴 잘못이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진정성 마케팅’의 모범 사례로 꼽혀온 스타벅스의 브랜드 자산을 휘발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벅스는 2009년 문화재청과 지킴이 협약을 맺은 이후 11년간 독립유공자 후손 483명에게 누적 10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의 친필 휘호 12점을 직접 매입해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증하는 등 국가유산 보호의 선두 주자로 꼽혔다. 특히 올해 8월 광복 80주년에는 특정 매장의 한 달 매출 전액을 독립유공자 주거 개선에 기부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간 쌓아온 사회공헌의 진정성이 한 번의 사고로 ‘이미지용 활동’으로 폄하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워싱 낙인은 사회공헌 비용을 들이고도 역효과만 내는 최악의 결과”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재발 방지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이 사과문을 통해 “그룹 전체의 역사인식,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전 계열사의 마케팅 콘텐츠 검수 과정을 재점검하고 심의 절차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의 ‘윤리 소비’ 압력도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애국, 환경, 인권 등 중요 가치를 내건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기업일수록 마케팅 검수 기준을 그 활동 수준에 맞춰야 ‘워싱’ 비판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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