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림지주가 15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수요 부진에 진땀을 뺐다. 일부 미매각이 불거진 데다, 최종 발행 금리는 기준 수익률을 크게 넘어 희망 범위 최상단을 꽉 채운 오버발행이 됐다.
부채가 최근 1년 동안에만 2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 투자 심리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이번 달 총 15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용등급 A-에 만기 구조는 1.5년물과 2년물로 나눠 진행됐고, 각각 1000억원과 500억원으로 최종 확정 발행됐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최초 희망 모집액 1200억원에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을 염두에 뒀지만, 수요예측 주문이 1280억원에 그치면서 1500억원 발행에 그쳤다.
그중에서도 2년물은 500억원의 목표치 대비 100억원이 모자란 400억원의 수요만 확인되면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에 경쟁률은 1을 밑도는 0.80대1에 그쳤다. 1.5년물은 700억원 모집에 880억원의 자금이 들어오며 1.2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예측 성적이 부진했던 탓에 발행 금리는 희망 범위의 꼭짓점에서 정해졌다. 1.5년물과 2년물 모두 민간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개별 민평금리에 ±30베이시스포인트(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기준 수익률을 제시했는데, 각각 +30bp 조건으로 발행됐다. 이에 따른 최종 발행 금리는 1.5년물이 4.125%, 2년물이 4.211%다.
이처럼 투심이 차가운 이유로는 지나친 부채와 그로 인한 재무 건전성 압박이 꼽힌다. 하림지주의 지난해 말 총 부채는 10조137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4.6%(1조9994억원) 늘었다.
특히 두고두고 갚아야 할 채무가 많아진 부채 구조는 고민거리다. 하림지주의 비유동부채는 4조1262억원으로 같은 기간 62.7% 급증했다. 전체 부채에서 비유동부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40.7%로 9.5%p 높아졌다. 고정부채라고도 불리는 비유동부채는 기준 시점으로부터 만기가 1년 이후에 도래하는 채무를 가리킨다. 만기가 1년 이내로 올해 중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 역시 6조108억원으로 7.3%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170.6%로 15.5%p 상승했다. 이 수치가 높다는 건 그만큼 보유하고 있는 자본에 비해 많은 부채를 품고 있다는 의미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로,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자기자본이 5조9420억원으로 13.2% 늘긴 했지만 부채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시기인 만큼, 회사채를 내놓는 기업들로서는 차환을 통한 이자 비용 최소화 기대가 큰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를 둘러싼 수요 양극화로 부채 규모가 큰 곳들의 발행 조건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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