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인데 스타트업 폭망해 살림하고 있다는 이분 근황

(Feel터뷰!) 티빙 'LTNS'의 안재홍 배우를 만나다

2월 1일 배우 안재홍을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는 이솜과 안재홍이 6년 차 섹스리스 부부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인생 폭망 직전에 놓인 우진(이솜), 사무엘(안재홍) 부부가 돈벌이를 위해 나름 체계적으로(?) 추적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죽고 못 살던 커플이 결혼하고서는 식어버렸는지를 탐구한다. 부부가 쫓는 불륜 커플이 등장할 때마다 재미와 충격을 안긴다. 유부남과 사내 연애 중인 젊은 커플, 등산하다 눈 맞은 중년커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여여커플 등. 각 시리즈는 19금 수위와 마라맛 대사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소홀해진 부부관계를 들여다본다는 의도다. 생각지도 못한 형태의 부부의 세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듯 구체화했다.

부부는 오랜 세월 함께하는 가족이지만 사랑이 없다면 그만큼 고역도 없는 관계다. 의외로 ‘정(情)’과 ‘의리’로 뭉친 사이가 많다. 내밀한 부부의 사정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까.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여도 까놓고 보면 속은 다 문드러져 있다는 말 못 할 사정투성이다.

불륜이라는 것도 결국 나 자신에게서 출발한다. 상대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자존감이 떨어질 때, 바닥친 자존감을 끌어올리고 싶을 때 문득 찾아온다. 보잘것없어 보이던 나를 가장 사랑해 줄 상대를 찾게 되면, 배우자를 배신하게 되는 거다.

'주오남'과는 다른 결의 양파 같은 '사무엘'

<LTNS> 속 안재홍은 속내를 알기 힘든 남편 사무엘을 맡았다. 최근 <마스크걸>의 주오남으로 센세이셔널한 존재감을 안겼다. 주오남이 워낙 세서 은퇴작이라는 말이 돌 정도지만 사무엘도 만만치 않은 할 말 많은 캐릭터다.

그는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었는데 ‘은퇴작’이란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지만. 아껴주시는 역설적 표현이 칭찬임을 뒤늦게 알았다”라며 “앞으로도 이 작품이 마지막인 것처럼 연기해야겠다”며 동기부여되었다고 답했다.

둘 다 19금 연기를 펼쳐야 했기에 어려웠던 점도 많았을 테다. 벌써 세 번째 커플 연기로 호흡을 맞춘 ‘이솜’과 설렘부터 경멸까지 다양한 감정을 소화했다. “이솜 씨와 세 작품 하면서 척하면 척, 좋은 호흡이 만들어졌다. <소공녀>는 애틋함이었고,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는 헤어지는 연인의 먹먹한 단면을 표현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뜨거운 사랑, 끈끈한 전우애, 처절한 액션까지 입체적인 면을 쌓았다”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가정의 거실, 실제 부부를 보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하려고 했다. 자연스럽게 훅하고 들어오는 한방을 노렸다. 19금 대사의 수위가 세기 때문에 그 힘을 순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아찔하게 볼 수 있는 살아 있는 매운맛 시리즈다”라며 말을 이었다.

고자극, 고수위인 만큼 19금 연기가 민망하지는 않냐고 물으니 “한 끗 차이다. 시치미 뚝 떼고 리얼하게 표현하다 보면 물 폭탄 맞듯이 젖어 들어간다. 어느 때보다 정확하게 연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보니까 사무엘이 짠하면서도 귀엽고 매력적으로 보였다”고 단호히 말했다.

<LTNS>는 일상적인 순간에서 시작해서 장르적인 순간까지 질주하는 블랙 코미디다. 예측 어려운 불륜 커플이 등장, 고난도 액션, 추적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로 들어오는 날것의 전개 방식이다.

안재홍은 엉뚱하거나 사랑스러운 역할도 제법 했지만 주오남의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 같다. 이번 캐릭터 사무엘도 쉽지 않을 것. 망가지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을까? 안재홍은 “두렵거나 부담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새로운 감정을 끌어낼 수 있어 신났다. ‘주오남’은 듣고 보도 못한 캐릭터지만 어딘가 있을 것 같았기에 생경하지만 생생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엘’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양파 같은 인물이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 일상의 순간부터 극적인 순간까지 다채롭게 표현하고 싶었다. 오프닝의 격렬한 키스씬으로 출발했지만 이내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 우진의 옷을 바느질하고 있는 모습이 의뭉스럽다. 중간에 넘어지고 이도 빠지면서 몸이 고달파진다. 결국 처절한 부부 싸움까지 이어진다. ‘갑자기 왜 저러지’ 싶을 생경한 모습을 조금씩 의도적으로 심었다. 대표적인 장면이 더운 날 가자미 굽다 지쳐 환풍기를 툭하고 세게 닫는 장면이다. 이후 우진의 반응이 더해져 긴장감을 끌어올리도록 구상했다”고 답했다.

배우의 해석 전에 주문했던 사무엘은 어땠을까. “현장에서 핀이나 헤어밴드를 하고 있으니 ‘싸무엘라’로 불렸다. 감독님들이 새로운 남편상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이 집은 우진이 가장이고 사무엘은 지금까지 보여준 남편과 거리가 있다. 음식은 주로 사무엘 담당, 설거지는 우진이라는 차별성이 있다. 대본에 이미 갖추어져 있었다. 사무엘은 센 누나 셋의 억눌림에 자라왔었다. 이후 우진의 외도를 알고도 묻어버렸다. 그게 마지막에 다 드러나면서 격렬하게 부딪히고 클라이맥스를 향해 간다.

그 기저에는 서울대 나와 스타트업 말아먹고 택시 모는 걸 비아냥거리는 친구와 그 친구에게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으로 자괴감이 쌓였을 거라 생각했다. 어두운 감정을 품고 한순간씩 보일 때마다 낯설게 해, 시청자까지도 긴장감이 들도록 구상했다. 사무엘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고 소심한 것 같지만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억누르고 있는 사람이다. 그게 5-6화에 폭발한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워낙 좋은 대본이라 대본대로 충실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이야기 나누다 보니 캐릭터 분석력과 상황 대처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캐릭터를 거쳐왔지만 뭐하나 겹치는 캐릭터가 없을 정도로 탁월한 분석력과 연기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가 안재홍이다.

현장에서 애드립은 없었을까. 촬영 준비 중이거나 당일 리허설 때 아이디어를 종종 냈다고 말했다. 반영된 장면도 있었다. 알고 보니 돈 빌리러 친구 정수(이학주)를 만나고 실망해서 터덜터덜 돌아왔는데 부부관계를 하려고 우진이 건드렸던 장면이었다. 원래 소파가 아닌 거실 바닥이었는데 포인트를 주고 싶어 소파로 옮겼고, 희한한 장면이 만들어졌다는 비화다.

자동차, 오토바이, 수중, 육체, 구강 액션까지 6화 시리즈에 다양한 액션이 펼쳐진다. 원래 우진의 장면인데 대신 촬영해 화제였다. 안재홍은 “수중 액션은 힘들었다”라며 “원래 전 수영을 잘했고 이솜 씨는 못해서 제가 한 거다. 이솜 씨와 서로 다독이고 배려하면서 찍었다”며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전우애를 드러냈다.

문득 연기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니 한참을 생각한 후 어렵게 입을 떼었다. “음.. 연기라는 건 전체적으로는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고, 개인적으로는 작품에 어울리는 톤 앤 매너를 찾아야 한다. 작품의 화법을 써서 생생함을 전달하는 게 배우에게 요구되는 거다”며“촬영장에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가야지 오히려 생생한 감정이 솟아난다. 찍을 장면의 의미를 고민하면서 연기하면 훨씬 도움 된다. 잘 몰랐으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깨닫기도 한다”라고 해 애정이 드러났다.

아까 밥 먹으면서 생각해 봤는데 작품에 ‘물’ 메타포가 많이 쓰였더라. 욕조에서 반신욕하는 장면, 잠깐 누웠는데 택시가 침수되는 장면, 생수 잘 못 주문해서 집에 갇힐 뻔한 장면, 선상 펜션 촬영 장면, 마지막에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서로 공격한다. 따뜻한 물은 몸을 감싸 주지만 차갑게 식으면 고통스러워지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단편 <울렁울렁 울렁대는>을 통해 연출자로도 이름을 얻었다. 연출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냐 물이니 “단편 연출 경험이 연기에 큰 환기가 되었고 다음 작품이 예정은 없지만 기회 된다면 또 하고 싶다. 전고운, 임대형 두 감독님의 대단한 빅피쳐의 또 한 번 경험 했다”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종종 메모하고 있다고 했다.

연인과 부부의 차이는 말 속에 칼을 품고 있냐 없느냐

그 생생함이 전달된 시리즈는 마치 어딘가에 저런 캐릭터가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다. 처음 기혼자를 연기해 봤다는 안재홍. 이번 작품으로 결혼의 환상이 깨지기보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한 값진 경험이었다고 했다. 연인 연기와 부부 연기는 차이는 말속에 칼을 쥐고 있느냐 마느냐로 판가름 난다며

“이건 칼싸움이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고수가 검집에서 검을 빼냐 마느냐 긴장의 기류를 체험했다. 1화에서 티브이 보다가 ‘우리가 집 사니까 떨어져’라는 우진의 말은 굉장한 선재 공격이다. 사무엘은 ‘살짝 내려갔다가 올라갈 거야’라고 응수하지 않나? 저는 사무엘이 이 집을 사자고 주장했다는 전사를 나름 만들었다. 그 말 한마디 주고받는 게 이미 칼싸움인 거다. 오고 가는 칼끝의 뉘앙스가 펜싱같이 중요했고 감정의 폭이 세심했다”고 답했다.

연기하면서 사무엘을 공감되었을까.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법이다. 둘은 후반부 불륜을 쫓다가 아예 불륜을 저질러 버린다. 남의 불륜으로 돈을 벌던 커플이 사실 자기 속은 썩어 가는 줄도 모르던 상황이면서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다.

안재홍은 “대본을 읽어보고 그 장면에서 놀랐다. 사무엘은 정서적 외도를 했고 우진은 육체적 외도를 한 거잖냐. 이 부분을 두고 제작진과 첫 만남에 격렬한 대화가 오고 갔던 게 기억났다. ‘옳다 나쁘’다의 우열을 논할 수 없는 묵직한 메시지였다. 아.. 이거 킹 받겠다고 느꼈다.불륜을 쫓다가 결국 화살이 나에게 돌아오는 구조인 거다. 청소에 진심인 사무엘이 묵묵히 청소를 해 나가는 장면까지도 진심이 전해지길 바랐다”며 시나리오의 치밀함을 높게 평가했다.

작품도 ‘재미’의 기준으로 선택한다고 했다. “손가락질하면서 깔깔거리다가 그 손가락이 자길 가리킬 때 뜨끔함. 어느 순간 ‘어, 내 이야기 같은데..’라는 감흥이 목적이었다. 그게 블랙 코미디의 묘미이지 싶다”며 시리즈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6화가 모두 공개된 시점, 아직까지 볼까 말까 고민하는 시청자를 위해 한마디 부탁하니, “<LTNS>는 6시간짜리 영화다. 한 번에 몰아 보는 추진력인 재미가 강하다. 블랙 코미디 장르성을 보이지만 코미디, 범죄, 추적, 액션이 오묘하게 다 들어가 있다. 그들이 대리 범죄까지 저질러 주니까 쾌감도 동반된 다양한 맛을 경험하지 않을까 싶다”며 “저는 저녁에 맛있는 음식을 두고 티브이 보는 걸 좋아하는데, 흥미가 발동되면 앞에 놓인 음식보다 더 맛있고 귀하게 느껴진다. <LTNS>가 좋은 안주처럼 다가가길 바란다. 다만, 가급적 집에서 시청하시고 공공장소에서는 참아달라”며 재미 요소를 소개했다.

생활 연기부터 장르 특성화 캐릭터까지 안재홍이 넘을 수 있는 허들의 높이가 궁금하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전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현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배우다. 푸근하고 귀여웠다가 예측하기 힘든 방향까지 자유자재로 선 넘은 재주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번에는 또 어떤 비주얼과 연기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궁금해진다. 스스로는 더 즐기고 있는 듯 보인다. 차기작은 이병헌 감독의 <닭강정>이다. 아직은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없어 아쉽다며 ‘노란 바지를 입고 나온다’고 귀띔했다.

한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는 지난 1월 19일 공개되었으며 6부작 전회차를 시청할 수 있다.

글: 장혜령

사진: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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