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 봄 홍콩가는 비행기에 앉아 있는데
키 작은 여성 한분이 낑낑대면서 작은 캐리어 올리고 있길래 일어나서 도와 드림
여성분 내 옆자리에 앉더니 계속 고맙다고 말 걸어서 토크 시작
본토 사람인데 대학원 때문에 홍콩 사는 분이고 한국 구경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함
비행 내내 담소 나누다 보니 내가 예약한 호텔 주변에 사신다고 해서
본인 어차피 짐 많아서 택시 탈거라고 호텔까지 태워다 준대서
공짜로 택시 얻어타고 옴
가방하나 올려준 걸로 거의 7만원 거저먹은거 너무 미안해서
인스타 디엠으로 연락했더니 다음날 호텔 근처로 놀러오셔서 커피 한잔 사드림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또 한 키작은 여성분이 소지품 올리고 계시길래
일어나서 도와드렸는데 한국 여성 이었음
진짜 관심 1도 없었고 힘들어 보이길래 도와준건데
마치 자기한테 작업이라고 걸려고 하는 걸로 착각한건가
고맙다 말 한마디 없고 에어팟만 끼고 있더라.
고맙다는 말 듣고 싶어서 도와준건 아닌데
두 사람 반응이 너무 달라서 신기하고 씁쓸했었음.
2
홍콩 호텔에서 방 찾아가는데 내 방은 28층인가 그랬음
거기 호텔이 구조가 좀 이상해서 중간에 16층에선가 내려서
옆 건물로 건너가서 다시 엘리베이터 타야 하는 곳인데
카운터에서 설명을 제대로 안 해줘서 나 혼자 어버버 헤매고 있었는데
우연히 같은 엘베 탄 젊은 중국 여성이 팔로미 하더니 내 층까지 데려다 줌
본인은 나랑 같은 건물 더 높은 층인데 엘리베이터 내려서 방으로 가는 방향까지 알려 주심
짧은 시간 이긴 했는데 너무 고마워서 인스타 여쭤봄
저녁에 일정 마치고 연락드렸더니 내려오셔서 호텔 바에서 맥주 한잔 같이 마심
본토 사람이 잠깐 홍콩 놀러 왔다고 함
영어도 잘하고 진짜 나이스해서 즐거운 시간 보냈었음
3.
그리고 얼마전에 홋카이도 다녀옴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관광지 유명 카페 말고
스페셜티 핸드드립 파는 소규모 카페들 여러군데 갔는데 관광객 보다는 현지인이 많음
카페 주인장들은 나이가 좀 있는 편이라 영어를 1도 못해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젊은 일본 여성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한국말 일본어 통역 해줌
한국말 잘하는 것도 신기했는데 진짜 친절해서 감동
한 번 그랬으면 우연일텐데 3번 정도 도움 받으니 진짜 여기는 친절하구나 싶더라
개 중 한 분은 뉴진스 사태도 물어보고 그럴정도로 우리 문화에 관심 많고
엄청 이야기 더 하고 싶어하셔서 인스타 아이디 받고
그 날 오타루 다녀온 뒤에 다시 만나서 그 분이 소개한 로바다야끼? 같은 데서 맥주도 같이 마심
4.
나 영어 썩 잘하는 편도 아니고
일본 분도 한국말 엄청 잘하지도 못해서
중국 분들, 일본분이랑 대화가 아주 잘 통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작은 친절과 고마움 이런 걸로 시작해서
잠깐 이지만 즐거운 시간 보내고 인연 만드는게 여행의 큰 즐거움 이었고 추억인데.
요새 한국에선 나같은 젊은 남자가 젊은 여성에겐 친절을 베풀면
오히려 오해받고 그래서 스스로 도와주기가 꺼려지는 사회가 된게
새삼 슬프고 씁쓸하다고 느꼈음
어쩌다 우리 나라가 이렇게 되었나
말이 가장 잘 통하는 우리 나라 사람이랑
가장 마음이 통하기 어려운 현실이 유머라 유머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