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스페인 거쳐 WNBA 진출…돈보다 중요한 꿈 이루려 ‘농구 유목민’ 됐죠
한국인 세 번째로 WNBA 데뷔
2024년 수억대 FA 계약 포기
돈 아닌 꿈 좇아 계속해서 도전
“현실에 안주 않고 실력 키울 것”

박지현은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농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가슴속에 품고 있던 오랜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며 “WNBA 선수가 되기 위해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한국여자농구의 미래로 평가받던 박지현은 2019년 WKBL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 신인상을 받은 그는 소속팀 우리은행의 챔피언 결정전 2회 우승을 이끌었다.
WKBL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만큼 FA 대박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당시 박지현은 WKBL 역대 최고의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선택은 해외 진출이었다. 그는 “돈과 명예, 인기보다 중요한 건 WNBA 진출이었다. 오로지 꿈에 한 걸음 가까워지겠다는 생각으로 도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농구 유목민’이라는 수식어도 이때 얻었다. 호주 2부 뱅크스타운을 시작으로 뉴질랜드 1부 토코마나와 스페인 2부 마요르카 팔마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박지현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여러 경험을 하며 프로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는 FA 포기로 잃은 게 많지 않냐고 이야기를 하는데 전혀 아니다. 지난 2년간 해외 리그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며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리그를 뛰며 얻은 경험치 덕분에 WNBA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지현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중간에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도 몇 차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박지현에게 포기란 없었다. 나중에 후회하는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 박지현은 이를 악물고 도전을 이어갔다.
박지현은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과정이라고 믿고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력의 결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체격이 큰 외국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끝에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까지 잘하는 완성형 선수로 거듭났다. 특히 슈팅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매일 수백 개씩 농구공을 던진 결과 골밑과 외곽에서 모두 슈팅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한국에서는 키가 183㎝로 큰 편이지만 대부분이 190㎝가 넘는 미국에서는 다르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려 많은 노력을 했다”며 “공을 운반하고 다루는 볼 핸들링이 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약점으로 꼽힌 몸싸움, 슈팅 등을 보완한 만큼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8일 LA 스파크스 2026시즌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박지현은 사흘 뒤인 11일 WNBA 데뷔전을 치렀다. 18일 토론토 템포를 상대로는 첫 득점·도움·리바운드까지 기록했다. 정선민(2003년), 박지수(2018년)에 이어 WNBA 한국인 세 번째 선수가 된 박지현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환경이 좋았던 적은 처음”이라며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배운 게 많다”고 말했다.
WNBA 입성이라는 꿈을 이뤘지만 박지현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LA 스파크스의 6번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그는 “꿈의 무대에 데뷔하고 나니 앞으로 이루고 싶은 새로운 목표들이 생겼다”며 “단기적으로는 출전 시간을 늘려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소속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WNBA를 대표하는 케이틀린 클라크, 페이지 베커스 등과의 맞대결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청소년 대표팀 시절 상대했던 미국 팀 선수들이 지금은 WNBA에서 활약하고 있다”며 “클라크와 베커스 등을 경기장에서 만난다면 색다른 기분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현은 가족들과 매니지먼트사 에픽스포츠 등 WNBA 진출하기까지 도움을 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드러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14년간 일했던 김병욱 대표는 2024년 에픽스포츠를 만들어 박지현, 이현중 등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그는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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