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발사체 제조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섰다. 지난해 첫 상업발사 도전과 해외 수주 확대, 발사장 네트워크 확장 등 외형을 꾸준히 키웠지만, 아직 본격적인 매출 창출 구간에는 진입하지 못한 탓이다. 상업화 지연 속에서 발사체의 연구개발과 발사에 필요한 현금을 선제적으로 투입하는 구조가 이어졌고, 회사는 다시 주주에 손을 내미는 선택을 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노스페이스는 보통주 700만주를 새로 발행하는 82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증을 결정했다. 예정 발행가는 1만1780원으로 기존 발행주식 총수 2297만100주를 기준으로 한 증자비율은 30.47%다.
회사는 조달한 자금을 사업 운영과 채무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시설자금 67억원, 운영자금 608억원, 채무상환자금 150억원으로 나뉜다. 특히 채무상환자금은 유증 납입 전 미리 조달할 브릿지론을 갚는 데 우선 투입될 예정이다. 유증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으로 발사체 개발·제작·발사 비용을 메우고 이후 단기 차입을 상환하는 구조다.
이노스페이스는 위성발사 서비스와 시험평가 서비스, 제품 제작·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우주 발사체 기업이다. 위성 제작·운용사로부터 의뢰받은 위성을 우주 궤도로 쏘아올리는 발사 서비스가 핵심이지만 본격적인 실적 연결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여기에 제한된 개발 인력을 발사체 개발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일부 제품 납품과 용역 수행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본업 매출도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했다.

실제로 회사의 실적은 아직 부진한 상황이다. 이노스페이스의 지난해 매출은 27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722억원, 당기순손실은 751억원을 기록했다. 동시에 연구개발비용은 430억원으로 매출 대비 1567%에 달했다. 연구개발과 발사 준비에 투입되는 비용 규모가 회사의 전체 매출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현금흐름도 빠듯하다. 이노스페이스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16억원,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32억원으로 본업과 투자에서만 748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회사 측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발사 준비 비용 지출로 음의 영업현금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비율은 256.14%, 부채비율은 34.67%로 재무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업현금 창출보다 외부 자금조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앞서 회사는 여러 차례 자본성 자금을 끌어왔다. 지난해 3월에는 306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했고, 11월에는 475억원 규모의 유증을 진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이노스페이스의 이번 유증 또한 상업발사 준비 국면을 버티기 위한 자금 조달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 수요가 커진 배경에는 한빛-나노의 첫 상업발사 실패도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한빛-나노 발사에 나섰지만, 이륙 직후 기체 이상이 발생해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지 못했다. 이후 회사는 원인 분석과 재발사 준비, 공정 개선 작업에 착수해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운용 비용 부담도 불가피해졌다.
이와 함께 우주 발사체 사업 특유의 선투자 구조도 깔려 있다. 발사 서비스는 실제 발사 수행 시점에 매출이 인식되는 반면, 발사 이전 단계에서 발사체 제작과 시험, 연구개발, 인력 운영 비용이 먼저 집행된다. 여기에 첫 상업발사 실패 이후 재정비 비용까지 더해지며 현금 소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회사는 이처럼 사업화 지연과 발사 실패, 선투자 부담이 겹치고 있지만, 사업 기반을 넓히기 위한 외형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 위성통신사 MBS와 580만달러(약 87억원) 규모의 다중 발사 서비스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3년간 2회 발사를 수행하기로 했다. 동시에 MBS를 유럽 시장 발사 서비스 영업·마케팅 독점 대리점으로 지정해 유럽 고객에 대한 접점도 넓혔다.
올해는 발사 인프라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1월 포르투갈 아조레스 제도 말부스카 발사장의 사용 계약을 체결해 5년간 발사장 사용 권한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캐나다 마리타임 런치 서비스(MLS)와 북미 발사 협력을 위한 비구속적 의향서(LOI)를 맺으며 북미 시장 진출 가능성도 키웠다.
이노스페이스는 확보한 거점과 수주 기반을 바탕으로 사업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회사 측은 "올해 위성발사 서비스 매출 본격화를 목표로 브라질·포르투갈 발사 거점을 통한 발사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생산과 발사 과정의 내재화와 재사용 기술 개발로 비용 경쟁력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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