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꿈꾸는 귀농·귀촌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이 넘는 집세, 매일 아침 출근길 ‘지옥철’에 시달리다 보면 도시 생활이 버겁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TV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처럼 연예인들이 농촌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 요리해 먹는다거나 ‘촌캉스’처럼 농촌에서 휴가를 보내는 여행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귀농 인구 중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고 해요. MZ 맞춤형 경제 콘텐츠 뉴스레터 #어피티 가 머니레터 구독자 309명 대상으로 MZ세대는 실제로 귀농·귀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봤어요.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도시 생활에 지친 MZ세대
“귀농·귀촌에 관심있어요” 60.6%
“숨 막히는 도시, 떠나고 싶어요” 57.9%
설문조사 결과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은 예상보다 높았어요. ‘매우 관심이 있다’가 17.5%, ‘약간 관심이 있다’는 43.1%로 60.6%가 귀농·귀촌에 관심을 보였죠. 특히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떠나고 싶다는 응답은 57.9%에 달했어요. ‘매우 떠나고 싶다’가 7.1%, ‘조건이 맞는다면 떠나고 싶다’가 50.8%였죠. ‘거의 관심이 없다’와 ‘전혀 관심이 없다’는 각각 19.7%였어요.
실제 설문조사 참가자들의 거주 현황을 보면 응답자의 72.2%가 수도권에 살고 있었고 광역시 거주는 13.6%, 중소도시 거주는 12.6%로 98.4%가 도시에 살고 있었어요.
도시를 떠나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번잡함(52.0%)’이었어요. ‘자연과 가까이 살고 싶어서(25.1%)’, ‘높은 주거비 및 생활비 부담(17.9%)’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죠.
부모님 세대에서도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요. 설문 참가자들의 부모님들 중 이미 귀농한 경우가 11.0%, 귀농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이 16.2%로 은퇴시기에 있는 27.2%가 실제로 귀농을 했거나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세대를 넘어 도시를 벗어나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거죠.
귀농·귀촌에 거는 기대도 높을 것 같은데요.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47.6%)’과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의 생활(39.5%)’을 큰 매력으로 느끼고 있었어요. ‘생활비를 절약하거나 농사로 인한 수입을 통해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6.8%)’이라는 대답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증가할 것(3.5%)’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어요.
하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많아요. 귀농·귀촌을 할 때 가장 불편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에 ‘의료·교육 등 생활 인프라 부족(241명)’과 ‘도시에서 누리던 문화·여가시설 부족(206명)’을 가장 많이 선택했어요.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기 어려움(170명)’, ‘지역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움(115명)’, ‘본업과의 병행 어려움(95명)’도 고민으로 꼽혔죠.
실제로 현재 거주하고 있는 도시를 떠날 수 없다고 대답한 참가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대중교통 및 생활 인프라의 편리함(53.8%)’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어요. ‘편리한 의료 및 교육 시설(15.2%)’, ‘문화 및 여가 시설(12.1%)’, ‘안정적인 일자리(9.8%)’도 중요한 이유였어요.
우리가 꿈꾸는 귀촌? “원격근무로 도시에서 하던 일 계속”
MZ세대가 꿈꾸는 귀농·귀촌의 모습은 그동안 미디어에서 다뤄온 전통적 방식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복수응답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귀농·귀촌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온라인 기반 원격근무(180명)’와 ‘스마트팜과 같은 첨단농업(140명)’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어요. ‘지역 관광 및 숙박업(123명)’, ‘로컬 미디어 운영(76명)’, ‘목공이나 수공예 작업(73명)’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았죠. 반면 ‘전통 농업’은 37명에 그쳤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농사짓는 삶이 아니라 온라인 환경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귀농·귀촌을 꿈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일자리가 부족해 농촌에 가기를 망설였던 청년들에게 원격근무가 가능한 환경이 주어진다면 농촌에 거주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설문에 참여한 대부분이 “직장 문제만 아니면 굳이 서울에 거주할 이유가 없어요. 대부분의 일자리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서 떠날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어요.
요즘엔 스마트팜으로 효율적인 농사를 짓고 로컬 콘텐츠를 만들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많이 볼 수 있어요. 귀농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시각은 농촌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어요.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는 능력을 통해 첨단 농업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촌캉스’와 같은 신선한 시각과 아이디어로 관광이나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며 농촌 일자리와 경제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이처럼 농촌으로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유입된다면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귀농·귀촌 문화가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무엇인지 질문한 결과 ‘수도권 과밀화 문제 해소’가 59.2%로 나타났어요. 또한 ‘농촌 지역경제 활성화(25.9%)’와 ‘사라져가는 농업 및 농촌 문화 보존(14.2%)’ 역시 중요한 긍정적 영향으로 꼽혔죠.
M세대 jj 님은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된 우리나라의 현상을 지적하며 “종종 지방으로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가면 해방감과 여유를 느끼곤 해요. 도시처럼 사람에 치이는 일이 없기 때문이겠죠? 수도권에 쏠려 있는 우리나라 인구 비율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어요.
또한 농촌이 ‘인구 소멸’ 문제에 직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고 이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어요. M세대 마옹 님은 “지역 과밀화와 지역 소멸 둘 다 아주 큰 문제예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지역경제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사람이 있어야 돈이 돌고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죠. 결국 지역 소멸을 막고 지속가능한 지역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귀농·귀촌 문화처럼 인구 유입이 필수적이에요”라고 말했어요.
귀농·귀촌 로망이 현실이 되려면?
귀농·귀촌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해요. 현재 귀농·귀촌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었어요. ‘교육·의료 인프라 개선(38.2%)’과 ‘교통 및 인터넷 등 생활 기반 시설 확충(25.6%)’이 가장 중요한 정부 지원 정책으로 꼽혔죠. 자녀 계획이 있는 신혼부부나 은퇴를 앞둔 노년층이 이주하기 전에 가장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의료와 교육 여건인 것 같아요.
교통과 인터넷 등 생활 편의시설이 마련되길 바라는 답변이 많은 것을 보면 청년들이 농촌 정착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도시 생활과의 접점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어요. 직장이나 여가, 공연 및 문화생활 등이 여전히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농촌에서의 생활이 ‘고립’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해요.
반면 ‘정착금 지원(12.3%)’과 ‘농업 창업 지원(11.6%)’은 상대적으로 적은 선택을 받았어요. 이는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주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예요. 농촌은 단절된 곳이 아니라 더 행복한 삶을 위한 새로운 터전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을 때 많은 사람이 농촌을 실질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