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법정서 ‘고 유한기 문자’ 제시···재판부 “궁금하네, 왜 갖고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이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에게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를 법정에서 제시했다. 이 문자에는 유 전 본부장이 ‘왜 사장님(황무성) 퇴직 문제를 대장동에 엮어 언론플레이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는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5년 2월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정진상 전 정책실장)” “시장님(이재명 성남시장)명” 등을 언급하며 사퇴를 요구했다고 2021년 폭로한 바 있다.
황 전 사장은 법정에서도 “대장동 사업은 완전히 말이 안 되는 방법으로 한 것”이라며 “같이 일하려 했는데 제가 순순히 따르지 않으니 내보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2021년 11월 “양심선언을 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었는데,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은 같은 해 12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대표는 “답장을 받은 게 없다고 하는데, 제가 확보하고 있는 게 있다”며 마이크를 잡고 직접 황 전 사장 신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2021년 11월5일 황 전 사장에게 “사장님 정말 이상합니다. 왜 사장님 퇴직 문제를 대장동과 엮고 여론몰이를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저는 왜 사장님의 부끄러운 문제를 대장동에 묶고 저의 양심선언을 운운하고 거짓 언론 플레이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등 답장을 보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증인(황 전 사장)이 문자를 보낸 시간이 오전 7시40분, 답장을 받은 시간이 9시42분”이라고 했다. 황 전 사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처음 듣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두 사람이 나눈 메시지 캡처 자료를 휴대폰으로 제시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즉각 두 사람이 나눈 문자를 이 대표가 어떻게 갖고 있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위로 어떻게 확보한 것인지 밝혀달라”고 했다. 재판부도 “그걸(문자를) 왜 피고인이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유한기가 아는 지인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라며 “그 사람을 아는 사람을 제가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원본이 아니기 때문에 증거로 낼 수 있는지 고민했던 것”이라며 “좌우지간 나중에 필요하면 밝히겠다. 중간에 전달하신 분이 있어 정확한 경위를 조금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 정 전 실장과 함께 황 전 사장의 사퇴를 강요하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은 지난해 2월 “사직을 강요했다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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