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반도체가 김정영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그간 한미반도체의 사내이사는 오너일가인 곽동신 회장과 영업·연구총괄을 담당하는 김민현 사장 체제로 운영돼왔다. 김 CFO가 새롭게 사내이사진에 합류하는 배경은 그간의 성과에 대한 공로와 최근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전략 수립 과정에서 CFO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미반도체는 9월 17일 인천에 위치한 한미반도체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 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투자·M&A 전문가, 한미반도체 성장 공로 인정
김 CFO는 1971년생으로 1999년 미래에셋증권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2006년 맥쿼리증권 △2008년 CLSA증권 △2010년 현대차증권 △2012년 BNP파리바 부문장 등 금융·증권 분야에서 일을 해왔다. 약 20년간 국내외 주식 세일즈, 부동산, 대체 투자와 인수합병(M&A)을 담당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는 한미반도체 상무이사로 합류해 CFO 역할을 맡고 있다. 기업설명회(IR), 홍보(PR), 투자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약 4년간 한미반도체의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아 2024년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실제로 한미반도체의 시가 총액은 2022년 말 1조원 수준에서 현재 8조4542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한미반도체 이사회는 김 CFO 선임 배경에 대해 “김 CFO는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맥쿼리증권, CLSA증권, 현대차증권, BNP파리바증권 부문장 등을 수행하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갖췄다”며 “특히 지난 2020년 한미반도체에 입사 후 5년간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데 공헌했으므로 향후 한미반도체의 성장에 큰 도움과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환경 변화, 재무·전략 중요성 커져
한미반도체 이사회는 2015년 김민현 사장이 선임된 뒤 줄곧 대주주 일가와 김 사장, 그리고 사외이사 1인 체제로 유지돼왔다. 김 사장은 과거 삼성전자 해외영업부에 재직한 경험이 있으며 한미반도체에서 약 30년간 재직한 인물이다. 한미반도체에서는 영업·연구총괄 역할을 맡고 있다.
10년 만에 한미반도체가 김 CFO를 선임한 배경으로는 과거와 달라진 사업 환경이 손꼽힌다. 과거 한미반도체는 견실한 강소기업 수준이었기 때문에 임원으로서 기술력과 영업 능력이 중요하게 요구됐다. 사외이사가 경영 자문 역할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곽 회장과 김 사장 2인 체제로 이사회가 운영돼 온 배경도 이와 같다.
이 때문에 그간 자연스럽게 CFO 등 재무 인사의 역할도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지 않았다. 공시상 한미반도체에 CFO 직책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5년 하반기다. 당시 오정훈 전 CFO는 상무 직급이었으며 이후 2016년 하반기 민희목 재경본부장(이사대우)이 이를 이어받았다. 2017년 하반기부터는 윤평 비서실장(이사)이 내부회계관리자이자 공시 업무를 담당했다. 재무책임자의 직급이 이사 또는 상무 직급으로 그다지 높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20년 취임한 김 CFO는 재경본부를 총괄하고 있으며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에도 관여하고 있다. 상무로 출발해 지난해 4년 만에 부사장까지 승진한 점을 미뤄볼 때 회사 내에서도 재무·회계 및 전략 수립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음을 엿볼 수 있다. 현재 한미반도체에서 부사장 직급은 김 CFO가 유일하며 곽 회장과 김 사장 다음 직급이다.
한미반도체의 CFO의 역할이 중요해진 배경은 최근 회사를 둘러싼 시장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한미반도체는 수년간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 등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한미반도체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향후 경쟁 상황은 더욱 지열해질 전망으로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도 재고 관리, 사업 전략 수립 나아가서는 투자, M&A 등 전반적인 재무 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투자 및 M&A 전문가인 김 CFO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최근 한화세미텍과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도 관전 포인트다. 김 CFO는 대외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경제 방송, 유튜브 등에 출연해 투자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CFO는 경영 전면에 나서기보단 뒤편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지만 김 CFO는 대외적으로 한미반도체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향후 김 CFO 외에 추가 이사진이 보강될 가능성도 있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7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올렸다. 당시 김 CFO는 최근 TC본더 수요 확대에 발맞춰 실무형 이사진을 보강하기 위해 이사 보수 한도를 늘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한미반도체는 이번 임시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 안건 외에도 생활잡화, 기타잡화, 의류, 도기, 미술품 등의 도소매업 등을 사업 목적사항으로 추가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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