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버츠가 웬일로 신들린 투수 교체? 사실은 머뭇머뭇, 허둥지둥이었다

LA 다저스 공식 SNS

차분했던 승리 감독의 일문일답

스코어 5-3이다. 적지에서의 어려운 승리였다. 그것도 짜릿한 역전극이다. 언더독의 카운터 펀치가 제대로 작렬했다. (한국시간 5일 NLDS 1차전, LA 다저스 – 필라델피아 필리스)

경기 후 미디어 룸이 북적인다. 궁금한 게 많은 기자들이다. 이날의 승리 감독이 입장한다.

짙은 블루의 평상복 차림이다. ‘LA로 돌아가기 위해 곧 공항으로 가야 한다.’ 그런 암시가 깔렸다. ‘빨리 좀 끝냅시다.’ 그런 얘기인 것도 같다.

기자 “선발 투수 오타니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로버츠 “초반에 약간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볼 배합을 바꾸면서 곧 안정감을 찾았다. 그건 우리 타자들에게 시간을 벌어줬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기자 “성공적이라는 얘기인가?”

로버츠 “너무 당연하다. 이런 수준에서 경기한 플레이어는 지금까지 없었다. 50홈런을 넘긴 선수가 투수로 나섰다. 그리고 승리를 따냈다. 그건 베이브 루스 시대 이후로 처음 보는 사건이다. 모두가 역사를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 “타자로는 삼진 4개였는데.”

로버츠 “그것 역시 대단하다. 타석에서의 안 좋은 감정을 잘 털어버렸다. 그리고 너무나 훌륭하게 마운드에서 게임을 운영했다. 보통이라면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오타니) 쇼헤이였기에 가능하다.”

뜻밖이다. 짜릿한 기분은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차분하고, 담담한 분위기다.

평소처럼 농담도 없다. 아마도 힘든 과정 탓이리라. 내내 쫓고 쫓기는 접전이었다. 게다가 원정 팀 아닌가.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너무 티를 내면 곤란하다. 날카로운 질문이 돌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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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히 계획대로는 아니었다”

이날 문답의 백미다. 7회 이후의 투수 교체에 대한 얘기가 이어진다.

기자 “불펜 운영이 특별했다.”

로버츠 “타일러(글래스나우)는 미리 대화를 통해 불펜으로 쓴다는 의사를 전했다. 본인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오늘은 6회쯤 몸을 풀라고 전했다. 그때는 2-3으로 지고 있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등판 직전에 역전했다.”

글래스나우는 2018년 이후 첫 불펜 기용이었다. 이날 ‘워밍업’ 지시를 화장실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그래도 1.2이닝을 1안타, 2볼넷, 2삼진으로 막아냈다. 홀드가 기록됐다.

기자 “다음이 베시아→사사키였다.”

로버츠 “알렉스(베시아)도 기용한다는 계획이 분명했다. 그다음이 조금 어려웠다. 오늘의 흐름이라면 2개의 선택지 중에 골라야 했다. (사사키)로키와 블레이크(트라이넨) 가운데 누굴, 어느 타이밍에 낼지 결정해야 했다.”

아시다시피 다저스의 최대 약점이다. 불안한 불펜 말이다. 정규 시즌 내내 영 신통치 않았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때도 마찬가지다. 팬들을 마음 졸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선발 글래스나우도 뒤로 돌렸다. 중반 이후 승부처에 조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마지막 문제가 남는다. 9회를 지켜줄 역할이다.

그런데 이날 해답을 찾았다. 의외로 사사키 로키였다. 마지막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준다. 2루타를 맞기는 했다. 그래도 다른 타자 3명을 잘 처리했다. K도 1개를 곁들였다. 최고 구속은 101마일(163km)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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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헤이, 치지 말고 시간 좀 끌어”

문제는 사사키의 투입 결정이다. 감독의 말대로 어려운 문제였다. 그는 “완벽히 계획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문답이나, 현지 보도를 종합해 보자. 이런 내용으로 추론된다.

로버츠는 망설였다. 트라이넨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선뜻 사사키를 내기도 내키지 않는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됐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진 투수도 아니다. 게다가 커리어 동안 마무리는커녕 불펜 경험도 거의 없다. 이런 분위기를 이겨낼지 의문이다.

투수 코치의 조언을 구한다. 아마 마크 프라이어는 사사키 쪽을 주장한 것 같다. 도박을 걸어 볼만하다는 얘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로버츠가 결심하지 못한다. 빨리 정해서 불펜으로 연락해야 한다. 그래야 누가 됐던 준비를 시작한다.

시간은 자꾸 흐른다. 벌써 9회 초 선두 타자가 아웃됐다(앤디 파헤스 삼진). 다음 윌 스미스가 타석에 선다. 그때까지도 머뭇거린다.

결국 사사키로 마음을 굳힌다. 그리고 불펜으로 급히 인터폰을 때린다. “로키야, 로키로 가기로 했어. 얼른 준비시켜.” 하지만 사인이 너무 늦었다. 이대로 가면 9회 말이 금세 시작이다.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대기 타석에 있던 오타니를 부른다. “사사키가 이제 막 준비를 시작했다. 네 차례가 되면 가급적 시간을 끌어줘라.” 그런 급박한 지시를 내린다.

말 잘 듣는 모범생이다. 감독의 뜻을 하늘처럼 떠받든다. 스윙은 절대 하지 않는다. 페이크로 번트 동작도 건다. 스윙 하나 없이 공 5개를 지켜본다. 결국 볼넷으로 출루한다. 후배 몸 풀 시간을 충분히 벌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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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코치 베이츠의 예언

다저스 1차전 승리의 또 다른 요인이다. 경기 전 미팅 때다. 야수들이 모인 자리다. 타격 코치가 입을 연다. 애런 베이츠의 말이다.

“오늘은 초반에 무척 힘들 것이다. 필리스 투수진은 상당한 수준이다. 이곳 팬들의 분위기도 엄청 뜨겁다. 그래서 중반까지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밀리면 안 된다. 잘 버티야 된다. 그럼 7회 이후에 달라질 것이다. 반드시 기회가 온다. 절대 초조하거나, 위축되지 마라.”

이 얘기는 곧 예언이 됐다. 거짓말처럼 7회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3점포가 터졌다. 클럽하우스의 리더인 미겔 로하스는 이 점을 지적한다.

“베이츠 코치의 말이 중요했다. 그가 미리 상황을 요약해 준 덕이다. 그래서 우리가 초반에 3점을 잃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중반을 잘 넘겨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물론 마운드 운영도 전략적이고, 획기적이었다.

▶ 오타니를 6회까지 끌고 간 것
▶ 글래스노우를 불펜으로 투입한 것
▶ 사사키를 마무리로 활용한 것

이런 요소들이 적절하게 작용했다.
우리는 흔히 돌버츠라고 부른다. 99번 Ryu 시대의 실망스러운 기억 탓이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다. 괜찮은 스태프가 좋은 결정을 내리도록 보좌하고 있다. 타격 코치 애런 베이츠와 투수 코치 마크 프라이어가 그런 사람들이다. 덕분에 다저스가 강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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