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하나만 30억'' 2년 가까이 분양도 못 하고 방치된 강남 신축 상가

초고가 신축 대단지 한가운데 텅 빈 상가의 충격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2023년 12월 입주한 프리미엄 대단지 아파트로, 약 6600가구에 이르는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다.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1억 원에 육박하며 실거래가도 전용 84㎡ 기준 35억이 넘는 초고가다. 이처럼 주거 수요와 소득 수준이 높은 곳임에도 단지 내 상가는 2년 가까이 줄곧 ‘유령상가’로 남아 있다. 심지어 늘 들어오던 부동산 중개소나 편의점조차 입주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생필품 하나 사려면 단지 바깥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왜 상가가 공실이 됐나: 사업성과 기대에 비해 드러난 제도적 갈등

현장에선 입지와 잠재 상권 모두 탁월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인근에는 산책로, 대단지 아파트, 마트·학교·병원 등 생활 인프라가 풍부해 상가의 사업성이 높아 보였다. 실제 준공 전부터 병원, 학원, 프랜차이즈, 편의점 체인 등의 임대 문의가 쇄도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8개 동, 321개 점포가 2025년 8월 현재까지 전부 공실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상가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개발이익 배분’ 문제로 상가 조합과 아파트 조합 간에 불거진 갈등 때문이다.

조합-상가조합 소송: 개발이익금·권리 분쟁이 상가 분양을 가로막다

개포1단지 재건축 과정에서 아파트 조합과 상가 조합(상가 권리자) 사이에 900억 원 규모 개발이익금을 둘러싼 소송이 벌어졌다. 재건축 전 상가 부지를 아파트 용지로 쓰는 대가로 거액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정산방식과 권리 확정, 기여 분배를 놓고 양측 갈등이 수년째 이어졌다.

법적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상가 호실의 분양 일정 자체가 확정되지 못했고, 권리 관계가 명확해지기 전까지 신규 임차인은 들어올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최근에는 조합이 패소 가능성을 대비해 가구당 수천만 원대 추가 분담금을 검토하는 등 주민 반발도 커지고 있다.

상가 분양·임대시장 잠식: “시장 수요 분산, 상권 동력 상실”

소송으로 상가 정상 영업이 막히면서 당초 예상했던 2만 가구 이상의 고정 수요와 인근 유동 인구 유입 효과가 사라졌다. 편의점, 부동산, 세탁소, 미용실 등 생활 기반 업종은 다른 인근 단지로 옮겼고, 대형 학원·병원 등 서비스 업종도 발길을 돌렸다. 공실 장기화로 한 번 떠난 수요가 돌아오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편의점, 부동산조차 입주하지 않는 현실적 이유

평균 분양가 30억 원대의 초고가 상가이지만, 운영 불확실성과 권리관계 미정 상태 때문에 입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대료 책정이나 유동인구 분석 자체가 불가해 편의점 같은 기본 상업시설조차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신축 대단지 상가에서 이렇게 기초 상권조차 형성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장기 방치의 사회적·경제적 파장

이 사태는 단지 주민 불편을 넘어 지역 상권 활성화와 자금 순환에도 악영향을 준다. 일부 주민은 “이럴 바엔 상가를 애초에 짓지 말았어야 했다”는 불만을 내놓고, 일부 상가주들은 “소송이 끝나면 더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버티고 있다.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서도 초대형 재건축 상가의 공실 장기화는 불안 신호로 여겨진다.

소송 리스크와 시장 현실, 누구도 웃지 못하는 유령 상가의 민낯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상가는 뛰어난 입지와 고객층에도 불구하고 ‘개발이익 분쟁 → 분양 지연 → 임대 침체’ 악순환에 빠졌다. 조합 간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편의점 하나 없는 대단지’라는 아이러니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례는 국내 도시 부동산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위험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