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번호판 촌스럽습니다" 판매량 폭락했다는 고급 자동차 상황

고급 법인차 신규 등록 30% 급감
제네시스, 벤츠 등 고급차
난데없는 불똥 맞아
사진 출처 = '제네시스'

2024년 1월 1일부터 취득가 8천만 원 이상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이 의무 부착되는 제도가 시행됐다. 이로 인해 고가 법인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며 시장 내 큰 반향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록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8000만 원 이상 법인 차량은 약 6만 7922대 등록됐으나, 제도 시행 첫 해인 2024년에는 4만 8327대로 2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도 감소세는 이어져 2023년 같은 기간 2만 4617대에서 2만 1278대로 13.6% 줄었으며, 법인차 중 고가 비중도 13.1%에서 올해 11.3%로 하락했다.

법인차 투톱, G90·S클래스 반토막
사진 출처 = '벤츠'

대표적인 고급 대형 세단인 제네시스 G90과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의 법인차 신규 등록 수는 제도 영향을 직격으로 받았다.

G90 판매량은 2023년 1만 105대에서 2024년 5580대(-44.8%)로 줄어들었고 올해 1~5월은 2494대(전년 동기 대비 -41.3%)를 기록했다.

S클래스는 2023년 7705대에서 2024년 3381대(-56.1%)로 줄어들었고 올해 1~5월은 1187대(전년 동기 대비 -62.9%)로 떨어졌다.

고가 수입차 시장도 동반 하락
사진 출처 = '벤츠'

법인차 감소 현상은 수입 럭셔리카에도 파급됐다. 국내 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1억 원 이상 초고가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1% 감소했다. 벤틀리(-50.6%) 마세라티(-42.2%) 등도 줄었으며, 일부 브랜드는 40~60% 이상 감소하는 등 고가 수입차 시장 전체에서 판매 하락이 두드러졌다.

업계에선 연두색 번호판을 달았을 때 나타나는 ‘법인차 낙인 효과’를 우려하며 고가 법인차 대신 실용형 중저가 차량으로 수요가 이동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4000~6000만 원대 법인차 신규 등록이 증가하는 추세다. 즉, 소비자는 고급 브랜드를 선택하기보다는 ‘보여지는 법인차’가 낳는 불이익을 피하고 있는 셈이다.

고급車 산업 영향은?
사진 출처 = '제네시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법인 수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고급차 산업은 차량 판매 외에 서비스, 부품, 애프터마켓, 딜러망, 고급 브랜드 이미지 등 다양한 산업에 직결된다. 연두색 번호판 도입이 지속된다면 관련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영향이 우려된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는 “제도 시행 이후 수치 감소만이 아니라 소비 패턴 자체가 변하고 있다”며 제도 효과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성격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8000만 원 기준이 특정 계층만 겨냥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8000만 원 이상 법인차에 부착된 연두색 번호판은 효과적으로 고가 법인차의 법인 구매를 줄이는 신호 제도로 작용하고 있다. 고급차를 법인 명의로 등록하려는 기업은 번호판 공개에 따른 낙인 우려 때문에 고급차보다는 중저가 실용형 차량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입법자들은 이러한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형평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