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에 '재심의' 신청하면 1년 넘게 걸리는데...인용은 '0건'

박소연 기자 2024. 10. 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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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장병 복무 여건 개선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A사가 방탄 성능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총격이 가해지는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덧대는 '꼼수'로 성능을 조작했다며, 이를 알고도 방탄복 제작을 승인한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 연구원 2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에 '을'일 수밖에 없는 피감기관 입장에선 재심의 기간이 1년 넘게 소요되고 인용율도 0%에 가까워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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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법정기한 2개월' 감사원법 유명무실…감사결과 문제 있어도 피감기관은 1년 넘게 권리구제 안돼
재심의 청구 접수·처리 및 평균 처리일수 현황/그래픽=이지혜

# 감사원은 지난해 5월 방사청이 2021년 12월 방탄복 제조업체 A사와 체결한 방탄복 5만6280벌(107억7800만원 규모) 구매 계약에서 성능 조작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장병 복무 여건 개선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A사가 방탄 성능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총격이 가해지는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덧대는 '꼼수'로 성능을 조작했다며, 이를 알고도 방탄복 제작을 승인한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 연구원 2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국기연 측과 A사는 성능시험 기준을 충족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국기연은 "국내 공인시험기관 및 미군이 사용하는 미국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해 합격한 제품만 군에 납품했다"고 했다. A사도 "본사는 국방부가 방탄복 표준 규격으로 사용하는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의 기준에 따라 명확하게 성능 시험을 진행했다"고 했다.

A사 대표는 "감사원이 특정 업체의 제보를 받고 무리한 감사를 진행했다"며 감사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감사원에 재심의를 신청했다. 재심의는 감사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재검토를 요청하는 절차로, 피감대상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감사원법에 규정돼 있는 제도다.

그런데 1년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재심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감사원은 "감사위 접수 상태이고 다음주 심의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원법이 정하고 있는 재심의 법정기한 60일보다 약 8배 길어진 것이다.

재심의 신청 건수/그래픽=이지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감사원의 재심의 평균 처리기간은 1년이 넘는 377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역대 최장 기록이었던 474일보다는 다소 단축됐으나 여전히 1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도 피감기관은 1년을 훌쩍 넘기고서야 재심의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단 의미다.

재심의는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재심의 신청은 갈수록 늘고 있다. 반면 인용율은 극히 낮은 실정이다. 최근 5년간 감사원이 피감대상의 이의를 인정한 건수는 전체의 9.2%에 불과하다. 특히 2021년은 46건 중 1건(2.2%), 올해는 6월까지 재심 청구 35건 중 단 한 건도 인용하지 않았다.

감사마다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재심의 인용율이 어때야 한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에 '을'일 수밖에 없는 피감기관 입장에선 재심의 기간이 1년 넘게 소요되고 인용율도 0%에 가까워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감사원 감사도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현재는 재심의 제도를 통한 피해 구제가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재심의 처리 국내여비 결산내역/그래픽=이지혜

이같은 문제는 수차례 법사위에서 지적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국회 결산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재심의 현장조사를 위한 예산 집행률은 2021년 3.81%, 2022년 6.63%에 불과하다. 계속된 예산 집행 부진으로 2023년엔 예산이 52% 감액됐는데 그나마도 집행률이 20.6%에 머물렀다. 재심의를 위한 현장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단 뜻이다.

박준태 의원은 "재심의 제도는 피감대상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처리 기간이 길고 인용률이 낮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감사원법에 명시된 처리 기한을 준수하고, 실질적인 권리 보호를 위해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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