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 골목을 따라 걷자 투명한 막으로 건물 전면을 감싼 '헬리녹스 웨어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얇은 비닐처럼 보이는 외피 사이로 둥근 계단과 철제 구조물이 그대로 비쳤다. 캠핑 체어와 테이블로 익숙한 'Helinox' 로고가 입구를 지켰지만 매장 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캠핑 장비가 아닌 형형색색의 다운재킷이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전개하는 헬리녹스 웨어가 브랜드 첫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브랜드를 선보인 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온 데 이어 이번에는 건물 전체를 브랜드 공간으로 꾸몄다. 지하 1층부터 5층 루프톱까지 약 960㎡ 규모다.
캠핑의 '가벼움'을 옷과 공간으로

매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가벼움'이다. 1층에는 흰색과 검정, 파란색, 오렌지색 다운 제품이 일렬로 걸려 있었다. 대표 상품인 '이클립스 팩 다운 자켓'을 직접 들어보니 두툼한 외형과 달리 손에 전해지는 무게는 가벼웠다. L사이즈 기준 약 320g으로, 헬리녹스가 캠핑 장비에서 강조해온 경량성을 의류에 그대로 옮겼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공간의 모습이 달라졌다. 긴 터널을 연상시키는 구조 안쪽으로 2026 가을·겨울(FW) 제품들이 이어졌다. 재킷과 바지, 베스트 등 옷을 벽면에 빽빽하게 채우기보다 공간을 따라 걸으며 컬렉션 전체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상품 구성도 넓어졌다. 지난해 FW 시즌 60여 개였던 제품 수는 올해 80여 개로 늘었다. 여성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XS 사이즈도 추가했다. 대표 다운제품에서 시작해 상·하의와 액세서리까지 제품군을 넓히면서 '캠핑 브랜드의 옷'에서 하나의 패션 브랜드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가벼움'은 건물에도 적용됐다. 외관에는 텐트의 플라이시트에서 착안한 ETFE 에어쿠션을 사용했다. 여러 겹의 투명 필름 사이에 공기를 넣어 일반적인 건축 외장재와 다른 입체적인 모습을 만들었다. 낮에는 자연광이 투과되고 밤에는 조명이 더해지며 분위기가 달라진다.

지하 1층은 일반적인 판매 공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어두운 바닥 위에는 구형 금속 조형물이 자리했고 빛과 소리가 더해지면서 전시장에 가까운 인상을 줬다. 헬리녹스 웨어는 이 공간을 시즌과 콘텐츠에 따라 바꿔 운영할 예정이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경험하게 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도산에서 팬덤 넓히고 다음 무대는 중국

첫 단독 매장의 위치를 도산공원으로 정한 것도 고객층 확대와 맞닿아 있다. 도산공원 일대에는 글로벌 럭셔리와 스포츠, 스트리트, 애슬레저 브랜드의 플래그십이 밀집해 있다. 기존 캠핑 고객을 넘어 패션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상권이다.
실제로 헬리녹스 웨어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의 외국인 고객 비중은 25%를 웃돈다. 중국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샤오홍슈의 헬리녹스 계정 팔로워도 9월 초 기준 6만명을 넘어섰다. 도산 플래그십을 국내 판매 거점에 그치지 않고 해외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쇼윈도로 활용하려는 이유다.
다음 무대는 중국이다. 헬리녹스 웨어는 올해 10월 중국 상하이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현지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12월 정식 매장을 열 예정이다. 국내에서 구축한 브랜드 경험을 해외 시장으로 옮기는 첫 시험대인 셈이다.
헬리녹스 웨어 관계자는 "이번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는 헬리녹스 웨어가 추구하는 경량 철학과 공간의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국내 고객뿐 아니라 글로벌 팬덤과의 접점을 넓히고 향후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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