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도 아닌 주말에 손주가 집에 들렀습니다. 봉투를 하나 챙겨 두었다가 건넸는데 아이가 손을 뒤로 감추더니 괜찮다고 했습니다.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몇 번을 권해도 끝까지 받지 않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걸렸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사정을 먼저 읽습니다
아이들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집안 분위기를 눈치채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들이 나누는 짧은 대화나 표정만으로도 상황을 짐작하곤 합니다. 손주는 할머니 형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봉투를 받는 일이 미안하게 느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 마음에도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셈입니다.

거절은 거리가 아니라 배려였습니다
거절당했다고 느끼면 서운함이 먼저 밀려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말투와 표정을 다시 떠올려 보면 결이 달랐습니다. 멀어지려는 거절이 아니라 부담을 덜어 주려는 거절이었습니다. 사랑은 받는 쪽에서도 이렇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나니 마음이 오래 먹먹했습니다.

그래도 받아 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주는 마음을 거절하면 주는 사람도 마음 둘 곳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 두었습니다. 이건 부담이 아니라 할머니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받아 주는 것도 상대를 아끼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 뒤로는 아이도 웃으며 봉투를 받아 갔습니다.

용돈 하나에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렇게 오갑니다.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마음이었습니다.오늘 손주에게, 혹은 자식에게 짧은 안부를 먼저 건네 보시면 어떨까요. 마음은 표현할 때 비로소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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