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동차업계, 미국 수출가격 올려...현대·기아차 가격인상 압박 고조

일본의 자동차 업계가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 상승을 미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가 21일 보도했다.

닛케이 아시아가 일본 재무성의 무역 통계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속됐던 자동차 대(對)미국 수출 단가 하락세가 지난 7월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자동차. / unsplash

7월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2만3531대로 작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고 수출액은 28.4% 급감한 4220억엔(약 4조3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평균 수출 단가는 341만엔(약 3235만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지만, 6월(338만엔)과 비교하면 약 3만엔(약 28만원) 늘었다.

이에 대해 닛케이 아시아는 지난 1월부터 이어진 판매 가격 하락세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일본은행 기업물가지수에서도 지난달 북미 지역으로 수출된 승용차의 엔화 기준 수출 가격은 전월 대비 2.2p 상승, 6개월 만에 반등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수입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기존에 부과되던 2.5% 관세를 더하면 일본의 대미 수출 자동차 관세는 27.5%가 된다. 이후일본은 미국과 무역 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15%로 내리기로 합의 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출 가격을 낮춰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유지했고 상반기 평균 수출가격이 떨어진 것도 이 영향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응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고 결국 관세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실제 도요타자동차는 지난달 모델별 평균 미국 판매 가격을 270달러(약 38만원) 올렸는데, 이는 관세 인상 폭보다는 적다.

도요타 관계자는 "고객이 추가 인상을 받아들이는 때가 오면 적절한 시점에 가격을 더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판매의 약 70%를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스바루도 6월까지 일부 모델 미국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오사키 아쓰시 스바루 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차의 가치를 반영하는 공정한 가격 책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 여파로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내놨으며 올해 실적도 부정적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관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출고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경쟁사인 현대·기아차의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싼타크루즈,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 미국에서 판매 중인 차종의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소폭 인상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사양 추가에 따른 가격 인상일 뿐 관세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관세 영향이 본격화됨에 따라 가격 방어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향후 출시되는 신차의 경우 관세를 반영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관세는 완성차 업계의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며 "관세의 효과도 미국 내 인플레이션만 촉발시키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도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요소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