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 원래 배밭이었다고요?
여러분 강남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세요? 어떤 사람은 코엑스, 어떤 사람은 대치동, 어떤 사람은 강남은 복잡해서 거의 안 가는데,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갈 때만 자꾸 가게 되어서 성모병원부터 떠오른다고 해요.

이처럼 ‘강남’하면 정말 떠오르는 게 다양한데 연세가 있으신 분들한테 여쭤보면 공통적으로 ‘거기 배밭이었어.’, ‘맨날 물에 잠기고 사람 살 곳이 못 됐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해요. 사실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옛날은 1960년대까지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강남 개발의 시작, 삼성을 상대로 큰 그림을 그렸던 현대 정주영
강남은 원래 사람 살 곳이 못 됐어요. 1960년 대 박정희 정부는 비만 오면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강남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은 당대 최고의 라이벌인 삼성 이병철 회장과 현대 정주영 회장을 불러 소양강 댐 건설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합니다. 이건 단순한 경쟁이 아니었어요. 두 기업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죠. 그래서 삼성 이병철 회장은 지시를 받자마자 국내 전문가는 물론이고, 해외 전문가까지 초빙하며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현대 정주영 회장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습니다.

회사에 돌아온 정주영 회장은 직원들한테 현금을 최대한 모으게 하고 강남 일대 부동산을 마구 사들였어요. 왜 그랬을까요?
네. 우리는 모두 그 결과를 알고 있죠. 정주영 회장의 계획대로 삼성이 댐을 지어서 강남 침수문제를 해결하자, 현대는 매입한 땅에 현대백화점, 현대아파트 등을 세웠고 그게 지금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코엑스 현대백화점과 압구정 현대아파트입니다. 그리고 이는 소위 부동산 시장에서 말하는 ‘강남 불패 신화’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주영 회장은 비만 오면 잠기고 강북과 달리 인프라도 부족했던 그야말로 깡촌에 불과했던 강남을 어떻게 부자 동네가 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을까요? 그의 큰 그림은 이랬습니다.

당시엔 강북과 강남을 오가려면 나룻배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소외된 곳이었지만, 댐을 건설해서 침수가 해결되면 다리도 놓고, 집과 학교도 지으면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인구가 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거죠. 게다가 정부의 주도하에 도시계획이 이뤄진다면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엄청난 호재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무려 60년 전에 정주영이 강남 땅값 상승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재 부동산 투자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부동산 핵심 키워드1. 교통 호재
첫 번째, ‘교통 호재’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을 볼 때 '편리한 교통'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금도 gtx 착공이나 지하철 노선 연장 얘기가 나오면 그 주변 땅값이 크게 뛰죠. 2020년 서울-문산 고속도로 개통 후 파주 운정 단지 청약 경쟁률이 폭발적으로 높아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부동산 핵심 키워드2. 도시계획

두 번째, ‘도시 계획’입니다. 예를 들면, 지역 기피 시설이었던 공장부지에서 지식산업센터와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한 성수와 문래가 있습니다. 지식산업센터로 고소득 일자리가 공급되고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문화시설이 자리 잡으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물론 기존 상권마저 활기를 되찾았죠. 이렇게 정주영 회장이 주목한 2가지 부동산 호재 외에도 부동산을 볼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3가지 핵심 요소가 더 있습니다.
부동산 핵심 키워드3. 교육환경
세 번째는, ‘교육환경’입니다. 교육환경은 부동산 시장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불패카드’라고 불릴 정도죠.
시대불문이라는 말은 단순히 70, 80년대부터 지금까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예요. 기록이 남아있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600년 전에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고 새 왕조의 수도를 한양으로 옮기죠. 그런데 당시 부와 권력을 쥔 사람들의 기반이 개경에 있다 보니 당연히 한양으로 안 가려고 하죠. 지금도 서울이 너무 과밀해지니까 행정수도 이전하겠다고 세종시 만들었는데,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나고, 공무원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정부 부처까지 옮겼는데, 사람들이 세종시로 이사 잘 안 가고, 서울에서 KTX를 타고 출퇴근하잖아요. 그때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은 한양에 4개의 국립 학교를 세우고 성균관에 인재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또한 개경의 시장을 닫아버리는 등 사람들이 무조건 한양으로 모이게 만듭니다. 지금 서울의 토대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죠.

또 다른 예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유배지에서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에 ‘너네는 한양을 벗어나지 마라’라고 하며 지금 말로 ‘인 한양’을 강조한 게 있다고 해요. 그리고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자식을 데리고 강릉-서울을 오간 것도 사학을 갖춘 한양의 우수한 교육 환경 때문이었다고 해요. 교통도 안 좋고,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래도 자식 교육 때문에 강릉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한 거죠.
1970년대에도 마찬가지예요. 1970년대 강남 개발 당시, 서울의 중심지는 강북이었습니다. ‘명문고’는 광화문 일대에 모여 있었고 상업의 중심지는 명동이었습니다. 정부는 의욕적으로 강남을 개발했지만 당시 강북의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강남으로 이주하지 않았죠. 이때 600년 전과 비슷한 장면이 다시 펼쳐집니다.

정부는 강남에 아파트를 지어 공무원들에게 강제로 분양했고요, 이마저도 먹히지 않자 경기고, 휘문고, 경기여고 등 전통의 명문 학교를 강남으로 이주시켰고, 전두환 정권까지 이어져 좋은 학교를 계속 강남으로 보냅니다. 강남 8학군이 이런 맥락으로 탄생한 거라고 해요. 그리고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순환선으로 지하철 2호선을 만듭니다. ‘교육과 교통’이라는 인프라가 생겨나자 아무것도 없던 땅이었던 강남은 한양처럼 사람과 돈이 몰리는 ‘입지’로 변화한 것이죠.
부동산 핵심 키워드4. 직장
네 번째는, ‘직장’입니다. 일자리가 많은 곳에 사람과 돈이 몰리는 건 당연한 거죠. 조선 시대 때도 상인이 몰려 살던 종로와 궁궐 사람들이 밀집해 있던 북촌은 항상 집값이 비쌌습니다. 서울에서도 가장 비싸다고 불리는 3대 업무지구 강남, 광화문, 여의도 이곳의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도 이 지역들에 좋은 직장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좋은 직장이 많은 강남, 여의도, 광화문과교통이 편리하게 연결된 곳은 다 비싸죠.

실제로 ‘경기도에 자리 잡은 3대 IT기업의 급여가 오를수록 경기도 아파트 가격도 같이 올랐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급여가 오르고 소비력도 동반 상승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이들의 수요에 맞는 살기 좋은 환경이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부동산 핵심 키워드5. 자연환경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자연환경’입니다. 서울의 인기 지역 다수가 사실은 매립지입니다. 대표적으로 잠실이 그렇습니다. 잠실은 원래 물로 둘러싸인 섬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부동산에 제약으로 작용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물이 차 있던 지역을 모두 메워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한강을 끼고 있는 강점을 살려서 한강 뷰를 자랑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로 바꿔놨습니다.

부동산은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특히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달라지지 않죠. 부동산의 특성이 시대를 관통하는 건 아마도 이런 이유일 것 같습니다.
☑ 교육환경 ☑ 도시계획 ☑ 교통 ☑ 직주근접 ☑ 자연환경
과거도 지금도 ‘좋은 입지’의 이 5가지 조건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 부의 흐름을 한눈에 살피는 부동산 입지 변천사 대한민국 부동산 부의 역사 살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