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엔비디아·애플과 경쟁심화 속 새 반도체 기술 발표

중국 기술 대기업 화웨이가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첨단 반도체 개발을 위한 새로운 제조 방식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에서 첨단 칩 판매를 중단한 엔비디아와 애플의 아이폰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제공=화웨이

25일(현지시간) 화웨이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제조 방식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최첨단 제조장비 없이도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웨이의 허팅보 반도체 부문 책임자는 회사가 자체 로직폴딩 기술을 통해 2031년부터 1.4나노미터(nm) 칩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회사는 로직폴딩이 트랜지스터 수를 늘리고 데이터 전송 속도를 최적화함으로써 칩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로직폴딩 아키텍처가 자체 개발한 “타우 스케일링 법칙”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화웨이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기준 역할을 해온 “무어의 법칙”에 대응하기 위해 제시한 원칙이다.

허팅보는 자사 연구진이 “지속 가능한 진화”를 위한 방법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접근할 수 없다. ASML은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EUV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허는 ASML의 장비 없이도 화웨이가 반도체 제조 역량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직폴딩 아키텍처가 올가을 출시될 기린 모바일 칩에 최초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는 “올해 우리는 업계 전체를 놀라게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했다”며 “단순한 포화나 연속적 발전이 아니라 큰 도약”이라고 말했다.

현재 TSMC의 기술력과 화웨이의 생산 파트너인 중국 SMIC 간의 기술 격차는 약 5년인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TSMC는 1.4nm 칩 양산을 2028년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웨이가 계획대로 2031년 1.4nm 칩 양산에 성공할 경우 양사 기술 격차는 좁혀지게 된다.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수출통제에 따라 대중국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화웨이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화웨이는 지난 2023년 출시한 메이트60 스마트폰에 고급 칩을 탑재해 글로벌 기술업계를 놀라게 했다. 해당 제품은 화웨이가 자국 시장에서 애플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일부 빼앗는 데 도움이 됐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통제로  최근 몇 년간 중국에 첨단 칩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중국 당국은 자국 기술 육성을 적극 추진해 왔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 시장을 화웨이에 “사실상 양보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컨설팅업체 더아시아그룹의 조지 첸 디지털 부문 공동 대표는 “엔비디아 입장에서 H200과 같은 첨단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창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은 미국 정부의 우려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높다”며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규제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화웨이의 발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DGA그룹의  폴 트리올로 기술·아시아·미주 담당 책임자는 화웨이가 1.4nm 칩 생산에 대해 내놓은 주장에 의구심을 보였다. 그는 “적층 및 폴딩 설계는 실질적인 집적도 향상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이는 화웨이가 진정한 1.4nm급 제조에 필요한 공정, 수율, 전력, 열 관리, 소자 성능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부사장은 화웨이가 ASML의 EUV 노광장비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대체 기술 개발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병렬적인 반도체 경로는 아직 대규모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이 접근법은 열 제약과 패키징 복잡성을 유발해 제조 수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웨이가 오는 가을 내놓을 스마트폰 시리즈인 메이트90에 새 기술을 적용할 경우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큰 성과일 전망이지만 이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모로 확장하는 것은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중국의 창의적인 방안이 과연 통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궁극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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