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집 읽기 : 집은 集이다_ 프롤로그
집이란 무엇일까? ‘a0100z’ 성상우 소장이 건축으로서의 집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이웃, 사람과 환경이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야 할지 우리에게 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전을 통해 본질을 묻는다.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ROAD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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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람이 모이기 위해 지붕(경계)를 짓는 것.

프롤로그 : 집은 집(集)이다
‘변화와 혼돈 속에 산다’는 말이 요즘처럼 잘 들어맞는 시기는 없을 것 같다. 한 지붕 아래에서 대가족이 함께 살았던 게 얼마 전인 것 같고, 핵가족을 위한 3LDK 아파트 문화가 또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이제는 노인 인구의 증가와 미혼 인구가 늘어나며 1~2인 가족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거기에 얼마 전 온 세계가 COVID-19를 겪으며 ‘집’이라는 개념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다.
COVID-19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격리, 집합 금지, 사회적 거리 등은 함께 모여 사는 즐거움을 앗아갔다. 이런 변혁의 시대에 혼돈을 느끼게 하는 주요한 원인은 우리가 사물의 이름에 부여했던 의미와 실재가 어긋남을 느끼는 것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춘추시대 공자(孔子)가 정명론(正名論 : 이름을 바르게 하다)을 펼친 것은 혼돈의 시대를 바로 잡을 유일한 방법으로 ‘사물의 개념을 재정립’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우린 지금까지 근대~현대화를 거치면서도 우리 고유의 사상을 바탕으로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몰두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집(건축)은 삶의 근간이다. 우린 그곳에서 일과 쉼과 나눔을 배웠다. 오늘날 함께하는 공간보다 많은 사적 공간을 소유하기 위한 욕망으로 인해 갈수록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우리에게서 ‘하나’라는 의식이 사라져 가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큰 어려움을 겪으면 멈추어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을 하는 것처럼, 변혁의 시기인 지금만큼 삶을 담는 집(모이는 모든 곳은 집이다)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좋은 시기가 없다. 이번 이야기 여행은 ‘집의 어원’을 해석하면서 집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그리고 앞으로의 집의 존재 방식을 짐작해 보려 한다.
Q 이야기의 큰 틀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페이지를 되돌려 ‘집의 어원을 찾아가는 로드맵’을 살펴보자. 시대가 변하고 장소가 달라져도 형태는 다를지라도 집에 대한 인류의 공통 의식은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집의 어원을 ‘짓다’, ‘지붕’, ‘집(集)’ → 함께 모여 살기 위해 지붕(경계)을 짓는다. 이 세 개의 단어를 중심어 포석으로 삼아, 덧붙여 설명해 주는 단어(用)를 주변에 포진시켜 그루핑(grouping) 한다. 하지만 덧붙여 설명하는 단어(키워드)가 한 중심어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Q 중심어를 설명하는 덧붙이는 단어는 어떻게 정하였는가.
앞서 말한 집의 어원을 ‘모이다’, ‘지붕(경계)’, ‘짓다’라고 한다면 이 세 가지를 아우르는 단어를 ‘집(集:모이다)’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람이 어떻게 모일 것이냐는 질문은 사람과의 관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주변 자연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혹은 어떻게 경계를 지울 것인가? 그래서 집을 짓는 재료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로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집(集)은 함께 한다는 공동성(共同性)에 기반을 둔다. 마음을 하나로 하고 몸이라는 각자의 특이성을 존중하는 구조(로드맵 참조)로 한다. 그것은 아마 ‘인(仁)’이라는 덕목에 바탕을 둔다. 인(仁=忎)의 본뜻은 千과 心을 합친 조어(造語)에서 변형된 것이다. 즉 많은 사람이 가지는 같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우리가 시대와 장소가 달리하더라도 누구나 10달 동안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났다는 공통성에 있다고 본다.
그 형상을 본뜬 한자가 포(包)= 포(勹:감싸다, 임신한 어머니 배) + 사(巳:태아). 즉 어머니의 태중에서 10달 동안 변해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그리고 그 변화 과정을 더 잘 표현 말이 궁(宮) = 면(宀:집) + 려(呂:등뼈, 여러 집의 이음)이다. 그래서 집의 구성원이 각자 각자가 ‘따로 같이’를 위해 사이의 마당을 중심으로 모여 산다. 이렇듯 모인다는 의미를 덧붙여 설명하는 포(包)에서 궁(宮)으로 그리고 마당으로 이어지며 설명을 해나갈 것이다.
Q 이야기는 어떤 방법 어떤 순서로 진행이 되는가.
이번 글의 여정은 집이라는 어원(모이다, 지붕, 짓다)으로 포석(布石)을 만들고, 그와 관련된 키워드들로 끝말잇기를 하듯 지도 만들기로 이어지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축 이야기가 될 것이다.

포석과 끝말잇기라는 형식을 차용하는 것은 우리가 집을 구성하고 마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이웃한 집들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배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데서 온다(4회 창덕궁 이야기에서 설명). 그 관계의 구성이 바둑판에 흑돌과 백돌이 각각 포석하고 주거니 받거니, 집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야기의 서술 방법은 밤하늘의 별들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듯이,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 건축물의 이야기를 ‘집 어원 로드 맵’에서 그 설명의 단초가 되는 key word를 dotconnecting(점긋기 놀이)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여러 키워드의 선 이음이 창덕궁 이야기 되기도 하고, 소쇄원을 설명하기도 할 것이다.
이야기의 순서(목차)는 다음과 같다.
2. 포(包)의 개념으로 바라 본 낙선재, 향단, 독락당(상·하)
Keyword : 집(集), 포(包), 마당, 무(無)
3. 신하가 설계한 경복궁, 왕이 설계한 창덕궁(상·하)
Keyword : 삼문삼조(三門三朝), 궁(宮), 궐(闕), 의례(儀禮), 포석(布石), 끝말잇기
4. 자연합일(自然合一)로 바라본 정자(亭子)(상·하)
Keyword : 경(景),곡(曲),자연(自然),풍류(風流), 물화(物化), 관조(觀照), 은둔(隱遁)
5. 수양(修養)의 집, 소수, 도산, 병산 서원 이야기
Keyword : 경(敬),성(誠) 겸(謙),정(靜), 사동중정(四棟中廷), 전묘후학(前廟後學)
6. 인식의 경계를 넘어서 부석사, 통도사, 선암사의 절집 이야기(상·하)
Keyword : 체(體),상(相),용(用),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리경계(離境界),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공(空), 만(卍)
7. 500년 종묘(宗廟)&사직(社稷) 이야기
Keyword : 좌묘우사(左廟右社), 의례(儀禮), 생(生)생(生), 정(靜), 수평(水平)
8. 마을을 둘러싼 성곽(城郭) 이야기
Keyword : 풍수(風水), 포(包), 석축(石築), 축성(築城)
Q 이야기 중에 유독 어려운 한자어가 많다.
간혹 한자(漢子) 전서체(중국 전국시대에 나타난 글자체)를 보면 잘 구성된 건축 평면도를 떠올리게 한다. 시각적 사고를 가진 한자는 사물의 상형인 214부수가 다양한 조합을 통해 사물(또는 행위와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건축 도면 또한 여러 구성 요소(점·선·면)의 조합으로 삶의 무늬를 땅 위에 그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자는 동북아시아인의 생각, 가치관,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로드맵에 나오는 한자에 스며들어 있는 유불선(儒佛仙) 철학을 가지고 집 어원의 포석인 ‘지붕, 짓다, 모이다’의 의미와 키워드를 살펴보고자 한다. 한자 세대가 아닌 우리들이지만,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한자는 표의문자(Ideogram)이며 픽토그램(Pictogram)이다. 복잡한 한자를 부수 하나하나 풀어 그림처럼 설명할 예정이다. 그리고 철학적인 문장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성에 바탕을 두고 설명할 것이다.

Q 이 여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변혁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우리 전통의 건축물을 통해 사람이 모이기 위해 짓는 지붕(경계)에 담긴 마음을 알아보고, 행여나 잊고 있을지 모를 우리네 건축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두 번째는 우리가 가지는 좋은 문화를 한마디로 한다면 ‘한마음’ 문화라고 생각한다. 건축이 경계를 만들어 서로 분리가 아니라, 경계를 넘어 서로 하나 되는 것이 앞으로의 집(集) 문화 만들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가 짓는 집이 살아가는 데 있어 좋은 환경이 되게 하고 사람과 사람을 하나 되게 있는 것이라 본다. 결국, 올바른 삶의 무늬를 어떻게 하늘과 땅에 지을 것 인가이다.

건축가_ 성상우, 오혜정 : a0100z(아:백제) space design

글·그림_ 성상우 | 구성_ 신기영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5년 6월호 / Vol. 316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