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가격 적정성 이견에도 지주 전환은 '진행형'

(사진=안다정 기자)

교보생명의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 행사 가격을 허위 산출했다는 혐의를 받은 딜로이트안진(이하 안진)과 어피니티컨소시엄에 대법원이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교보생명은 형사재판 무혐의가 풋옵션 가치평가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대법원 제1부는 상고기각판결(상고 이유로 주장한 법령 위반에 해당되지 않아 기각하는 것)을 내리고 2심 판결을 유지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2심은 1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한 바 있다. 1심에서 어피니티컨소시엄 측 의뢰를 받아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한 안진 회계사 3인과 어피니티컨소시엄 측 2인은 전원 무죄로 판결났다.

앞서 교보생명은 안진 측 회계사 3인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2021년 고발했다. 교보생명을 변론한 검찰은 안진 측 회계사들의 풋옵션 가치 산정이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진이 의뢰인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공모해 교보생명 기업가치를 허위로 부풀렸다는 논지다.

어피니티는 2015년 9월 30일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완료하는 조건으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교보생명이 IPO를 하지 못하자 어피니티는 안진에 주식가치평가를 의뢰했고 그 결과 주당 40만9912원이 산출됐다. 이 가격대로면 교보생명이 적정가로 판단한 20만원선의 두 배 넘는 가격으로 어피니티 지분을 되사야하는 셈이다.

대법원 판결로 안진 회계사들이 어피니티컨소시엄과의 공모를 통해 풋옵션 가격을 산정했다는 혐의에 대한 무혐의가 확정됐으나, 양측의 시각은 여전히 엇갈린다.

우선 가치평가 업무를 의뢰한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지난 2022년 2월 28일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2차 중재를 요청했고 이르면 내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2차 중재 재판 결과가 풋옵션 가치평가 정당성을 판가름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중재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교보생명 측은 국제중재판결문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의장이 어피니티가 제시한 어떤 가격에도 풋옵션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됐으므로 풋옵션 가격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형사재판 무혐의가 가치평가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1심 변론 기일에 출석한 안진 회계사 3인은 교보생명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교보생명이 수사과정에서 고발 논리를 변경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안진 측 회계사들은 교보생명이 지난 2018년 내부자료를 통해 가치평가를 수행했을 때 1주당 가격은 안진의 풋옵션 가치평가 금액보다 높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재판 확정과 별개로 교보생명이 추진하고 있는 지주사 전환은 FI측과도 이해관계가 맞아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최종적인 목적은 투자금 회수이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3월 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구성돼 있으며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 중이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지주사 설립을 위해선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신창재 회장의 우호지분이 40% 수준인 만큼 66%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므로 어피니티컨소시엄의 동의를 얻어야 지주 전환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1주당 가치에 대한 양측 의견이 엇갈렸던 만큼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이번 대법 판결에 대해 "이번 형사재판 무혐의가 어피니티측이 제시한 풋옵션 가치평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신창재 의장은 어피니티측이 제시한 어떤 가격에도 풋옵션 가격을 받을 의무가 없다고 (국제중재재판부에서) 판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