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오르막 경사의 가파른 정도가 거의 직각에 가깝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인데, 언뜻 영화 인셉션에서 도로가 접히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경사가 하늘과 맞닿을 듯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지평선 길’이라는 별명을 가졌다고 하는데.. 유튜브 댓글로 “성남시에 있는 급경사 도로는 왜 이렇게 만들어진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직접 현장을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오르막길,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의 실제 도로가 맞다. 다만 온라인에서 떠도는 사진의 경우엔 촬영한 각도의 차이로 인해 경사가 조금 더 급격하게 표현된 것이긴 하다. 실제 태평동에 살았던 주민의 말로는 사진에서 봤을 때 평지처럼 보이는 앞쪽 부분은 사실 내리막길이라서 올라가는 경사가 더 급격하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취재하다 보니 알게 된 건데, 성남시에 특히나 이런 가파른 오르막길이 많다고 한다.
아주대 유정훈 교수
“구도심, 수정구(중원구) 쪽이 지형적으로 일단 남한산성 자락이잖아요. 그러니까 굉장히 가파른 그런 길들이 많이 있죠”

지리적으로 봤을 때 남한산성 자락에 위치해있고 청량산과 검단산의 구릉 지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도심 쪽 굴곡과 비탈이 심하게 나타난다. 성남시사 편찬위원회가 발행한 <성남시사>에서 지형 부분에 대한 설명을 보면 15~35도 정도의 경사가 비교적 심한 지역은 전체 면적의 약 17.2%를 차지한다. 전문가에게 물어봤는데 15도는 스키장 슬로프, 30도 정도 된다고 하면 차가 뒤로 넘어갈 것 같은 느낌이어서 눈이나 비가 내리게 되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한다. 참고로 가천대역 위 오르막길의 경사도는 15도라고 한다.

또 이쪽에 가파른 오르막길이 많아진 건 1960~70년대 서울 빈민층의 도시 이주 과정에서 제대로 된 도시계획이 마련되지 못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현재 성남시 지역에서 발생한 경기도 광주대단지 사건 역시 당시 서울시가 인구 급증에 따른 무허가 건물 철거 대책의 일환으로 ‘선입주 후개발’의 방식으로 이주를 추진했다가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성남시에 만들어지는 과정. 광주대단지 사건. 이런 거랑 관계가 있는 거잖아요. 그때 이걸 도시 계획을 하고 한 게 아니라 그 당시에 60년대 70년대에는 그냥 산에 사람을 그냥 갖다 놨어요. 택지 조성 작업 없이 그냥 산에 자연 지형에 사람들을 갖다 놨던 거죠"

그렇다면 지역 주민들이 사는 데에 불편한 점은 없을까?
철물점 사장님/태평동 주민 40년차, 50년차
“골목도 좁지만 오르막길도 많고 내리막길도 많고 불편한게 한두 가지가 아니죠. 너무 내리막 가파른데 있잖아요. 버스도 못올라가. 종점까지 가야되는데 내리막길이 엄청 심해. 중간 지점에서 손님을 다 내려주고 그 끝까지는 못가는거지”

태평동에서 40년 동안 살면서 택시기사 일을 했다던 주민분께도 여쭤보니
택시기사/태평동 주민40년차
“겨울되면 힘들죠. 아무래도 못 올라가죠 이런데는 유독 또 성남에만 도로에다 열선을 깔아놨어. 겨울에 얼지 말라고 너무 높으니까”
이 지역 주민분들에게 골목마다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은 사실 일상이라서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편이라고 한다. 겨울이 되면 알아서 집집마다 염화칼슘을 뿌린다고. 경사가 꽤 있다 보니 주변에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좀 높은 편이다.

시에서도 구도심의 낙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라 단계별로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직접 현장에 찾아갔을 때도 이미 공사가 완료 되어 곧 입주 예정인 아파트 들도 있었고, 여러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하지만 불편한 오르막길만큼은 바꾸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아주대 유정훈 교수
“제 생각에는 지형을 잘 살리면서도 좀 더 도로를 안전하게 하고 건축적으로 단차를 이용한다라든지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무작정 그렇게 없애버리는 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