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달 살이보다 하루를 살아도 서울, 왜 멈추지 않나

제주방송 김지훈 2026. 1.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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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도 ‘인프라’도 아니었다… 쏠림을 움직인 건 ‘생산성’


제주에서 한 달을 살아보는 선택보다, 서울에서 하루를 버티는 선택이 더 많습니다.

바다도, 공기도, 여유도 결정적 이유가 되지 못했습니다.

사람을 움직인 것은 삶의 질이 아니라, 일의 질이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최근 분석은 수도권 인구 집중이 왜 수십 년째 반전되지 않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인프라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산성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 수도권을 키운 것은 집도 길도 아니었다

김선함 KDI 연구위원은 20일 KDI FOCUS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인구분포 결정요인과 공간정책 함의’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 집중의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도시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을 생산성, 쾌적도, 인구수용비용 세 가지로 나눴습니다.
이 가운데 수도권 인구 비중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은 생산성이었습니다.

같은 노동과 자본을 투입했을 때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사람이 이동했습니다.

2005~2019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생산성·쾌적도·인구수용비용 변화 비교. 수도권은 생산성 증가폭이 컸고 인구수용비용 수준도 낮은 반면, 비수도권은 쾌적도 우위에도 생산성 격차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수도권은 이 격차를 15년 넘게 벌려왔습니다.

반면 비수도권은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임금과 일자리의 밀도 차이가 인구 이동의 방향을 고정시켰습니다.

■ 인프라 늘었지만,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균형발전 정책은 오랫동안 인프라 확충에 집중해 왔습니다.

도로를 깔고, 철도를 놓고, 신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투자는 비수도권의 인구수용비용을 낮추는 데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남지 않았습니다.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임금과 기회가 따라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프라 투자는 수도권 집중의 속도를 늦췄을 뿐,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습니다.

■ 쾌적함은 이유가 됐지만, 결정은 아니다

비수도권의 쾌적도는 수도권보다 높았습니다.

자연환경, 주거 여건, 생활 만족도에서 상대적 우위가 유지됐습니다.

그러나 이 장점은 ‘머무를 수 있는 이유’였을 뿐, ‘이동을 결정하는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쾌적도는 인구 유출을 완화하는 역할에 그쳤습니다.

임금과 일자리의 격차를 상쇄할 정도의 힘은 없었습니다.

결국 선택의 순간마다 사람들은 풍경보다 생산성을 택했습니다.

■ 산업도시가 흔들리자, 수도권행 더 빨라졌다

2010년대 들어 비수도권 산업도시의 생산성 하락은 수도권 집중을 가속했습니다.

조선·자동차·철강 등 전통 제조업 도시들이 흔들리면서 인구는 더 빠르게 수도권으로 이동했습니다.

KDI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들 산업도시의 생산성이 유지되기만 했어도 수도권 인구 비중은 지금보다 낮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역 소멸은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의미입니다.

수도권 인구 비중 변화에 대한 요인별 기여도 분석. 생산성 상승이 수도권 비중을 크게 끌어올린 반면, 쾌적도와 인구수용비용 변화는 상승 폭을 일부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 ‘골고루’ 나누는 정책은 더 이상 해법 아니

보고서는 균형발전 전략의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모든 지역에 같은 방식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접근은 효과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대신 일부 비수도권 대도시와 산업도시에 자원을 집중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선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려면, 비수도권 안에서도 성장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 소도시는 유지가 아니라, 사람을 기준으로 봐야

KDI는 소도시 정책 역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구 감소가 불가피한 지역에 인프라를 계속 유지하는 방식은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고 봤습니다.

정주 인구에 대한 직접 지원, 이동 비용 보조 등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지역을 붙잡는 정책이 아니라, 삶을 떠받치는 정책입니다.


■ 수도권 집중은 실패가 아니라, 오해의 결과

수도권 집중은 균형발전 정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잘못 짚어왔기 때문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길을 더 내고 도시를 더 짓는 방식으로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생산성이 형성되지 않으면 인구는 결국 다시 수도권으로 향합니다.

제주에서 한 달을 사는 선택보다, 서울에서 하루를 사는 선택이 여전히 우세했던 이유입니다.

KDI는 보고서에서 “지역 투자가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지 않는 한 인구 유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인프라 확충만으로 수도권 집중 추세를 반전시키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도시를 선택하는 기준은 쾌적함 자체가 아니라, 일자리와 임금으로 대표되는 생산성”이라며 “결국 인구 이동은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곳을 향해 일어난다”고 분석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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