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당했다' 직장 내 괴롭힘 '내 문제 될 수도'...보완책 나와야 [사건인사이드]

오지예 2023. 3. 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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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 극단 선택 전 동료 따돌림 호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년째..."직장인 10명 중 3명 괴롭힘 경험"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특히 해당 교사가 생전 지인에게 "왕따를 당했다" "들어가는 게 지옥 같다"고 말하는 통화 녹음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일러스트


◇ "어린이집 '주임' 맡은 뒤 고충 호소"


유족 측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자신의 집에서 숨진 유 모씨는 약 13년 전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경력을 쌓은 어린이집 교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신설 어린이집에서 '주임'을 맡으며 힘들어했습니다.

어린이집 주임은 보통 어린이집 각종 행사는 물론 연간 운영방안과 특색교육프로그램 개요 수립, 학부모 안내문 공지 등 서류 작업을 비롯해 교사 회의와 업무 분담 등 원장과 일선 교사 간 '가교' 역할을 하며, 수당 10만 원을 추가로 더 받습니다.

그런데 평소 동료 교사들이 주임인 고인을 시기 질투하며 업무 지시를 무시하고 배척해 원장에게 보직 변경과 잦은 소외감 등 고충을 호소했지만 바뀐 게 없다는 게 유족 측 주장입니다.

◇ "갈등 불씨는 '출신'?" vs "주임은 원래 기피?"


유 씨의 남편은 "아내가 정규대학 유아교육 전공자가 아니면 자격증 출신 보육교사를 무시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교사실 책상에서 본인 프로필이 꺼내져 있는 것을 보고 동료교사들이 봤을 것이라며 걱정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린이집 측은 사실 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지만, 따돌림이나 집단 괴롭힘 등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개원 3년까지는 통상 교사 이동이 잦고, 운영이 불안정한 게 사실"이라며 "주임의 경우 각 연합회별 중간관리자 리더십 및 소통 교육이 있고, 어린이집 교사 간 갈등 방지를 위해 분기별 면담과 다양한 심리 프로그램 운영을 하고 있는데,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한 전직 보육교사는 "주임이 원장과 직접 소통을 하다보니, 잘하든 못하든 평교사 간 말이 늘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직하거나 그만두는 이유는 대부분 원장 아니면 주임 때문이다"고 했습니다.

◇ "직장내 괴롭힘 '자체 조사' 한계 명확...개선 필요"


이제 이 사건은 현행법에 따라 어린이집 상위기관인 충남도청 사회서비스원이 원장과 유족 등을 상대로 진상 조사를 벌여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현 제도로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가 될까 하는 우려섞인 시각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장효민 노무사는 '직장 내 자정 장치 역할 마련'이라는 현행법의 취지를 설명하며, "아무래도 시행 초기다보니 입법 보완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노사정이 사업체의 특성을 반영해 실상에 맞는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주변 사람의 증언과 녹취, 면담 기록 등을 토대로 사용자의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며 처벌 대상이 된다"면서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주관적인 요소가 많은데 조사 자체의 공정성, 객관성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직장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을 보면, 사용자가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습니다.

앞서 해당 어린이집 측도 생전 고인을 비롯해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면담을 했고, 곧 자체 개선안도 마련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사용자 측면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이 나왔을 때 이의 신청을 할 수 없어 소송전이 불가피하다보니,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면이 있어 보완이 필요해보입니다.

◇ "10명 중 3명 직장내 괴롭힘 호소...'내 문제' 될 수도"


최근 통계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은 더이상 소수의 일이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직장 내 괴롭힘 접수 현황' 관련 자료를 보면, 관련법이 시행된 지난 2019년 7월부터 현재(지난해 12월 기준)까지 전국적으로 총 2만9천930건의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이 접수(중복신고 가능)됐습니다.

피해 유형을 보면, 폭언이 1만124건(33.8%)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인사 4천140건(13.8%), 따돌림·험담도 3천279건(10.9%)을 차지했습니다.

또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직장인 인식 조사 결과' (엠브레인 퍼블릭, 지난해 12월 7일~14일, 전국 만19살 이상 직장인 1천명 대상 설문) 를 보면,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28%)은 지난해 1년 동안 다니는 회사에서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습니다.

특히 괴롭힘을 당한 직장인 7.1%는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 째, 직장인들의 경우 하루 24시간 중 수면과 식사 등 기본 욕구 충족 시간을 빼고 나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데, 이 곳에서의 비극이 더이상은 없도록 건전한 논의가 다시 한번 필요해 보입니다.

[오지예 기자 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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