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 돼" 무더기 반대표…'외국 의사 수입' 다음 타깃된 이 법안

박정렬 기자 2024. 9. 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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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따른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설명회'에 참석한 의과대학 관계자가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교육부가 지난 25일 입법 예고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에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불인증 처분을 1년 이상 유예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을 두고 "의대 증원으로 부실 교육이 우려되자 의평원을 협박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5개 단체는 27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의 의평원에 대한 협박이 상식의 선을 넘어 부실한 의사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5개 단체는 "교육부는 무리한 의대 증원에 따라 발생할 문제를 숨기기 위해 정상적인 의학교육 평가 수행조차 막으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면서 "의과대학 불인증에 따라 의대생의 의사국시 지원 제한 등의 문제가 예상되니 의평원의 평가인증 자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해 의학교육의 질 관리를 포기하고 우수한 의사 양성을 막겠다는 비상식적인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수십년간 쌓아온 의학교육에 대한 노력과 헌신,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의과대학 교육을 일거에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부실 의대는 부실 의사를 양성할 것이 자명하고, 종국에는 국민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의평원은 교육부로부터 의학교육분야 평가인증 기구로 지정받은 전문기관이다. 대규모 의대 증원이 예고되면서 교육의 질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생기자 의평원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6년간 매해 한층 강화된 '주요 변화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2019년부터 사용되는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ASK2019) 92개 중 51개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그동안 입학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에 대해 ASK2019 기준 중 15개를 적용한 것과 비교해 기준을 한층 강화한 것.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의평원에 평가·인증을 신청하지 않거나 인증받지 못한 의대는 신입생의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 박탈되거나 모집이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령에 따르면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는 의평원이 불인증을 하기 전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종전에는 불인증 시 1년 후 재평가(유예) 여부가 의평원에 의해 결정됐는데, 개정령이 시행되면 의평원이 각 의과대학에 갖는 권한이 많이 축소될 것이라는 게 의사들의 시각이다. '의평원 무력화 법'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배경이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하는 정부가 의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법을 시행하려는 것"이라고 적었다.

/사진=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 캡처


의사 커뮤니티 등에는 국민참여입법센터에 개정령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하라며 방식을 자세히 알리는 등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의 법안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실력 행사에 나서는 것이다. 27일 오후 4시15분 현재 국민참여입법센터의 해당 개정령 조회수는 3만5399건으로 총 1만1987건(참여자 수 779명)의 의견이 실렸는데 거의 전부가 반대다.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는 교육부의 월권" "의평원을 없애 버릴 계획을 정당하게 만드는 법"과 같은 비판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법안 개정을 둘러싼 갈등은 앞서 '외국 의사 진료 허용'에 대한 대립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 재난 위기 상황 심각 단계에 외국 의사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의 의견수렴을 했을 때도 국민생각함에 해당 공지에 90%에 달하는 '무더기 반대표'가 쏟아졌다. 이후 복지부는 이례적으로 홈페이지에 '제출의견 검토 결과'를 공지하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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